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금융시장이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 사진은 런던 시가지 전경. [출처=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는 최근 ‘런던, 금융 허브로서의 평판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London Moves to Revive Its Reputation as a Financial Hub) 제하의 보도를 통해 “도시가 상장 기업에 대한 매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영국 정부는 그들을 되살리기 위해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은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측정하는 지표인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아직은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1위 뉴욕과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홍콩과 싱가포르가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실제로 런던증권거래소(LSE)는 2024년 88개 기업이 상장을 폐지하거나 다른 증시로 이전하는 등 최근 전례 없이 많은 기업이 이탈하고, 신규 상장 기업 수 및 자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런던 금융시장의 위상이 이처럼 낮아지고 있을까. KB금융연구소는 브렉시트가 촉발한 영국 경제의 추락과 런던증권거래소의 쇠퇴, 그리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경쟁 격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우선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과 기업의 투자 감소로 영국 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 협상 대상에서 금융 서비스 분야가 제외되며 유럽연합 내 ‘패스포팅(Passporting)’ 권한을 상실하면서 금융사들의 해외 이전을 촉발하고 있다. ‘패스포팅’ 권한은 EU 권역에 있는 한 국가에서 설립 인가를 받으면 다른 국가에 지점 개설 시 별도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제도다. 그 때문에 영국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이탈하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JP모건은 2020년 유럽 본부를 런던에서 파리로 옮긴 뒤 직원 수를 2019년 대비 22배 증가한 550여 명까지 늘렸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도 2018년 런던에 있던 유럽 본부를 파리로 이전한 뒤 규모를 2016년 대비 6배로 확장했다.
EU의 주요 금융당국 역시 2019년 EU은행위원회 본부를 시작으로 모두 런던을 떠나 파리로 이전했다. 언스트앤드영(EY)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21년 사이 7600여 개의 전문직 일자리와 1조3000억 유로 규모의 자산이 런던에서 유럽으로 이전했다.
영국의 경기침체도 주요 원인이다. 2019년 영국의 실질GDP 성장률은 1.6%로 독일(1.0%), 프랑스(2.1%) 등 유럽 주요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2020년 공식적인 EU 탈퇴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며 –10.3%로 추락하며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경험했다.
팬데믹 이후 2021년 실질GDP 성장률은 과도한 하락분에 대한 기저 효과가 작용해 8.6%로 반등했으나, 2022년 다시 4.8%로 둔화되며 구조적 문제가 표면화되었다. 이에 2023년에도 0.3%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2023년 4분기에는 -1.3%로 주요 7개국(G7) 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그런 가운데 런던증권거래소의 경쟁력도 날로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엄격한 상장 요건에다, 상장 기업에 대한 낮은 가치 평가, 상장 후 실적 저조, 사모펀드 발달로 인한 거래 감소, 국내 투자자의 배당주 위주 투자 성향, 연기금의 영국 내 주식 투자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전통 산업 중심 시장경제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 부족 등도 런던증권거래소 내 상장 기업 수와 시가총액, 거래량 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된 원인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세계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허브를 향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도 작용했다. 특히 아시아, 중동 금융시장의 성장이 눈부실 정도다. 아시아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홍콩, 싱가포르 등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며, 상대적으로 런던의 지위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동의 1위’인 미국 뉴욕의 무한 성장도 런던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은 우월적인 자본시장 규모와 유동성, 규제 환경의 유연성, 달러 패권 등 구조적 이점이 특징이자 무기다. 이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 영향력 등을 앞세워 세계 최고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엔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모두 미국에 집중 상장되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전 세계 시가총액 절반을 차지하며 2위 런던증권거래소와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2023년 나스닥에 신규 상장한 기업 중 55%가 해외 기업이며 상장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KB금융연구소는 뉴욕증권거래소가 안정적으로 세계 최고 금융센터 지위를 유지하는 배경 4가지를 꼽았다. 우선 ▲광범위한 투자자 풀과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자본이 밀집하고 ▲낮은 밸류에이션의 사업으로 초기엔 적자를 보인 기업에 대해서도 높은 기업 가치를 부여하는 점이다. 또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수천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예고되고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7 등 빅테크 기업의 급성장 등이 동력이 되고 있다. ‘매그니피센트 7’은 2023년 상반기 미국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7개의 빅테크기업을 일컫는 말로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닷컴, 알파벳, 테슬라가 이에 해당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구소는 “새로운 전환점 마련을 위한 런던의 개혁”을 나름대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 성장을 위한 비전과, 금융 서비스 및 시장법 개정, 제도와 정책 분야를 망라한 금융시장 개혁을 대안으로 꼽았다.
출처 : 재외동포신문(https://www.dongp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