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은 ‘해부학’ 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본과 1학년에 들어가자 마자 우리는 이 무시무시한 과목을 이수해야 했다. 본래 문학과 음악과 춤 추는 것에 심취해 있던 나는 적응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해부학 교실은 클로로폼 소독약 냄새로 강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급우들 4명이 한 조가 돼 밤 11시까지 지정된 시신의 피부와 근육, 그리고 말초 신경의 한 가닥까지도 찾아내고 공부해야 했다.
그때 내가 공부했던 안면 근육증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미소 근육’ 이라고 부르는 ‘리조리우스’ 근육이다. 우리의 생명이나 몸의 활동에는 큰 영향이 없는 이 작은 안면근육은 구강 양쪽에 위치해 있다. 웃으면 ‘보조개’를 파이게 하는 것이 바로 이 근육이다. 엄격하고 근엄한 해부학 박 교수님이 이 보조개 근육에 대해 얘기하실 때 나는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저렇게 딱딱하고 웃는 얼굴이라고는 찾아보기도 어려운 교수님에게도 그 근육이 있을까?’라고 했던 그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어려운 1년 동안에 나는 안면신경과 많은 척추신경들을 낱낱이 찾았다. 각종 장기와 척추뼈와 두개골을 공부했다. 두개골에 뚫린 구명 이름을 외우고, 그리고 통해 나오는 신경과 동맥의 이름들을 외웠다. 그때 외웠던 수백 개의 뼈 이름들이 이제는 책을 들쳐보기 전에는 기억에서 아련하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나는 해부학을 무사히 끝마쳤다.

많이 웃아보아요
세월이 상당히 흘렀지만, 여전히 보조개 미소근육이 내 머리에 생생한 것은 아마 정신과 의사라는 특수한 분야 때문일지 모른다. 특히 나는 소아와 청소년을 많이 본다. 그리고 내 환자의 부모들이나 주위 어른들게 ‘리조리우스’ 근육을 많이 강조한다.
그냥 “많이 웃어보세요”라고 말하면 많은 한국 부모들은 ‘주책 같다’는 인상을 받을까봐 망설인다. 게다가 우리 풍속이 어디 함부로 웃는 것을 가르쳤는가?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많다. 학교에 가면 왕따 당하기도 쉽다.
그래서 나는 부모들에게 ‘리조리우스’ 근육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 근육들을 쓰게 하면서 거울을 보라고 권한다. 본인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서 대부분은 정말로 웃는다.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가!
이렇게 웃고 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대뇌에서 각종의 뇌전파물질(세로토닌, 도파민, 엔돌핀 등)이 순간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떄문이다. 대뇌는 똑똑한 것 같지만, 사실은 의도적으로 길들일 수 있는 몸의 장기 중 하나다.
구소련 시기 파블로프라는 학자가 훈련시켰던 영리한 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개에게 음식을 줄 때마다 종을 울렸더니, 나중에는 음식이 없이 종소리만 들려도 침을 흘리지 않았다던가!
우리가 웃으면 이 근육을 관장하는 대뇌 조직은 여기에 금방 속아넘어가, 몸에 “기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신호를 보낸다. 이때 흥분된 신경세포에서 쏟아져 나온 화학물질들은 우리의 감정 뇌를 자극하고, 마음과 몸에 기쁨의 소식을 전한다. 덕분에 정말로 즐거움이 샘솟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식 행동치료다.
보조개 근육에 대해 늘 인식하고, 웃으려 노력하자! 그리고 이것을 실생활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행동요법이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하늘이다. 나를 보며 웃음짓는 하나님을 생각해보고 그렇게 따라 살아보자.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입력 2024.05.13, MDFOCUS 新명의열전, MD저널,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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