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국제산업전시회에 몰려든 관객들. [사진=도쿄국제산업전시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 끝나고,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면서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고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 정작 문제는 젊은 인력을 구하는게 너무나 힘들다는 점이다. 현재 20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가 있긴 하지만, 그다지 의미없는 숫자다.
이에 취업 준비생들은 회사를 ‘쇼핑’하느라 바쁘다. 입사 합격 통보를 받은 후에도 더 나은 직장을 목표로 한 취업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취준생들은 업종과 연봉은 물론, 워라밸, 사무실 분위기 등 모든 것을 따져 자신이 일할 곳을 고른다. 취준생이 ‘갑’이며, 기업은 ‘을’이 된 상황이다. 이는 특히 산업 전반의 DX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 이에 따른 전문 인력의 태부족,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같은 일본의 상황은 국내 기업, 특히 이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로서도 ‘강 건너 불’이 결코 아니다. 기업들은 젊은 취준생을 붙잡기 위해 갖은 전략과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관한 심층 르포를 최근 공개한 LG경영연구원은 “파격적인 초봉과 승진 제도, 입사 결정 전 미국 연수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면서 “특히 선배 사원이 입사를 저울질하는 대학 후배를 만나는 이벤트를 통해 최종 입사 결정을 유도하거나, 심지어는 최후의 수단으로 부모님을 설득하는 ‘오야카쿠(親確)’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부모’와 ‘확인’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기업이 채용 단계부터 구직자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의 반대도 차단해 신입 인재의 이탈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는게 일본사회의 정서인 만큼, 자녀 입장에서 부모의 설득을 쉽게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 ‘알럼나이’ 제도 적극 활용
우선 일본 기업들은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중도 퇴사자를 적극 활용하는 ‘알럼나이(Alumni)’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일본 시가 총액 상위 30개 기업 중 12개 기업이 알럼나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19개 기업이 알럼나이 채용을 공식화했다.
알럼나이는 본래 ‘동문’ 내지 ‘졸업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일본 기업에서 알럼나이는 정년 퇴직자가 아닌 중도 퇴사자들을 일컫는 용어다. 퇴사 원인은 개인 사정이나 이직 등 다양하다.
물론 이전에도 비공식적인 네트워크와 퇴사자 등에 대한 ‘알음알음’ 재고용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큰 변화는 기업들이 퇴사자를 공식적인 인재 풀로 인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퇴사자 네트워크를 관리해주고 채용과 연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카주크(Hackazouk)’, ‘알루미(Alumy)’ 등의 HR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하카주크’는 SNS를 통한 알럼나이 간 폐쇄형 네트워크이며, ‘알루미’는 일본 HR솔루션 기업 리크루트가 출시한 채용 특화 플랫폼이다..
알럼나이 제도는 특히 인력난이 심각한 은행업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최근엔 제조업을 비롯한 전 산업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리크루트에 따르면, 2023년 산업별 알럼나이 채용 비율은 은행업, 정보서비스업, 제조업 순이며, 대체로 15% 안팎에 이를 정도다.
알럼나이 제도는 기왕의 회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IT기술 발달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수한 경력직 인재가 더욱 필요해진 것이다.
LG경영연구원은 그런 대표적인 사례로 ‘미쓰비시중공업’을 들었다. 이 회사는 연간 150명 규모의 경력직 채용이 필요했다. 이에 채용의 양과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로 알럼나이를 고려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퇴사 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는 알럼나이 전용 사이트 ‘웰컴백 채용’ 코너를 회사 홈페이지에 개설했다. 이곳에서 개인 정보를 등록하고, 채용 정보 확인이 가능하며 재입사 상담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수백 명의 퇴사자가 등록했고, 이를 통해 필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당장 채용하지 않더라도 전·현직자 간 네트워킹을 통해 외부 인사이트를 얻고 신사업 기회 발굴에 알럼나이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즈호 금융’은 알럼나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난해 7월 기준 1,529명이나 등록시켰다. 이들은 주로 30대 중후반의 10년 내외 경력자들이다. 알럼나이 전용 SNS를 통해 회사 관련 정보와 이벤트 등을 공지하고, 알럼나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오프라인 교류회까지 개최했다.
이를 통해 창업 목적으로 퇴사한 사람에게 그룹 벤처캐피탈(VC)과의 창구를 마련해주기도 하고, 퇴사자와 신규 창업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도쿄의 대형 매장 내부. [사진=도쿄한국관광사무소]
기업 간 ‘직원 맞교환’ 실험
기업들 간에 직원들을 ‘맞교환’하는 실험적 방법도 시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쉽게 말해 자사 직원 일부를 타사에 보내고, 그 만큼의 인력을 해당 회사로부터 영입하는 것이다. 이는 “젊은 인력의 확보가 어렵고, 기존 인력의 이직도 잦아지는 가운데, 기존 인력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해 잘 활용할 목적”이란 설명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의 통념을 깨는 ‘직원 맞교환’ 실험까지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고 말 그대로 직원을 서로 맞바꾸는 것은 아니다. 기업 간의 상호 계약 하에 직원들이 원 소속 회사의 정규 근무 시간 외 시간을 이용하는게 대부분이다. 그 시간에 타사에서 근무하며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고, 복귀하도록 하는 부업의 개념이다. 이때 원 소속 회사에서의 급여는 그대로 받고, 상대회사는 직원과 해당 회사 간 계약에 따라 추가 급여를 받게 된다. 일단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고,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 목적을 두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소니와 히타치는 “상대 기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폭넓은 시야와 역량을 가지고 스스로 일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상호 부업 실험을 한다”고 밝혔다. 두 기업들은 청년~중년 급의 소수 희망자를 대상자로 선정, 3개월간 정규 근무 시간 외 주당 최대 3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소니는 전자·반도체 신규 사업 부문의 AI·메타버스 서비스화 프로젝트 등에 히타치 엔지니어와 사업기획자를 활용했다.
또한 히타치는 AI·메타버스의 산업현장 적용 프로젝트에 소니 R&D 직원을 수용하기로 서로 합의했다. “경쟁 관계인 두 회사가 기업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R&D 부문에서 부업 실험을 했다는 점은 굉장히 파격적”이란 평가다. ‘직원 맞바꾸기’는 아직은 실험 단계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도 그 효과와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일본의 이런 사례를 소개한 LG경영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이 일본 기업처럼 악화된 인력난에 궁여지책까지 고심해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미래 인재 확보를 위한 나름의 전략과 인사제도 혁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 해법으로 그동안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퇴사자, 외국인, 프리랜서 등으로 인력 풀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기존 구성원의 리스킬링을 위해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미래 인력 확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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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소기업투데이(http://www.sbiz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