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트남이 최근 관세협정을 마무리하며 베트남 섬유패션업계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기존 10%에서 20%로 인상된 대미 수출 관세와 중국산 원자재를 경유한 경우 최대 40%의 고관세가 부과되며, 글로벌 공급망 중심지로 부상하던 베트남은 단기 충격과 장기 구조 개편이라는 ‘양날의 검’ 앞에 섰다.
미국과의 관세협정으로 베트남 섬유패션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게티이미지
베트남은 미국의 의류·신발류 수입 2위 공급국이다. 그러나 이번 관세협정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며, 주문 취소와 고용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마진이 얇은 중소 제조업체들은 20% 관세 인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협정의 핵심 조항 중 하나는 ‘환적(transshipment)’ 규정이다. 중국 등 제3국에서 생산된 원자재가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4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이는 단순한 조립 또는 포장만 거친 제품에 대한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베트남 섬유패션산업의 원자재 공급 체계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베트남 섬유협회(VITAS)는 “중국·인도·방글라데시 등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원산지 증명과 공급망 재편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은 단기적 충격만큼이나 산업 고도화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실질적 가공(substantial transformation)’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에 한해 관세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므로, 봉제·염색·완제품화 등 현지 생산 단계를 강화한 제품에 유리하다. 베트남 정부는 이에 대응해 봉제산업 자동화 및 고부가가치 섬유 개발에 대한 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또한 기존 자유무역협정 활용을 확대하고, 신흥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는 이번 협정으로 일부 원가 상승 부담을 안게 됐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안정적인 제조 거점”이라며 생산기지를 유지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브랜드는 고관세 회피를 위해 멕시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 일부를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BS 등 금융기관은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섬유 기업의 경우 EPS(주당순이익)가 최대 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관세협정은 베트남 섬유·패션 산업에 있어 구조 전환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와 고용 불안정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과 글로벌 신뢰도 향상이라는 긍정적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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