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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4-05-26 09: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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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거리 후미진 골목

도쿄도

일본 도쿄도

오모이데요코초

1 Chome-2 Nishishinjuku, Shinjuku City, Tokyo 160-0023 일본

도쿄 숙소에 도착하여 여장을 푸니 어느새 밤은 이슥해졌고 비마저 추적추적 내렸다. 완전 술이 우리를 부르고, 우리가 술을 부르는 밤인 것이다. ㅎㅎ~ 지인과 함께 선택의 여지 없이, 신주쿠 번화가 속에 숨어있는 좁은 골목, ‘추억의 거리’로 향했다. 정말 작은 가게들이 우루루 몰려있는, 손님들은 모르는 사람끼리도 다닥다닥 붙어서 앉아야 하는 그곳으로 ^^. 야마노테선 신주쿠역 서쪽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라 접근성도 좋았다.

어느 가게에 들어가서

1) 추억의 거리(오모이데 요코초, 思い出横丁)에서


이젠 정말 추억의 거리가 돼버렸다. 그놈의 코로나19 이후  작은 선술집 골목으로 깨끗하게 정비되어 버린 것이다 정나미가 떨어지게(?). 예전처럼 오픈되어있는 매장에서 야키토리를 굽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추억의 모습으로만 남게 됐다. 여행갔던 당시만 해도 관광객들과 퇴근한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요기하면서 술마시는 독특한 분위기가 참 재미있었는데...


일본 감성이 가득한 이 곳은 패전 이후, 모든 게 망가져버린 역 주변에 오뎅, 덴뿌라, 헌책 등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장사를 하던 게 오늘날 까지 이어져서 장사하면서 형성된 곳이 바로 추억의 거리다. 초기에는 암시장이 들어서기도 했고, 소나 돼지의 내장을 팔기도 했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장 꼬치구이를 파는 작은 선술집들도 많이 있다.

야키토리를 안주삼아 사케 한 잔 하고

한국의 닭꼬치 요리와는 같은 듯 다른, 야키토리. 1980년대 까지는 일본에서 라멘과 함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장인들이 고급화에 성공해 10만원~20만원 사이의 야키토리 오마카세가 엄청나게 인기를 끌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야키토리 먹는 법과 관련해서 꼬챙이를 빼고 먹냐 그냥 먹냐의 논쟁이 있는데, 마치 한국에서의 탕수육을 부먹으로 먹느냐 찍먹으로 먹느냐의 주장처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ㅎㅎ~ 꼬챙이를 끼워서 먹는 것이 양념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긴 하다.


한밤중에 한국에서 날아와 여독이 풀리기 전에 부슬부슬 비내리는 저녁에 맛보는 사케와 야키토리가 후미진 신주쿠 뒷골목 분위기와 어우러져 추억에 잠기게 했다.

로컬 횟집에서 청춘의 열기에 취하고

2) 로컬 횟집에서


추억의 거리에서는 말 그대로 간단한 요기만 했으므로, 그냥 숙소로 돌아가는 것은 뱃님을 진노케 하는 일이 된다 ㅎㅎ~. 그래서 동물적 감각으로 들른 곳이 현지 로컬 횟집. 들어가 보니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젊은 청년층이 주 손님인 곳이었다. 청춘의 열기 속에 함께 있자니 세월이 20년 이상 되돌려지는 듯했다. ^^


일본은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라 사시사철 싱싱한 수산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수산물천국이다. 회(사시미)나 초밥(스시)을 비롯해서 다양한 수산물을 활용한 요리가 풍부하다. 어지간히 신선하지 않으면 생으로 먹을 수 없는 등푸른생선의 횟감이나, 한국에서는 본 적도 없는 희귀한 어종을 동네마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곳이 일본이다. 그 때문인지 그냥 쓱 들어와 본 로컬 횟집도 나무랄 데 없는 깔끔한 맛이 느껴졌다. 평범해 보이는 꽁치구이도 간장에 살짝 찍어 먹어보면 고소함과 풍미가 잔잔히 배어나왔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7세기부터 육식금지령이 내려져 19세기 말에 폐지 될 때 까지 1000년도 훌쩍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공식적으로 육류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는데, 아마 이 때문에 유일한 단백질원이 되다시피한 수산물의 가공, 유통기술이 잘 발전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이후 여러 차례 일본 여행길에서 편의점이나 기차역에서 맛 본 생선초밥도 맛이 정갈했다. 지하철역 주변의 식당에서 맛본 수산물들로 마찬가지로 입에 맞았다.  


그러나 세상일은 내일을 알 수 없다. 수산물 천국 일본에서도 2001년에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20년 넘게 수산물 연간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2022년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수산물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까지 터져 수산물 소비 감소 경향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도쿄와 수도권 인근에서 소비되는 수산물의 주요 생산지인 후쿠시마현의 어업이 원전사태로 직격탄을 맞은게 큰 원인인 듯 하다.


아무튼 당시는 아무 생각없이 분위기에 취해 맛있게 먹고 지인과 정담을 나누기 바빴다 ㅎㅎ~. 첫날 신주쿠의 밤은 여독을 잊은 채 끝날 줄을 몰랐다.

24시간 영업중인 로컬 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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