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술 장면(본 기사와 무관)
의료계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대리수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연세사랑병원, 이대서울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영업사원 대리수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두 병원의 사건은 비의료인이 의료 행위에 관여하도록 강요받는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1일 연세사랑병원 원장과 정형외과 의사 4명, 간호조무사 1명, 의료기기 영업사원 4명을 대상으로 한 3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K원장이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인공관절 부품 교체를 포함한 의료 행위를 지시하고 이를 수술 기록에 허위 기재한 혐의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대서울병원의 성형외과 A교수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A교수는 지난해 7월 인공관절 수술 중 부품 교체를 의료기기 영업사원 B씨에게 맡긴 혐의를 받고 있다. 병원은 해당 사안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문제의 교수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은 제품 설명 및 관리를 넘어 직접 수술 보조 역할을 강요받는 처지에 놓였다. 한 영업사원은 "거부하면 병원과의 계약이 끊길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랐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의료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환경에서 비롯됐다.
국민생명안전네트워크와 국민연대는 두 병원의 대리수술 사건을 강력히 비판하며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대리수술 문제가 솜방망이 처벌로 반복되고 있다며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적용해 무기징역과 면허 취소 등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세사랑병원과 관련해 최근 10년간의 수술 기록을 전수조사하자는 요구가 나왔다. 한 병원의 의사가 연평균 3000건 이상의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16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한 수치다.
이처럼 이대서울병원과 연세사랑병원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사건은 의료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비의료인의 의료 행위를 강력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진과 관련 병원 모두에게 엄격한 처벌을 내리는 법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의료기기 단체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공정한 계약 아래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