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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5-03-26 10: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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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의료기기 업체들이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의료기기 업체들이 잇따라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속된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 외부 감사인의 ‘의견거절’ 등으로 퇴출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인트로메딕, 이오플로우는 각각 다른 배경에서 상장유지 마지노선에 서게 됐다. 특히 두 기업 모두 ‘존속’과 ‘퇴출’의 갈림길에서 마지막 생존 카드로 고군분투 중이다.


◆인트로메딕, 반복된 유증 연기에 상장폐지 심사 '3심째'


인트로메딕은 캡슐내시경 등 의료용 진단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한때 혁신적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오랜 기간 누적된 적자가 기업 존속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18년 이후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누적 영업손실만 263억원에 달한다. 특히 의료기기, 신재생에너지 등 주요 사업 부문 전반에서 손실이 발생하며 구조적인 경영난을 겪어왔다.


지난 2022년부터는 외부 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인해 주권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회계 투명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인트로메딕은 현재 마지막 단계인 3차 심사를 앞두고 있다.


회생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다섯 차례나 납입이 연기되며 투자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3월 말 예정된 유증 납입도 기한 내 이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개선계획서가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남아 있다. 이 계획서에서 한국거래소가 납득할 만한 구조조정과 경영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인트로메딕은 상장폐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인트로메딕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싸이월드 운영권을 인수하고 신규 법인 싸이월드제트 지분을 보유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수익성 악화만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싸이월드제트는 지난 2023년 당기순손실 63억원을 기록하며 인트로메딕의 실적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겼다.


◆이오플로우, 세계 최초 타이틀도 못 지킨 재무 위기 눈길


국내 최초로 무선 인슐린 주입 펌프를 개발한 이오플로우 역시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공개된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으며 즉시 거래가 정지됐다. 감사인은 감사 범위의 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 가능성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며 회사가 제공한 회계정보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오플로우는 설립 이래 적자행진을 이어왔는데 지난 2023년에는 영업손실 610억원, 당기순손실 64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36억원 많은 상황으로 유동성 위기가 심화됐다. 게다가 자본잠식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더 큰 위기는 미국 의료기기업체 인슐렛과의 소송이다. 지난해 말 미국 배심원단은 이오플로우가 인슐렛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4억5200만 달러(한화 약 6600억원)의 손해배상 평결을 내렸다. 해당 금액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면 이오플로우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상황이 악화되자 주요 기관 투자자들도 철수에 나섰다. 3회차 전환사채를 보유한 타이거자산운용, 하나증권 등은 손실을 감수하며 전환청구를 통해 빠르게 탈출했다. 아직 회수하지 못한 4회차 CB 투자자들도 손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오플로우는 최근 김재진 대표가 자산 매각 및 주식 담보 제공 등으로 80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유동성 위기와 소송 리스크가 동시에 겹친 현 상황에서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기기 산업의 구조적 취약점 조명


인트로메딕과 이오플로우 두 기업 모두 기술 기반 의료기기 벤처로 출발했으며 코스닥 상장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실질적인 수익 모델 확보에 실패했고 과도한 투자, 미비한 회계 투명성, 리스크 대응 실패로 인해 결국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의료기기 산업은 개발 기간이 길고 규제도 까다로우며 시장 진입 장벽 또한 높다. 혁신 기술 하나만으로는 장기적인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다. 여기에 투자 유치 실패나 외부 회계 문제, 소송 등의 변수가 더해지면 기업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두 기업 모두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경영진의 사재 출연, 유상증자 재추진, 자산 매각 등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미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거래소 역시 반복되는 적자와 개선계획 이행 실패에 더 이상 기회를 부여할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산업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하지만 기업 내부의 회계 관리, 기술 상용화 전략, 투자자 소통 등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은 없다"며 "상장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과 회계 투명성은 유지돼야 시장의 신뢰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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