럭셔리 산업이 ‘과잉 성장’의 열기를 식히고 다시 본질로 돌아가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 전문조사기관 ‘럭셔리앤사이트(Luxurynsight)’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은 팬데믹 이후 급팽창했던 소비 열풍이 진정되자 양적 확장 대신 질적 성숙을 택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10년 만에 침체기를 맞은 럭셔리업계가 질적 성숙을 도모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100여 개 브랜드의 1만여 건 마케팅·캠페인 활동을 분석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향수 및 화장품은 전체 브랜드 활동의 44%를 차지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이 되었다. 팝업과 모바일 리테일 컨셉이 주도하여 소매 활성화가 전년 대비 48% 증가했고, APAC와 MEA 시장은 각각 +96%, +91%로 가장 강력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전시와 라이프스타일 협업을 통해 럭셔리 스토리텔링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문화적 참여가 확대되고 잇다.
글로벌 럭셔리 개인소비재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3640억 유로 규모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인플레이션, 환율 불안, 관세 정책 변화 등 외부 요인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에 따라 럭셔리 기업들은 ‘많이’보다는 ‘깊이’, ‘글로벌’보다는 ‘로컬’, ‘제품’보다는 ‘경험’ 중심의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올해 상반기 의도적으로 마케팅·캠페인 활동량을 전년 대비 2% 줄였다. 세부 부문별로는 향수·코스메틱스(P&C)가 개인화 기술, 3D 디자인, 생성형 AI 등 디지털 혁신을 적극 도입하며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창출하며 전체 활동의 44%를 기록했다.
반면 패션·가죽 부문은 ‘로고 과잉’에서 벗어나 절제된 미학과 ‘조용한 럭셔리’를 추구하며 32%의 활동량을 보였다. 24%의 활동량을 보인 워치·쥬얼리 부문은 미국의 스위스 시계 수입관세(39%) 인상, 금값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압박을 받지만, 하이엔드 제품군에서 여전히 안정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다.
브랜드 캠페인 등 마케팅 활동량은 감소했지만, 질적 수준은 오히려 높아졌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대규모 행사 대신 특정 지역과 문화에 밀착된 활동을 강화하며, 지역 커뮤니티와의 공감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리테일의 경험화’다. 오프라인 매장 기반 활동량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하며 핵심 채널로 부상했다.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전시, 카페, VIP 라운지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들은 고객이 매장에서 ‘소유’보다 ‘체험’을 중시하도록 유도하며 감각적 경험을 통해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현지 예술가, 음악 페스티벌, 디자인 행사 등 로컬 이벤트와의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Z세대·알파세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제품 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특히 가죽제품 부문의 평균 가격 인상률은 상반기 기준 1.2%에 그치며 안정세를 보였다. 일본에서는 엔화 약세를 반영해 1.9% 인상이 이뤄졌지만, 전반적으로는 ‘가격보다 가치’ 중심으로 방향이 이동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0.1% 초고가 소비층이 전체 럭셔리 매출의 23%를 차지하며, 이른바 ‘탑티어 럭셔리’ 시장이 전체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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