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의 불법 대리수술 문제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국민생명안전네트워크,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 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부산 A병원과 경남 김해 B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유령수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계의 불법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환자를 보호해야 할 의료현장에서 무자격자가 수술을 집도하는 현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리수술은 비의료인이 의사 대신 수술을 집도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시민단체들은 "전문의가 아닌 무자격자가 의료행위를 하면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의 A병원은 의료기기 영업사원과 간호조무사 등 비의료인에게 수술을 맡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관련자 16명이 법적 처벌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십자인대 수술을 비롯해 환자의 혈관조직을 절제하거나 망치로 관절을 고정하는 등의 의료행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 B병원 또한 간호조무사가 의사 대신 수술을 진행했다는 의혹으로 지난해 10월 김해시보건소의 조사를 받았다.
이 같은 불법행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진행한 혐의로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또 다른 병원에서는 모발이식 시술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긴 의사가 수사를 받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 불법행위 지속되는 원인
단체들은 "솜방망이 처벌이 불법 대리수술이 반복되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상 대리수술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나, 실제 판결에서는 벌금형이 대부분이어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울산의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89차례의 불법 대리수술이 이뤄졌던 사건이 있다. 의사 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최종 선고까지 7년이 걸렸고, 그 기간 동안 병원은 오히려 규모를 확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의 D병원도 마찬가지다. K병원장은 2021년 6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단 35일 동안 152건의 대리수술을 진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단기간에 드러난 수치만 이 정도라면, 추가적인 불법 수술이 더 많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K병원장은 기소 후에도 방송 출연과 언론 홍보를 지속하며 공분을 사고 있다.
"보특법 적용해야 강력한 처벌 가능"
단체들은 "의료법 적용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보특법)과 형법상 상해죄·사기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병원 사례처럼 불법성이 크지만 의료법 적용만으로 벌금형에 그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벌금형이 적게는 수백만 원, 많아야 5천만 원 수준이며, 자격정지도 3개월에 불과해 병원 입장에서는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보특법과 상해죄·사기죄 적용을 통해 대리수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촉구했다.
한편, 오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D병원 관련 제4차 공판에서는 검찰 측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임영균 기자 safetyecon@gmail.com
출처 : 안전신문(https://www.safet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