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맨하탄 첼시에서 10년째 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김숙기 ‘K&P 갤러리 뉴욕’ 관장이 게스트하우스 ‘ART in New York’이 있는 맨션 로비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황복희 기자]
지난 4월 중순, 뉴욕 퀸즈에서 한인동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ART in New York(아트인 뉴욕)’에 들어서는 순간, 벽면에 저절로 눈동자가 박혀버렸다. 100호 사이즈의 대작 그림들이 게스트하우스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족히 10여 작품은 되었다. 작은 갤러리를 방불케 했다.
“저기 입구 쪽 작품은 1950~70년대 한국적인 시골풍경을 소재로 향토성 짙은 그림을 그려온 서양화가 강인주 작가님, 베토벤과 아인슈타인 얼굴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저 두 작품은 김완 작가님, 이 쪽 ‘홍동백’은 여수 출신의 강종열 작가님, 그리고 반대편 벽면의 작품들은 고(故) 박기수 화백의 ‘산’ 연작입니다. ”
칠순 초반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은 예사롭지 않게도 막힘없이 작품 소개를 술술 이어갔다. 뉴욕 맨해튼의 첼시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10년째 화랑(‘K&P 갤러리 뉴욕’)을 운영하고 있는 김숙기 관장이다. 그는 세계적인 갤러리가 몰려있는 뉴욕 첼시에서 그 정도 버텼다는 것은 스스로 ‘비즈니스의 달인’이기에 가능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한국화랑들이 많았는데, 다 그만두고 제가 가장 오래 버티고 있습니다. 우선 렌트비가 엄청나게 비싼데다 운영비용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3년을 못버티고 다들 그만두었어요. ”
김숙기 관장은 2013년 뉴욕으로 이민 오기 전, 서울에서 오랫동안 유치원을 경영한 것이 갤러리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유치원을 운영하느라 부군인 박기수 화백의 개인전을 기획자에게 맡겼다가 그림값을 받지도 못하고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아트페어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에 왔다가, 그전에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지도 갔으나, 너무도 큰 미국시장을 경험하고선 뉴욕서 전시를 하고싶다는 박 화백의 말에 바로 비자 신청을 했다고 김 관장은 말했다. 갤러리를 오픈한 것은 2015년이다.
김숙기 관장이 뉴욕 퀸즈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ART in New York’ 내부. 왼쪽 벽면에 걸린 그림이 고 박기수 화백의 작품 '백두산'이다. [황복희 기자]

게스트하우스 ‘ART in New York’의 실내를 장식하고 있는 고 박기수 화백의 '독도' 연작. [황복희 기자]

고(故) 박기수 화백.
고 박기수 화백은 국내외 명산의 정기를 조형적인 해석으로 표현한 ‘산(山)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직접 산을 보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뉴욕에 온지 3년만인 2016년 간암을 얻어 67세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37여년간 국내외 명산들을 반추상 내지는 추상의 세계로 재해석해 화폭에 담아왔다. 2014년 뉴욕에서 ‘8.15 광복기념 독도 특별전’을 여는 등 그의 ‘독도’ 연작 또한 유명하다. 고인은 갔어도, 강렬한 색채과 힘있는 붓터치로 생명의 기운과 산의 정기를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한 그의 ‘산’ 연작과 ‘독도’ 연작은 고인이 평생을 천착한 산의 심혼(心魂)과 더불어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사실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박 화백은 약 300회의 그룹전과 30회의 개인전 등을 통해 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특유의 화풍으로 대중에게 전달했으며, 뉴욕으로 건너가선 2014년 독도 특별전에 이어 2015년 8.15 광복절 기념으로 ‘백두산 아리랑’ 전시를 여는 등 현지에 한반도 명산과 더불어, 독도의 의미를 알렸다. 그가 아크릴 추상화로 표현한 ‘독도’ 연작(2014년)에서 독도는 때로는 푸른색을, 때로는 붉은색을 띠며 용틀임을 하듯 생명의 맥박을 전하고 있다.
“붉은 색깔은 울분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나타낼 수 있는데, 어떤 작품에선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고인은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종의 도형 식으로 표현했는데, 그같은 생각이 작품에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살아생전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독자 개인이 각자 느끼는 것이 바로 그 작품의 해설이다’라는 것이지요. ”
김 관장은 오는 9월경 뉴욕 포트제이 인근에 한국작가촌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림을 좋아하는 현지 한국분에게 추천해서 작가촌을 조성할 요량으로 땅을 구입했습니다. 한국의 신진 작가들이 들어와서 작업도 하고 전시도 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이곳에 정착해도 되고, 또 3개월은 무비자가 되니까 여기를 오가면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도자기 전시를 가장 먼저 해볼 생각입니다. 동네 분들도 초청해서 물레로 직접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곁들이면서 문화행사로 만들어볼 구상입니다.”
‘ART in New York’에 걸린 강종열 화백의 '홍동백'. [황복희 기자]
출처 : 재외동포신문(https://www.dongp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