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사고가 발생하면, 불안전행동에 다름 아닌 휴먼에러(이하 ‘에러’)가 원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에러에 대해서는 상당히 일찍부터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는데, 각종 연구결과에서도 에러가 사고원인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고예방의 관점에서 이 에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첫째, 에러는 보편적인 것이고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에러는 모럴 문제가 아니다. 에러의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고 파국적일 수도 있지만, 에러를 일으키는 것은 숨을 쉬거나 잠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 생활의 일부이다. 인간의 불완전성은 완화될 수는 있지만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근절해서도 안 된다.
둘째, 에러는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성공과 실패는 동일한 심리적인 근원에서 나온다. 에러는 본질적으로 유용하고 적응성이 있는 것이다. 인간은 에러에 의해 안내를 받는 생물이다. 착륙등이 활주로의 경계를 표시하는 것처럼 에러는 성공적인 행위로 향하는 길의 경계를 표시해 준다. 만약 에러가 없다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에 부가결한 기술을 배우는 것도 습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셋째, 인간의 조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인간이 일하는 조건을 바꿀 수는 있다. 에러에 관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에러를 형성하는 심리적인 작용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복잡한 시스템에 내재하고, 때로는 열악한 작업현장이다. 에러에는 2가지 면이 있다. 즉, 심적 상태와 상황이다. 순간적인 부주의 또는 때때로 발생하는 망각은 피할 수 없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에 있어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에러의 함정을 파악하고 그것의 특성을 인식하는 것은 효과적인 에러 관리를 실시하는 데 필수적인 준비수단이다.
넷째, 가장 우수한 사람도 최악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소수의 부적절한 개인들이 대부분의 에러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에러 문제의 해결책은 비교적 간단할 것이다. 이러한 사람을 찾아내어 재교육하거나 해고하거나 또는 해를 끼치지 않도록 다른 자리로 이동시키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꽤 다르다. 최악의 사고 중에는 오랫동안 비난할 여지가 없는 기록을 가지고 상당한 경험을 축적한 사람이 저지른 에러가 원인이 된 것도 있다. 에러는 언제든지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가장 우수한 사람이 가장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에러는 전체 시스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섯째, 사람은 의도치 않게 저지른 행위를 쉽게 피할 수 없다. 에러를 저지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감정적으로는 만족을 주지만 개선방법으로는 그 효용이 크지 않다. 도덕적 판단이 적절한 것은 행위가 의도대로 이뤄지고 의도가 비난받아야 할 경우뿐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행위가 계획한 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비난과 제재는 개선효과에 많은 한계가 있다. 우리는 비난(제재)과 결과책임(accountability)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에러를 저질렀다고 해서 반드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에러에 대하여 결과책임을 져야 한다. 에러를 저지른 사람이 그 에러를 인정하지 않고 재발을 피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교훈이 얻어지지 않고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
여섯째, 많은 에러는 되풀이되는 패턴을 보인다. 에러는 상황의 독특한 조합, 또는 작업과정에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직면하는 작업상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전자는 무작위 에러이고, 따라서 그 발생을 예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후자는 시스템 에러 또는 재발성 에러이다. 인적 요인에 기인하는 사고의 반 이상은 이전에 발생한 적이 있고, 그중 많은 것은 여러 번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유지보수의 어떤 측면, 특히 재조립 또는 재설치에서는 특별한 종류의 에러, 특히 생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되풀이되는 에러 유형의 방지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한정된 에러 관리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에러 관리를 위한 유일한 최선의 기법은 없다. 인적 요인 문제는 조직의 각 레벨에서 발생하고 다른 관리기법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에러 관리 대책의 유일한 최량의 패키지도 없다. 어떤 기업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는 방법이 다른 기업에서는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다. 에러 관리 원칙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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