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복의 그림으로 보는 조선 후기 패션 트렌드
조선 후기 패션 트렌드는 어땠을까요?
당시 유행한 패션과 그 유행을 주도한 패션 리더들이 누구인지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신윤복의 그림이에요! 신윤복은 자신만의 섬세한 선과 선명한 색을 사용하여 그림 속 인물을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신윤복의 그림을 통해 당시 유행한 옷차림을 유추해볼 수 있죠. 신윤복의 그림을 보며 조선 후기 패션 트렌드를 살펴보아요!
신윤복 <미인도>(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문화재청
조선 후기 여성들의 패션 트렌드를 이끈 인물은 기생입니다. 기생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조선 후기 유행한 여성 패션인 ‘트레머리’와 ‘하후상박’을 엿볼 수 있죠.
트레머리는 가체를 사용하여 다양하게 연출한 머리 형태입니다. 하후상박은 치마는 풍성하고 상의는 꽉 조이게 입는 차림새로, 조선 후기에 크게 유행한 패션 경향이에요. 그림 속 여인은 깃과 고름, 곁마기에 자주색 천을 덧대고 소매 끝동에 옥색을 더한 저고리를 입었습니다. 저고리에 색색의 천을 덧대 멋을 냈지만, 상체에 꽉 끼고 기장이 매우 짧은 형태인 것을 알 수 있죠. 반면, 치마는 속치마를 여러 겹 겹쳐 입어 매우 풍성하게 연출했습니다. 멋을 위해 실용성과 편안함을 포기한 듯한 모습입니다. 조선 후기에 크게 유행한 하후상박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사소절」에서 여인들의 복식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찾아볼 수 있어요.
옷깃을 좁게 깎은 적삼이나 폭을 팽팽하게 붙인 치마는 의복이 요사스럽다.
새로 생긴 옷을 시험 삼아 입어 보았더니, 소매에 팔을 꿰기가 몹시 어려웠고, 한 번 팔을 구부리면 솔기가 터졌으며,
심한 경우에는 간신히 입고 나서 조금 있으면 팔에 혈기가 통하지 않아 살이 부풀어 벗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소매를 째고 벗기까지 하였으니, 어찌 그리도 요망스러운 옷일까!
대저 복장에 있어서 유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 창기(娼妓)들의 아양 떠는 자태에서 생긴 것인데
세속 남자들은 그 자태에 매혹되어 그 요사스러움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의 처첩에 권하여 그것을 본받게 함으로써 서로 전하여 익히게 한다.
아, 시례(詩禮)가 닦이지 않아 규중 부인이 기생의 복장을 하도다!
위 내용을 통해 기생들의 옷차림이 서민부터 사대부 집안의 여성에게까지 유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에는 보기 어려운 문화의 역전 현상이었어요. 이전에는 사대부 여성에서 기녀에게로 확산되던 문화가 아래에서 위, 즉 기녀에게서 서민을 거쳐 사대부로 유행하게 되었고, 그 중심에는 기생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기생은 조선 사회의 유행을 주도하는 이른바 “패션 리더”가 된 것이죠.
신윤복 <월하정인>(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공유마당, CC BY
신윤복의 또 다른 그림에서도 당시 유행한 여성의 옷차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월하정인>에서는 하늘색 쓰개치마를 두르고 하후상박의 옷차림을 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쓰개치마의 주름이 머리 위로 볼록하게 솟은 것으로 보아 여인의 머리는 트레머리로 보이는데요. 저고리의 자주색 끝동과 깃, 소매통이 매우 좁은 흰색 저고리, 푸른색의 풍성한 치마 등 위에서 살펴본 <미인도>에 등장하는 여인의 옷차림과 매우 유사합니다.
신윤복 <청금상련>(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공유마당, CC BY
<청금상련>에는 세 쌍의 남녀가 등장합니다. 이 여인들 또한 가체를 이용하여 머리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또한, 상체에 딱 달라붙는 소매통이 좁은 저고리를 입고 여러 겹의 속치마를 통해 풍성한 치마를 연출한 모습입니다.
신윤복 <연소답청>(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공유마당, CC BY
<연소답청>은 말을 타고 봄나들이를 가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풍속화입니다. 우측 상단의 말을 타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두 여인은 소매통이 좁고 길이가 짧은 삼회장저고리(끝동· 깃·고름·곁마기를 바탕과 다른 색으로 한 저고리)를 입었습니다. 풍성한 치마와 가체를 넣어 땋은 트레머리를 하고 있죠.
이처럼 신윤복의 풍속화에는 가체를 사용한 트레머리에 댕기, 비녀, 떨잠 등의 장식을 더해 더욱 화려하게 꾸민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녀들의 머리 형태로 시작된 트레머리는 점차 일반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가체 사용이 더욱 늘어났죠. 저고리는 이전에 비해 길이가 짧아지고 품과 소매통이 좁아졌습니다. 하의는 속치마를 여러 겹 겹쳐 입어 더욱 풍성하게 연출했어요.
(좌) 신윤복 <야금모행>(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공유마당, CC BY / (우) 신윤복 <주사거배>(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공유마당, CC BY
그렇다면, 남성의 패션은 어땠을까요? 여성 패션처럼 양반부터 천민까지 유행한 옷차림을 찾기는 어렵지만, 유독 멋을 부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궁궐 내 잡무를 담당하던 하급 관리인 ‘별감’입니다. 별감은 왕과 왕족과 가까이 지냈는데, 이러한 위치를 이용하여 사치를 부리고 한양의 유흥문화를 주도했어요.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의 여러 그림에서 별감의 옷차림을 볼 수 있습니다. <야금모행>과 <주사거배>에는 붉은 겉옷인 ‘홍포’를 입은 별감이 등장합니다. 홍포 안에는 보색대비를 이루는 주황색 배자(저고리 위에 덧입는 단추가 없는 조끼 형태의 옷)와 푸른색 비단옷을 입은 별감을 찾을 수 있죠. 이는 조선 후기 별감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남성 패션을 보여줍니다.
<미인도>와 《혜원전신첩》의 <월하정인>, <청금상련>, <연소답청> 등 신윤복의 다양한 작품에서 조선 후기 유행한 여성 패션 트렌드를 살펴보았습니다. 신윤복의 그림에서 인물들의 머리 모양과 옷차림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그가 특유의 화려하고 선명한 색과 부드럽고 섬세한 필선을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당시 유행한 옷차림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그림에 담아낼 수 있었어요.
이제, 신윤복의 작품을 볼 때 인물들의 패션에 집중해서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흥미로운 작품 감상 포인트가 될 거예요!
[참고문헌]
백남주. “내가 조선의 패션 리더다” 신윤복의 그림으로 보는 조선 패션. 문화재청. 2021.
https://www.cha.go.kr/cop/bbs/selectBoardArticle.do?nttId=80333&bbsId=BBSMSTR_1008&mn=NS_01_09_01(2022년 8월 19일 검색)
정주임, 「신윤복 풍속화에 나타난 조선후기 여성 두발양식과 복식문화에 관한 연구」,
『한국패션뷰티학회지』 5권 3호, 한국패션뷰티학회, 2007.
[출처] 신윤복의 그림으로 보는 조선 후기 패션 트렌드|작성자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