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유도공원 입구 ©권수진
'한강'이 없는 '서울'을 상상할 수 없다. 서울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한강의 매력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한강역사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강역사탐방'은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한강 변의 역사적 명소를 직접 걸으며 한강의 숨겨진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대표 도보 탐방 프로그램으로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다.
'한강역사탐방' 코스는 올해 새롭게 생긴 '서빙고길'을 포함해 총 16개(한강 북쪽 8개, 남쪽 8개)로 구성돼 있다. 역사 속 한강의 나루터와 명승지를 중심으로 역사, 문화, 인물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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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가려줄 모자를 쓰고 한강역사탐방에 나섰다. ©권수진
16개의 코스 중 '선유도길' 코스를 신청했다. '선유도길'은 도심 속에서 독특한 생태와 역사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라 참가자가 없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한강역사탐방-선유도길'에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친구들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 선유도공원 내 관리사무소 앞에서 집결해 전문 해설사와 함께 2시간 남짓 선유도 공원의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선유도공원 내 관리사무소 앞에서 집결해 전문 해설사를 만났다. ©권수진
해설사는 선유도가 섬이 아닌 선유봉에서 시작되었다는 선유도의 유래부터 설명하고, 어떻게 이곳이 생태공원으로 재탄생됐는지 들려주었다. 선유도공원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정수장으로 사용하던 곳을 철거하지 않고, 환경과 예술, 교육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해서 만든 곳이다. 지금도 공원 곳곳에서 침전지, 여과지 등 당시 구조물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어 시민들에게 도시 재생의 생생한 사례를 전하고 있다.

아이들 체험학습장으로 인기 많은 선유도 공원 온실 ©권수진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은 온실과 수질정화원이다. 온실은 다양한 열대, 온대 식물들이 식생되고 있다. 그 외에도 겨울 월동을 노지에서 나기 힘든 식물들과 선유도 내 식물을 번식시키고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제2침전지로 사용되던 수질정화원은 계단식 구조로 수생식물을 통해 물이 정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권수진

수질정화원 데크길로 이동하는 참가자들 ©권수진
수질정화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은 제2침전지로 약품을 이용해 침전물을 가라앉히던 곳으로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데, 지금은 다양한 수생식물을 식재해 식물의 생장과 물이 정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게 바뀌었다고 한다. 또, 예전 시설은 그대로 남겨두고 그 위에 데크길을 조성해 예전의 모습과 식생 식물들의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선유봉 표시석에서 선유도 역사에 대해 듣고 있다. ©권수진
신선이 노니는 봉우리라는 의미를 담은 선유봉은 조선 시대까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며 예술가와 시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곳인데, 일제강점기를 지내며 한강의 제방, 여의도 비행장, 도로 건설 등에 사용되느라 봉우리가 깎이고 사라지고 섬으로 남았다고 한다. 선유봉에서 선유도로 바뀌게 된 사연은 한강역사탐방을 통해 직접 들어보길 추천한다.

한강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선유정 ©권수진

선유정 현판 ©권수진

선유정에서는 한강 건너 기와지붕의 망원정(붉은 원)이 보인다. ©권수진

선유정에서 보이는 성산대교 ©권수진
옛날 선비들은 한강에 배를 띄우고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겼다고 하는데, 한강진을 출발한 배가 이곳 선유정을 지나 강 건너 망원정에 도달할 때면 흥이 최고조에 도달했다고 한다. 선유정에 앉아보니 예전에 어떤 모습이었을 지 저절로 상상이 간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선유정과 마주하고 있는 망원정은 시간의 흐름에 유실되었다가 1989년 서울시에서 정자로 재건했다고 한다. 지금도 선유정에 앉아보면 강 건너 망원정이 보이고, 그 넘어 멀리 인왕산, 북한산, 도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유정에서 바라보는 한강이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해설사를 따라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참가자들 ©권수진

선유도에는 정수장일 때 사용되던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권수진
해설사를 따라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옆으로 대나무가 즐비해 있다. 그냥 대나무인가보다 했는데, 이 대나무가 검은 대나무 '오죽'이라고 한다. 검은 대나무는 어릴 때는 대가 푸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검은 색으로 바뀌고, 강릉의 '오죽헌'도 집 뒤에 검은 대나무가 있어서 '오죽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낄 수 있는 거 같다.

정수장 시절, 잔여 불순물을 제거하던 급속여과지로 사용되었던 수생식물원 ©권수진

남측에서 바라 본 수생식물원 ©권수진

솜털처럼 예쁘게 꽃 피운 어리연 ©권수진

수생식물원에서 어리연 군집을 비롯해 다양한 수생식물을 만날 수 있다. ©권수진
수돗물 정수는 취수정 - 착수정 - 혼화지 - 응집지 - 침전지 - 여과지 - 정수지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정수 과정의 거의 마지막 단계였던 급속여과지로 사용되었던 곳이 지금 '수생식물원'이 되었다. 이곳에선 다양한 연꽃과 수생식물을 만날 수 있다. 지금 선유도를 찾는다면 평소 보기 힘든 어리연의 솜털 같은 연꽃도 만날 수 있다.
그 외에도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을 걷어내고 기둥에 담쟁이를 올려 만든 녹색기둥정원, 송수 펌프실을 재활용한 선유도이야기관, 과거 물공급 수로가 남아 있는 약품 침전지를 재활용한 '시간의 공원' 등을 둘러보았다.
해설사는 탐방 중 "선유도는 서울이 걸어온 변화의 축소판입니다. 산업시대를 지나 생태와 재생의 가치로 나아가는 도시의 철학이 담긴 공간이죠"라고 설명했다. 함께 했던 참가자도 "서울둘레길은 익숙했는데, '한강역사탐방'이 있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선유도는 몇 번 왔었는데, 해설사와 함께 걷다 보니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나 놀라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탐방을 마치면 '한강역사탐방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 준다. ©권수진
'한강역사탐방-선유도길' 완주 후 선유도가 선명히 새겨진 스탬프를 받았다. 16개 구간의 모든 스탬프를 채우면 그에 따른 특별한 선물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각 지역 마다의 특색이 있는 스탬프를 받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강역사탐방'은 누구나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2명 이상이면 프로그램은 진행된다. 총 16개 구간은 각 코스마다 주제가 정해져 있어, 주제에 따른 색다른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다.
서울시가 마련한 '한강역사탐방'은 단순한 걷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한강의 숨은 이야기와 도시의 과거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한강역사탐방'을 통해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많이 다녀보고, 직접 체험하며, 알리는 시민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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