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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4-06-02 11: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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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shou Taketora

일본 〒106-0032 Tokyo, Minato City, Roppongi, 3 Chome−14−14 Vort 六本木 Briller 1F

百人町 近江家

2 Chome-4-1 Hyakunincho, Shinjuku City, Tokyo 169-0073 일본

라멘집 TAKETORA에서1

ABBEY ROAD의 ‘비틀즈 열기’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나니, 해장 겸 라면 한 그릇이 땡겼다. 롯폰기는 미군기지 철수 이후에도 대표적 유흥가로 자리 잡아 24시간 풀가동이었다. 롯폰기역 주변엔 유흥업소나 나이트클럽도 굉장히 많아서인지, 라멘집 가는 길에 몇 번씩이나 호객행위 하는 흑형들도 마주쳤고 ㅎㅎ~


드디어 라멘집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상호는 TAKETORA, 웬지 맛집일 것 같아 잠시 뜸을 들이다 바로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츠케멘 맛집으로 유명한 데였다. 오밤중이었는데도 잠시 웨이팅하고 들어간 기억이 난다. 밤중에 해장을 라멘으로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이겠지 ^^

라멘집 TAKETORA에서2


한국에서 신라면처럼 인스턴트화된 유탕면에 익숙해서 일본 라멘도 비슷한 거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었다. 직접 재료를 준비해서 끓여내는 ‘생라면’인 라멘은 그 정체성이 ‘요리’인 점에서 ‘간편식’인 한국 라면과는 차이가 나는 걸 잘 몰랐다. 일본의 경우 중화요리집의 면요리로 시작해서 이를 간략화한 인스턴트 라멘을 개발했고, 이 인스턴트 라멘을 삼양라면 등에서 수입함으로써 한국라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라멘이 ‘요리’고 ,한국에서는 ‘간편식’인 듯... 


이날 우연히 들른 라멘집 TAKETORA는 신주쿠점이 본점이고, 이 곳 롯폰기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까지 점포를 넓힌 식당이었다. 상호를 竹虎(TAKETORA)라고 정해서 그런지 실내 곳곳에 호랑이 그림이 넘실댔다. 멘쇼(MENSHOU, 麺匠) 라는 말이 상호 앞에 붙는 걸 보니, 면장, 면의 장인으로 평가가 난 집인 듯했다. 


주전공이 츠케멘 라멘인데, 츠케멘(つけ麺)은 곧 ‘찍어먹는 면’이란 의미다. 탕수육으로 판을 바꾸면, ‘찍먹부먹’중 찍먹에 해당하는 것. 면 고유의 맛도 국물만큼 중요하다고 보는 집인데, 이날 나는 해장이 급해서 미소 라멘을 골랐다. ABBEY ROAD의 열기 속에 자정이 넘은 시간에 도착한 거라, 아늑한 개인실에서 라멘을 먹자니 졸음이 밀려왔다. 거기에다 해장으로 먹기엔 내 입맛엔 조금 짰다. 적당히 물을 간간이 마시면서 간을 조절해야 했다 ㅎㅎ~. 닭뼈 육수와 돼지 뼈 육수가 적절히 조합된 육수에 간장과 건어물로 풍미가 더해져 속까지 꽉차는 느낌은 좋았다. 다음 기회에 컨디션 좋을 때 제대로 라멘을 맛보기로 하고, 서둘러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신오쿠보역 인근 햐쿠닌쵸 오우미야 百人町에서1

긴 밤의 강행군과 숙취로 컨디션은 많이 다운되어있었지만, 갈 길을 가야했으므로(^^) 멍한 눈으로 숙소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럴 땐 따끈따끈한 국물의 가케소바(掛けそば)가 입맛에 딱인 것 같아 동네 소바집을 찾았다. 숙소 근처에 바로 보였다. 한 그릇 먹고 나오면서 입구 위쪽의 간판을 보니까 창업 연도가 메이지 32년이었다. 메이지 천황이 즉위한 게 1868년이니까 1899년이 메이지 32년, 가볍게 100년이 훌쩍 넘게 운영된 식당임을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식당에 들어가자 마자 고령의 노부부가 식사하는 모습과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고 부자지간에 아침을 먹는 모습이 편안한 식당 내부 인테리어와 잘 어울려보였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소화력이 떨어지니까 소화가 잘 되면서 국물이 위장을 잘 달래주는 오래된 식당이 노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일본에서 소바 식당은 면 요리식당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접대용’ 가게로도 이용하는, 특히 장년층 이상의 지지를 탄탄하게 받는 곳이다. 그래서 정통 소바식당은 한국의 설렁탕집과 비교되기도 하는 만큼 구세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특히 정통 소바 전문점은 코스 형식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격대도 비싼 편이며 맛도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편이기 때문에 노인들 입맛에 맞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역에서는 소바를 선호하고,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역은 우동을 선호한다는 얘기가 많다.


한국에 있었으면 당연히 냉모밀 즉 자루소바를 시원하게 먹었겠지만, 숙취로 속이 쓰리고 멍해진 이날 아침엔 그저 온면인 가케소바가 적격이었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소바하면 간장베이스 국물에 메밀면을 섞은 가케소바가 대세였다. 그날 아침에 온 손님들은 모두 가케소바를 기본으로 주문하는 듯 했다. 우리나라에서 ‘우동 한 그릇’이란 제목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의 원제도 ‘가케소바 한 그릇(一杯のかけそば)’이다.


소바는 일본 내에서 일본 면 요리의 원점이자 정점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에도 시대 이래로 수백 년째 완성된 형태가 변하지 않는 유서 깊은 음식이고, 인기 또한 꾸준하기 때문이다. 라멘, 우동처럼 진화가 자유로운 면 요리는 아니지만 현대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담백한 맛을 더는 손댈 필요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게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신오쿠보역 인근 햐쿠닌쵸 오우미야 百人町에서4

젊은 층이 자주 찾는 대중 소바가 아닌 정통 소바는 ‘요리’의 성격이 강해서 간단히 한 끼 떼우러 갈 곳은 아니었다. 풍성한 내용물과 정성껏 가미된 고명과 양념을 보노라면 든든한 한 끼 그 자체였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니 비로소 식당내부의 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ㅎㅎ~. 장기 숙성된 술들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었고, 긴 세월의 역사가 곳곳에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감각으로 들어가 본 식당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단한 소바집이었다. 이 식당은 역사있는 소바집 협회라고 볼 수 있는 木鉢會 키바치카이 가맹점이었고, 도쿄도내에 23개 점포밖에 들어있지 않은 정통 소바집 집단에 속한 곳이었다. 이 모임엔 3대째 소바전문점을 하는 가게들이 모여있다고 하는데,

그말은 역으로 새로 소바집을 차려서는 아무리 잘해도 이 모임에는 들지 못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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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쿠보역 인근 햐쿠닌쵸 오우미야 百人町을 나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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