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가 기술 혁신을 앞세워 ‘가성비’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흔드는 중이다. 사진은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에이지알.
K-뷰티가 기술 혁신을 앞세워 ‘가성비’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흔드는 중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홈케어 뷰티 디바이스 성장세가 맞물리며 산업 자체가 ‘뷰티테크’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뷰티테크 시장은 2024년 661억 6천만 달러(약 92조 원)에서 2030년 1729억 9천만 달러(약 240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워너-뷰티 AI’.
홈케어 디바이스, K-뷰티 차세대 성장 동력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츠닷컴은 한국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2024년 약 13억 2천만 달러(약 1조 7천억 원) 규모에 도달했으며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13.8% 성장해 2034년에는 약 48억 1천만 달러(약 6조 6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피부과나 에스테틱에서 받던 전문적인 관리를 집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홈뷰티 디바이스는 K-뷰티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팬데믹을 거치며 ‘셀프 케어’ 수요가 폭발했고 고물가 환경 속에서 스파·에스테틱 대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성장세가 가속화됐다.
그 중 시장 판도를 가장 극적으로 흔든 에이피알(APR)이 돋보인다. 시가총액 8조 원을 돌파하며 K-뷰티 업계 1위로 올라선
에이피알은 홈케어 디바이스를 통한 뷰티테크 선점과 아마존·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급격히 성장세를 키웠다.
이 전략은 특히 미국에서 주효해 올해 2분기 미국 매출 비중(29%)이 국내(22%)를 넘어섰다. 주력 제품인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 또한 지난 6월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 에이피알은 자사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큐브’의 스킨케어 제품과 결합해 디바이스 사용이 전용 화장품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신흥 강자의 약진은 전통 대기업을 자극했다. LG생활건강은 LG전자로부터 미용기기 브랜드 ‘LG 프라엘’ 사업을 이관받으며 디바이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이들은 기존 화장품 제조 R&D 노하우를 디바이스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고 10만 원대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한편 피부과 시술에 쓰이던 고주파, 갈바닉, 미세전류, 하이푸(HIFU) 등이 가정용 기기에 적용되는 등 기술 고도화도 함께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온 ‘트위즈'.
초개인화와 AI, 서비스형 산업으로 확장
다양한 뷰티 기업들의 AI와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또한 돋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초개인화 흐름에 적극 발맞추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에 AI 기술을 접목하며 초개인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CES 2025에서 인공지능(AI)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워너-뷰티 AI(Wanna-Beauty AI)’가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맞춤형 3D 프린터 마스크팩을 시작으로 6년 연속 CES 혁신상을 이어가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워너-뷰티 AI’는 생성형 AI 기반 음성 챗봇 솔루션으로서 사용자의 사진을 분석해 피부 톤·얼굴 비율·형태를 진단하고 메이크업 전문가의 노하우를 학습한 데이터로 맞춤형 화장법과 가상 메이크업 체험을 제공한다.
다른 사람의 화장을 자신의 얼굴에 적용해볼 수도 있으며 음성 챗봇 인터페이스로 대화형 상담이 가능하다. 해당 기술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이미지 진단 역량과 KAIST와 공동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가 적용됐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헤라 커스텀 매치’를 통해 매장에서 고객 피부 톤을 AI로 진단하고 즉석에서 맞춤형 파운데이션과 립 제품을 제조하는 서비스 또한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런칭한 롯데온의 ‘트위즈(twiz)’는 온라인 플랫폼에 최적화된 초개인화 뷰티 큐레이션 앱으로 소비자의 피부 프로필을 기반으로 상품 적합도를 점수로 보여주고 최신 트렌드 분석을 결합해 추천한다. 웜톤, 쿨톤 등 개인의 특성에 따라 인터페이스까지 달라지는 방식으로 맞춤 경험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뷰티편집숍 시코르는 지난 6월 새롭게 오픈한 강남 플래그십 매장에 AI 진단기를 도입해 두피 상태를 분석한 뒤 맞춤 샴푸·세럼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들은 메이크업 큐레이션까지 확장하며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이는 중이다.
AI와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흐름은 ODM 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맥스는 최근 AI 기반 뷰티테크 자회사 아트랩을 인수 및 통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코스맥스는 아트랩의 AI 피부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와 로보틱스 기반 자동화 라인을 강화하며 ODM에서 맞춤형 솔루션 기업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K-뷰티의 미래는 단순히 화장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장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형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을 무기로 삼은 K-뷰티는 이제 글로벌 뷰티 시장의 변방이 아닌 판을 주도하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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