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의 첫 번째 오프라인 상설 매장이 개장도 전에 거센 역풍에 휩싸였다. 쉬인과 SGM은 공식적으로 11월 중 오픈 일정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지만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파리 BHV 본점 앞에서 쉬인 입점 반대 시위가 개최됐다. 사진=AFP
11월 파리 BHV 마레(BHV Marais) 입점을 앞두고 있던 쉬인은 브랜드 공급업체 철수, 노조 시위, 시민 청원 등 연이은 반대 여론에 직면했다. BHV의 모기업 SGM(Société des Grands Magasins)은 “BHV를 젊은 고객에게 다시 연결하기 위한 상업적 전략일 뿐”이라며 입점을 강행할 방침이지만, 프랑스 패션업계는 물론 지방정부와 시민단체까지 반발하며 정치·사회적 변수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지난 10일 보도를 통해 “쉬인의 입점 발표 이후 BHV 입점 브랜드 다수가 매장 철수 또는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셔츠 브랜드 피가레 파리(Figaret Paris)와 생활브랜드 오다주(Odaje), 해양의류 브랜드 아모르럭스(Armor-Lux) 등이 잇따라 BHV 전 매대를 철수하며 매장 내 브랜드 구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쉬인의 초저가·초고속 생산 모델은 우리의 윤리 기준과 상충된다”며, BHV와의 거래 지속이 브랜드 가치에 손상을 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파리 시청 인근 BHV 본점 앞에서는 직원과 노조 조합원 약 150명이 모여 “쉬인 입점 반대(Non à Shein au BHV)”를 외치며 BHV 입점 결정 철회를 요구했고, 일부는 ‘환경과 노동을 파괴하는 브랜드에 백화점을 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파리 시의회 상업 담당 부시장은 시위 현장을 찾아 “쉬인의 모델은 파리가 추구하는 생태적·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지방정부 차원의 첫 공개 반대 선언으로 평가된다.
파리 도심 상권 재생 사업을 추진하던 프랑스 영토은행(Banque des Territoires)은 쉬인 입점이 공식화된 직후, SGM이 추진하던 BHV 건물 인수 프로젝트에서 철수했다. 은행 측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쉬인의 사업 모델은 우리 기관의 사회적·환경적 책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BHV 매각 자금 조달 계획이 흔들리며, 쉬인 프로젝트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SGM의 프레데리크 메를랭(Frédéric Merlin) 회장은 “정치적 압력에 따른 결정”이라며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겠다”고 반박했지만, 공공기관의 철수는 상징적 타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환경단체 ‘또 다른 패션은 가능하다(Une Autre Mode Est Possible)’는 ‘파리는 쉬인보다 더 나은 가치를 누릴 자격이 있다(Paris mérite mieux que Shein)’라는 제목의 청원을 개설했다. 불과 며칠 만에 8만 9천 명 이상이 서명하면서, 시민사회의 반대 의사를 명확히 보여줬다. 단체는 “쉬인의 상설 매장은 패스트패션의 상징을 파리 중심부에 세우는 일이며, 이는 도시의 지속가능 목표와 정면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여성 기성복 연맹(FFPAPF)의 얀 리보알랑(Yann Rivoallan) 회장은 “쉬인의 BHV 입점은 수십 개의 프랑스 브랜드를 무너뜨린 뒤 시장을 더 덮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갤러리 라파예트 본사 역시 “쉬인의 비즈니스 모델은 그룹의 가치와 충돌한다”며 입점 계획에 공식 반대 입장을 냈다. 이처럼 프랑스 패션계는 이번 사안을 ‘국가 산업의 윤리적 시험대’로 바라보며 “쉬인 매장 개점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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