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개념 의료기기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 차세대 의료기기 기술을 잇따라 개발해 상용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7일 의학계 등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시간 분해 초저온 전자현미경 기법, 현장 진단(POCT)과 정밀 진단의 장점을 결합한 신개념 진단 플랫폼, 감염 원인균 99% 정확도로 빠르게 판별 진단 기술 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진영·이원희 교수팀은 최근 수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두께의 얇은 박막 형태의 소재인 패럴린을 이용해 미세유체 혼합-분사 장치 방식의 TRCEM 기법을 개발했다.
생명현상과 신약 개발 연구 분야에서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ms(밀리초·1000분의 1초) 단위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반응 분석을 위해 시간 분해 초저온 전자현미경(TRCEM·Time-resolved cryo-electron microscopy)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TRCEM은 단백질 반응체의 중간 상태를 초저온으로 급속 냉동해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다만 시료가 많이 들고 최소 시간 반응이 10ms 이상 걸려 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는 중간체를 포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미세유체 채널 안에서 시료를 혼합한 뒤 분사·냉각해 관찰하는 방식으로, 패럴린을 이용해 기존보다 더 얇고 단순한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시료 소모량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특히 미세유체 소자 내에서 반응 시작 전 시료가 혼합되는 시간을 줄여 반응 시간 해상도를 기존 10밀리초에서 6밀리초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1000분의 6초 안에 일어나는 단백질 반응까지 분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연구팀은 구조 생물학, 신약 개발, 효소 반응연구, 바이오 센서 개발 등 다양한 생명과학·의약 분야에서 패럴린 박막 소자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최낙원 교수팀은 최근 이지다이아텍과 함께 항체를 이용한 면역진단과 핵산을 이용한 분자진단이 동시에 가능하면서도 민감도가 높은 혁신적인 진단 플랫폼인 VEUS(Versatile, Easy, User-friendly System)를 개발했다.
VEUS는 전 과정 자동화, 고감도 광학 감지 시스템, AI 기반 이미지 분석, 특정 바이오마커 타겟별 식별 코드를 '길이'로 인코딩한 막대형 자성 입자를 통합해 높은 정밀도를 갖추면서도 면역 및 분자진단이 모두 가능한 다중 진단 기능을 동시에 제공한다.
또 진단 성능 평가와 임상 연구를 통해 외상성 뇌 손상(TBI), 패혈증,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독감, 코로나19) 등 다양한 질환을 1시간 이내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VEUS가 현장 진단과 정밀 진단의 장점을 결합하여 의료 현장에서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응급실, 원격 의료, 가정용 진단기기 등 다양한 의료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획기적인 진단 솔루션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김하진·권태준·강주헌 교수팀은 최근 인공 설계 분자인 펩타이드 핵산(PNA)을 이용한 '형광 현장 혼성화'(FISH)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FISH 기술은 특정 유전자 서열과 결합하는 형광 탐침(프로브)을 이용해 표적 DNA 또는 RNA의 존재 여부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분자 진단 기술이다.
특히 FISH를 이용한 세균 감염 감별은 기존 PCR 방식보다 싸고 빠르게 세균을 확인할 수 있고 최소 12시간이 필요한 배양 없이도 감염균을 직접 탐지할 수 있다.
탐침이 세균의 특정 유전자 서열과 결합하면 발생하는 형광 신호를 읽어 내는 원리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FISH 기술은 PNA 분자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2만종의 세균 게놈 서열을 분석해 특정 종의 리보솜 RNA에만 붙도록 PNA 서열을 설계했다.
PNA는 일반적인 DNA 기반 탐침에 비해 서열 불일치 민감도가 크며, 세균의 세포벽을 투과하는 성능이 뛰어나다.
또 두 개의 PNA가 모두 표적 부위에 달라붙어야만 신호가 발생하기 때문에 탐침 분자가 결합 부위를 잘못 찾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개별 세균 감염에 대한 검사뿐만 아니라 여러 세균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도 정확도를 높였다.
이 기술은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세균 7종을 개별 샘플에서 검출하는 실험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을 제외하고 모두 99% 이상의 검출 정확도를 나타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96.3%의 정확도로 검출됐다.
여러 종류의 균이 섞인 상황에서의 성능 검증을 위해 장구균과 대장균을 섞어 실험한 결과 두 균 모두 99% 이상의 검출 정확도를 보였다.
PNA 분자 두 개를 이용한 기술은 '포스터 공명 에너지 전달 현상'을 기반으로 한다. 두 개의 PNA 분자가 가까이 있을 때 한 분자에서 다른 분자로 에너지가 전달되는데, 이때 에너지를 받은 분자가 내는 형광을 측정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패혈증, 요로 감염, 폐렴 등 즉각적인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감염병 진단과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