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음주 뺑소니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 구속됐다. 통상적으로 음주운전 중 사고로 인해 수사 중 구속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사고 후 도주하고 매니저에게 거짓 자수하도록 했으며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맥주를 산 정황 등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형사 사건에서 마찬가지이지만 자칫 증거를 인멸, 위조하려다 그것이 발각되면 구속과 같이 신병조치가 이뤄질 수 있고 그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으로부터 더 많은 의심을 받게 되고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건에서도,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후 기업 담당자들이 부재하던 문서를 새로 작성해 두거나 기존 문서상에 문구를 추가·삭제하는 등 변경하기도 하며 사고발생 당시 현장에 없던 안전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두는 등 현장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임원급 책임자 지시로 그러한 조치가 이뤄지기도 하고 담당자가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기도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2022년 7월경 경기 양주시 한 아파트에서 오수관 점검 작업 중 추락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관리소장이 작업 중 착용하지 않았던 안전모에 혈흔을 묻혀 추락 사고 장소에 두도록 하는 등 현장을 훼손한 사실이 발각돼 언론상 오르내리기도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 발생 현장을 훼손하거나 고용노동부의 원인 조사를 방행하는 행위를 별도의 범죄로 구성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산업안전보건법 제170조제2호, 제56조제3항),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형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형법 제155조제1항). 이처럼 중대재해 발생 시 관련 문서를 사후적으로 작성 또는 변경하거나 현장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중대재해 발생 그 자체에 따른 범죄가 성립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구속의 사유가 되거나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관련자들이 모두 경황이 없어 순간적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책임자는 중대재해 발생 시 관련 임직원들에 대해 위법하게 문서를 작성∙변경하거나 현장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회사의 방침을 단호하게 고지하고 실제 관련자들이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사후적인 문서 작성·변경 및 현장 훼손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수사기관에서 요구할 것이 예상되는 자료들을 사전에 파악해 취합하고, 작성 상태가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도 안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흡한 점이 있다면 그 이유를 파악하고 수사기관에 합리적으로 설명할 근거를 찾아야지 미흡한 점을 임의로 고쳐서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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