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지털 의료기기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의료기기가 국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스, 하이 등 관련 기업들의 디지털 의료기기 개발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표준화 정책까지 맞물리며 산업 성장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의료분야 AI 기업 에이비스는 최근 현미경 이미지 기반 형태 계측 솔루션 ‘콴티 Ki-67 Micro(마이크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디지털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제품은 지난해 허가받은 ‘콴티 IHC(PathoAiD®-Qanti IHC)’에 이은 두 번째 병리 AI 솔루션이다.
콴티 Ki-67 Micro는 병리 현미경을 통해 직접 확인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형태 계측을 가능케 하는 솔루션으로 고가의 병리 스캐너 없이도 검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료 현장의 접근성과 경제성을 크게 높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계측된 Ki-67 바이오마커는 수가 청구가 가능해 병원의 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에이비스는 해당 솔루션의 효율적인 도입을 위해 의료진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대홍 에이비스 대표는 “별도의 스캐너 없이도 정밀 분석이 가능한 현미경 기반 병리 계측 솔루션은 병원 규모나 인프라에 관계없이 활용이 가능하다”며, “스캐너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기반 분석 서비스를 확대하고 글로벌 병리 스캐너 제조사와의 협업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디지털치료제(DTx) 전문기업 하이 역시 최근 범불안장애(GAD)를 개선하는 디지털 치료기기 ‘엥자이렉스(Anzeilax)’에 대해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엥자이렉스는 수용전념치료(ACT)를 기반으로 자기 대화 훈련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불안과 걱정에 대한 인지적 탈융합과 마음챙김을 통해 증상 완화를 유도한다.
하이 측은 10주간의 임상시험을 통해 일반 약물 치료만 진행한 대조군보다 엥자이렉스를 활용한 실험군이 GAD-7 불안척도 기준 약 3배 높은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PSWQ(펜실베니아 걱정질문지) 등 다양한 지표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
하이 김진우 대표는 “세계적으로 디지털 정신건강 치료제가 주목받는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실효성 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며 “약물 의존도를 줄이고 생활 밀착형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디지털 의료기기 분야에서 앞다퉈 신제품을 선보이며 허가를 획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산업의 안전성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표준화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2025년도 국가표준시행계획’을 통해 올해 의료용 전기기기 관련 4건의 국가표준 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해 지난해보다 3건 늘어난 총 25건의 표준 개정 및 폐지·확인 작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21년부터 추진돼 온 ‘제5차 국가표준기본계획’의 연장선이다. 식약처는 이 중 디지털기술 표준화 과제를 주관하며 선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올해는 AI와 머신러닝 기반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국제표준 제안까지 추진해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이미 ‘디지털의료제품법’을 통해 세계 최초로 디지털 의료기기만을 다루는 단일 법제를 시행하며 소프트웨어 중심의 허가 및 보안 관리 체계를 정립했다.
실제로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은 2020년 3244억 원에서 2023년 4099억 원으로 약 26% 성장했다. 전체 의료기기 수출에서 디지털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7.8%에서 12.6%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빠른 대응과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디지털 의료기기 산업은 앞으로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공지능, 머신러닝, 디지털 치료제 등 혁신기술이 의료 현장을 바꾸고 있는 지금 허가를 확보하는 기업들과 표준을 정립하는 정부의 협업이 이 산업의 미래를 밝힐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