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4-05-26 08:30:08
  • 수정 2024-05-26 09:21:32
기사수정

선전 시

중국 광둥 성 선전 시

마카오

마카오

홍콩

홍콩

2) 마카오(澳門, Macau)


마카오 하면 일반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도박, 유흥, 관광, 쇼핑이다. 2007년에 이미 라스베이거스 도박 매출을 추월한 이후로도 계속 폭발적으로 매출이 늘어나고 있으니 마카오는 가히 세계 최대의 카지노 도시라 할 수 있겠다. 


카지노에 돈이 몰리니 유흥과 쇼핑은 자연히 따라서 붐을 일으키는 것이고, 여기에 16세기 이래 포르투갈인들이 지어온 남유럽풍 고건축이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다가 독특한 퓨전 음식이 더해지니 관광도 활성화된 듯하다.


마카오의 현황을 좀 더 이해하려면 포르투갈과 얽힌 지난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르투갈은 지중해 패권을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게 완전히 장악당한 후, 이탈리아반도의 베네치아, 피렌체, 제노바 공화국에게 마저 밀려버리자 그 타개책으로 서쪽으로 대항해를 시작했다. 


마침내 아메리카 대륙을 석권하고 동남아시아를 차례차례 정복해나갔지만, 당시 세계 최강대국 명나라에게 1521년 1522년 연달아 타마오 전투와 시사오완 전투에서 대패하게 되었다. 동아시아 거점이 필요했던 포르투갈은 할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매년 막대한 양의 세금을 명나라 조정에 바치고 자국 상인들의 거주지로 마카오 반도 일대를 임차해서 사용한 것이 오늘날 마카오가 있게 된 유래다. 


그래서 수 백년의 역사가 묻어있는 마카오 구시가지에는 이베리아반도의 유럽풍 체취를 느낄 수 있고, 아기자기한 먹자골목도 많아 가족이나 연인끼리의 짧은 여행지로서는 제법 괜찮아 보였다. 포르투갈과 마카오의 음식문화가 버무려진 퓨전 음식도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아무튼 선전을 출발하여 새벽 2시에 마카오 페리 터미널에 도착하여 숙소에서 단잠을 잔 후 늦은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고, 마카오 시내를 어슬렁 어슬렁 산책을 나섰다. 황금색 빌딩을 비롯 돈이 묻어나는 듯한 무수한 빌딩 숲을 헤쳐나가면서 눈에 보이는 건 절반이 보석이고 시계였다. 사방에서 “Money talks.”라고 외치는 듯 했다. 


라스베가스의 베네시안호텔을 본따서 만들었다는 마카오의 베네시안 호텔은 실내에 설치된 대규모(?) 운하에 곤돌라가 떠다니고, 실제 하늘과 비슷하게 꾸며놓은 인공 하늘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유럽풍의 격조 높은 호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각종 매장에는 국내보다 저가의 고급제품들이 많아 쇼핑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 같았다. 엄청난 관광객 인파의 물결 속에 별천지와 같은 호텔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배에서 기별이 왔다. ㅎㅎ~ 바로 푸드코트로 직진하여 간단한 요기꺼리를 주문하고 일행과 담소를 나누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재미 삼아 둘러보았다. 


그러고 있는데, 저쪽 너머 일군의 젊은 여자분들이 우리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 차림새가 직업여성(?) 느낌이 약간 비쳤다. 큰 부담 갖지 않고 돌아가는 사정을 알 겸 해서 미소로 응대했더니 우리 테이블로 왔고, 자연스럽게 합석했다.  햄버그&스낵으로 대접(?)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봤는데, 5-6명이 다 출신국이 달랐다. 러시아,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태국 등이었던 것 같다. 마카오의 눈먼 돈을 찾아서 출장길에 나선 프로페셔널들이었다. 더 이상의 관심을 나타내지 않자 감사 인사를 남기며 쿨하게 떠나갔다.


마카오는 명실상부한 도박의 도시다. 중국 본토의 도박 매니아들이 비행기 타고 라스베이거스까지 갈 필요 없이 마카오에서 하는 것이 시간, 비용면에서 효율적이고, 화려함에서도 별로 밀리지 않으니까 마카오에 마구마구 몰려드는 것이다. 여기에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 산업 자본들까지 대거 몰려들고 있어 카지노의 모회사가 대부분 미국기업들이라고 보면 될 정도다.


이러한 도박의 도시에 왔지만, 나는 도박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굳이 이유를 댄다면 두 가지 정도 떠오른다. 하나는 20대 때, 청춘을 담보 잡히고 행정고시에 승부를 걸었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대부분 다 붙는 3차 면접에서 탈락했던 경험이 매사를 신중 모드로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파란만장했던 30대 때, 과천경마장에서 경마예상지사업을 1년간 했을 때 도박하는 사람들의 말로를 너무나 가까이서 생생하게 접해봤던 경험 때문이다. 


도박에서 유일하게 승리하는 길은 땄을 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이것이 미치도록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은 잠시 딸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탈탈 다 털리게 되어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경마장에 007가방을 들고 와서 크게 베팅하던 일군의 깍두기 스타일의 사람들... 대략 얼굴표정에 그 날의 승패가 나타나는데, 오후 2-3시까지는 표정이 밝은 사람 수가 꽤 되지만, 파장 무렵이 되면 얼굴이 대부분 흙빛으로 변해버린다. 몇 천 만원 벌었다고 좋아하던 것도 잠시이고, 집 한 채 마련하겠다고 덤볐다가 다 털리고, 빚까지 지는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게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도박은 딴 것은 오래 기억하고 잃은 것은 자꾸 잘 잊어버린다. 기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1년간 함께 일하던 경마 경력 30년이 넘는(어릴 때 아버지 등에 업혀서도 다녔다는 ㅎㅎ~) 동료가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절대 베팅하지 말라고. 일년중 4-5번만 자기가 소스를 줄 때 소액만 재미로 하라고. 다행이 나는 그 말을 지켜서 베팅으로 인해 피해는 보지 않고 소액을 땄던 그 때가 지금도 기억난다. 


그만큼 도박으로 돈을 장기적으로 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건설 시행으로 큰 돈을 버는 길도 큰 프로젝트 한 두 건 성공하면 바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오죽하면 말하겠는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지만 그 기회가 평범한 사람에게는, 운이 닿으면 한 두 번 오는 것이지 자주 오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성바울 성당, 세나도 광장, 육포거리

세나도 광장, 성바울 성당 등 주요 랜드마크를 비롯하여 육포거리, 뒷골목의 맛집들, 구시가지 구석구석의 아기자기한 길들을 걷다가, 구시가지를 벗어나 신시가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초현대식 대형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건물들 뒤에는 미국 자본과 화교자본의 희미한 그림자가 여울져 있었다. 

 

한번은 도로가 길을 걷다가 한국의 분식집처럼 생긴 식당으로 요기도 할겸, 더위도 식힐 겸 들어갔다. 맛있어 보이는 볶음밥으로 통일해서 시키고 시원한 물 좀 달라고 했다. 시원한 물은 없다는 답변이 금방 나왔다. 일행 중 한 명이 몹시 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거듭 요청했더니, ‘정그러시면 얼음을 좀 띄워 드리겠다’ 고 한다. 


중국 남방이나 동남아 지역에서는 사실 좀처럼 여름에도 찬물을 들이키지 않는다.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나도 찬 체질이라 여름에도 항상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있다. 우리 할머니처럼 어릴 때 자라 피를 많이 드셔서 몸이 뜨거워 여름에도 찬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시고도 98세까지 장수하신 분도 계시지만 몸이 뜨거운 체질이 아닌 사람은 여름에도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볶음밥은 정말 맛있었다. 만국의 사람들이 다 좋아할 수 있도록 글로벌한 입맛에 맞춰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관광객이 붐비는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간혹 불심검문 당하는 경우도 보였다. 마카오가 워낙 카지노 관련해서 오버스테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꼭 여권과 체류증을 잘 챙겨 불필요한 일로 시간을 뺏기는 낭패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금쪽같은 시간을 내어 해외에 왔는데, 엉뚱한 일로 감정 에너지를 쏟지 말아야 하니까. 


(to be continued)


#선전(Shenzhen) #마카오 #홍콩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도시 #포르투갈

#타마오전투 #시사오완전투

#이베리아반도 #과천경마장

#세나도광장 #성바울성당 #육포거리

#하이리스크하이리턴 #Money talks

#볶음밥 #불심검문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new.kscn.co.kr/news/view.php?idx=3176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1,105. 월요편지 삶의 희로애락만큼 가을도 깊어갑니다.
  •  기사 이미지 ks06 다년간 지도경력 원장직강 (함수학4층, JYP영어2층)
  •  기사 이미지 1,104. 월요편지 가을도 삶도 아름답고 맛있게 익어갑니다.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