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쇼핑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AI’의 맞춤 추천을 받아 ‘디지털트윈’이 선보이는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어울릴지 가늠한다. 글로벌 IT 기업과 리테일러, 패션 스타트업들은 AI를 활용해 초개인화 쇼핑, 가상착용, 생산 효율화에 속속 뛰어들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패션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흔들고 있다.
구글이 출시한 가상피팅 앱 ‘도플’ 사진=구글 블로그
구글, 가상 피팅 앱으로 AI 드레싱룸 선봬
구글은 최근 ‘도플(Doppl)’이라는 AI 가상 피팅 앱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전신사진을 업로드하면 AI가 디지털 복제 모델을 생성, 다양한 옷을 입혀보고 움직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앱은 현재 미국 내에서 실험 운영 중이지만, 향후 전 세계 쇼핑 경험에 큰 영향을 줄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구글은 AI 쇼핑 모드를 통해 소비자가 옷을 고르고, 착용해보고, 가격을 비교한 뒤 자동 결제까지 가능하게 하는 엔드 투 엔드 쇼핑 시스템도 선보였다. 이른바 ‘쇼핑 동반자 AI’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H&M이 선보인 디지털 트윈 캠페인. 사진=H&M
‘비용·속도·창의성’ 모두 잡은 H&M 디지털 트윈
H&M은 지난 2일, 실제 모델의 디지털 트윈 이미지를 활용한 새로운 AI 캠페인 시리즈를 공개했다. 처음 선보인 사진은 전 세계 패션 거점을 배경으로 실제 초상을 바탕으로 제작한 AI 이미지 디지털 트윈이 배치됐다.
이처럼 AI를 활용하면 캠페인 촬영 비용을 절감하고, 소셜 미디어와 커머스 채널에서 콘텐츠 생성 주기를 빠르게 유지할 수 있어, 비용·속도·크리에이티브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H&M은 모델 30명을 시범 대상으로 삼아 가을을 기점으로 도시별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다만 창작 권리와 직업 안전성, 초상권, 데이터 출처, 잠재적인 다양성 침해 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H&M은 이에 대해 디지털 트윈 캠페인에는 ‘AI 생성’ 라벨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으며, 모델과 에이전시는 이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수익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전방위에 AI 활용
스타트업 ‘데이드림(Daydream)’은 자율형 AI(agentic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행동과 취향을 실시간 분석하고 최적의 스타일을 제안한다. 이 AI는 단순 추천이 아닌,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구매 흐름을 스스로 판단하고 다음 행동을 제안하는 차세대 AI 기술로 주목받는다.
월마트는 AI를 이용해 최신 패션 트렌드를 실시간 분석, 이를 반영한 의류 제품을 단 6~8주 만에 출시하는 초고속 생산체계를 도입했다. 기존 시즌 단위의 제작 주기를 무너뜨리며 패션 제조의 속도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AI가 단순히 소비자 경험만 바꾸는 게 아니다. H&M, 자라,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는 AI를 활용해 상품 기획, 재고 관리, 가격 책정, 매장 운영을 최적화하고 있다. 특히 자라는 스마트 미러와 RF 기반 자동 인식 기술을 도입해 매장 내 추천을 강화하고, 픽업 대기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또한 AI는 사이즈 추천 정확도를 높여 반품률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AI가 구매자의 체형·선호도·리뷰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 사이즈를 추천함으로써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불편 중 하나였던 '사이즈 실패'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AI는 친환경 패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도 활용된다. 수요 예측과 맞춤형 생산,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불필요한 재고와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ESG 경영을 강화하려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패션과 AI의 결합, 도전 과제도 남아있다
AI 기술은 패션 생산과 소비의 속도를 혁신하는 단계에 와 있다. 그러나 창작자 권리 보호, 모델의 동의와 보상, 투명한 AI 활용 명시 같은 윤리적·법적 기준이 동반되지 않으면, 창조적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를 막기 위해 향후 패션업계는 기술과 인권이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소비자 역시 AI와 현실이 혼합된 콘텐츠를 수용하기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을 높여야 한다. 기술 혁신과 윤리적 책임의 균형이 글로벌 패션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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