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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4-06-02 10: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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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폰기

9 Chome-7-39 Akasaka, Minato City, Tokyo 107-0052 일본

Seizaemon Roppongi

일본 〒106-0032 Tokyo, Minato City, Roppongi, 3 Chome−14−9 ユア六本木ビル B1F

롯폰기행 전철을 타고1

저녁에는 비틀즈 테마의 라이브 음악공연장 Abbey Road에 가기로 했다. 일단 롯폰기역을 향해서 전철을 탔다. 전철역 안에서 두리번거리다 보니 그새 낯익은 ‘노란바탕의 빨간 글씨’ 타워레코드 홍보물이 큼지막하게 눈에 들어왔다. “NO MUSIC, NO LIFE.”ㅎㅎ~ 그래서 이 밤에 ‘비틀즈’를 만나러 가는거지. 역시 표정은 거짓말을 못한다. 전철 안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순진무구한(?) 마음이 잔뜩 돋아나 있었다. ^^

롯폰기행 전철을 타고2

롯폰기역에서 내렸다. 도쿄 번화가의 대명사인 롯폰기는 서울의 이태원, 압구정동, 신사동, 문정로데오거리를 합쳐놓았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롯폰기(六本木)는 여섯 그루 나무를 의미하는데, 에도시대의 6개 다이묘 가문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2차대전 후에는 미군 기지 및 시설들이 들어서서 이국적인 문물과 문화가 많이 유입된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TV 방송국이 들어서고 연예인들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회사원, 금융서비스업 종사자 뿐만아니라 휴가나온 군인들에게도 인기 높은, 밤이 매력적인, ‘번화가’의 대명사가 되었다. 


롯폰기역 주변을 슬슬 둘러보면서 도쿄 도심의 속살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한참 걸어다니다 보니 저녁 때가 되었고, 오늘따라 야키니쿠가 땡기던 참에, 눈앞에 느낌이 오는 식당이 보였다. 바로 들어갔다. 수많은 여행길에서 동물적 직감으로 식당을 선택했는데, 대충 적중했다. 식당 간판의 은은한 빛깔과 아늑한 조명이 내 가슴에 스며든다 싶으면 여지없이 맛집이었다. ^^

야키니쿠는 굽다라는 의미의 야키(焼)와 고기라는 의미의 니쿠(肉)가 합해진 말인데, 직역하면 '구운 고기'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한국인들 중에서 해방 이후에도 일본에 남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석쇠 위에 적당히 얇게 편 고기를 구워 팔기 시작한 게 야키니쿠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즉, 그 뿌리가 한국의 갈비구이나 불고기에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국물 있는’ 서울식 불고기 요리와는 조금 형태가 다르고 찍어 먹는 소스도 다르긴 하지만.

야키니쿠 전문점 세이지에몬(Seizaemon) 내부

식당 내부로 들어갔다. 계단으로 내려가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가게였던 것 같다. 상호는 세이지에몬(Seizaemon), 야키니쿠 전문점이었다. 식당 내부는 본격적인 식사 타임 전이어서 한산했지만 단아한 인테리어에 고급스런 느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적당한 양의 고기와 맥주 한 잔이면 저녁의 풍미가 그만이겠다 싶었다.


적당히 주문을 한 후, 서빙을 하는 직원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뛰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지적인 세련미가 느껴지는 일본 여성이었는데, 다행히 영어를 제법 잘했다. 이것저것 도쿄와 일본의 최근 상황이나 음식 주문 내용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친해져서 자리에 합석해서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원칙상 손님 좌석에 합석은 안 하는 게 맞지만 세상은 원칙만으로 돌아가진 않는다. 


고기도 정갈하니 맛있고, 도심을 걷느라 갈증이 나던 차에 마시는 맥주와 찰떡궁합이 되어 푸짐하게 먹었다. 원래 일본인들은 육식문화에 매우 낯설어서 더러운 동물로 인식되던 돼지를 잘 구워 먹지 않았다. 더군다나 ‘더러운 것’이나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하던 막창, 간, 염통 같은 각종의 내장을 먹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장은 오사카 지방 방언으로 호루몬이라 불렀는데, 그 의미는 버리는 것, 쓸모없는 것, 쓰레기란 뜻이다. 이렇던 일본이 본격적으로 야키니쿠를 먹게 된 것은 70~80년대가 되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일본 여행길의 식당에서 무수히 만나게 되는 메뉴판의 ‘호루몬’이란 부위가 과거에는 그토록 기피 대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70~80년대가 되면서 일본도 환풍기나 에어컨 시설이 전국적으로 보급되었고, 일본경제가 급속도로 크게 성장하는 추세와 발맞추어 화재에 강한 철근 콘크리트 건물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이 때 일반인들의 가계도 경제성장에 힘입어 소득증가에 따른 육류 소비 확대의 여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때마침 미국, 호주 등으로부터 농축산물 수입이 증가하면서  해외 산 소고기 수입이 대량으로 이뤄졌고, 이를 취급하는 야키니쿠 식당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야키니쿠는 서서히 일본인들에게 대중화될 수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벽면에 나란히 진열된 일본 사케의 유혹을 뿌리치고, 1병만 마시고 작별을 고했다. 비틀즈 음악이 진동하는 ‘Abbey Road’의 긴긴 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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