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범 교수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RNA 치료제 대량생산 기술 만들겠습니다"
이는 최근 기존 지질나노입자의 낮은 RNA 탑재량과 짧은 약효 지속시간을 개선해 고지혈증 등 복합대사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독창적 RNA 전달 원천기술을 개발한 서울시립대학교 화학공학과 이종범 교수의 목표다.
이 교수는 최근 스스로 조립되는 RNA 코어에 세포막 융합성 지질을 입혀 많은 양의 짧은간섭 RNA(siRNA)를 세포질로 직접 전달하고 여러 표적 유전자를 지속적으로 억제하는 '융합성 RNA 나노모듈(L-CRAM)'을 개발했다.
siRNA 치료제의 성패는 충분한 양의 RNA를 표적세포의 세포질까지 안전하게 전달하고 필요한 기간 동안 유전자 억제 효과를 유지하는데 달려있다.
그러나 기존 지질나노입자는 내부 수용 공간과 제조 조건 때문에 RNA 탑재량이 제한될 수 있고 세포가 입자를 둘러싸 형성하는 엔도솜에서 빠져나오는 효율도 낮다.
엔도솜을 탈출하더라도 siRNA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방출되면 약효가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
특히 만성대사질환이나 복수 유전자가 함께 관여하는 질환에는 고용량 적재, 효율적인 세포질 전달, 지속 방출, 다중표적화가 하나의 전달체 안에서 함께 구현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상황이 이 교수가 이번 연구를 하게끔 만들었다.
이 교수는 "고지혈증은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로 장기간 지속되면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현재는 식이·운동요법과 함께 스타틴 등의 약물치료가 주로 활용되고 있지만 기존 치료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렵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질환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직접 억제하는 siRNA 치료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널리 연구되는 지질나노입자는 제한된 RNA 적재량과 낮은 엔도솜 탈출 효율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고, 효과의 지속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 연구는 '기존 siRNA 치료제 플랫폼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우선 새로운 개념의 전달체, L-CRAM을 개발했다.
기존 siRNA 지질나노입자가 짧은 단일 siRNA 분자를 지질나노입자 내부에 담는 방식이었다면 이 연구에서는 RNA 자체가 고밀도의 나노구조체를 형성하도록 설계하여 RNA 적재량을 크게 높였다.
더 나아가 세포 내에 존재하는 이중가닥RNA 절단효소(Dicer)가 나노구조체를 서서히 분해하면서 기능성siRNA를 지속적으로 방출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한 번에 siRNA가 방출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세포 내에서 siRNA가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공급되어 유전자 억제 효과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이 연구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기존 지질나노입자가 작은 siRNA 단량체를 지질 내부에 봉입하는 방식인 것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이미 형성된 RNA 나노구조체의 표면을 지질층으로 코팅해야 했다.
특히 RNA 나노구조체의 크기가 일반적인 지질나노입자보다 커서 기존의 엔도솜 경로에 의존할 경우 세포 내 유입과 세포질 전달 효율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고 입자 크기를 무리하게 줄이면 높은 RNA 적재량과 구조적 안정성이라는 RNA 나노구조체의 장점이 훼손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 내 전달 경로를 전환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세포막과 직접 융합하여 RNA 나노구조체를 세포질로 전달할 수 있는 fusogenic lipid에 주목했고 이를 나노구조체 표면에 코팅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RNA 나노구조체의 높은 적재량과 구조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엔도솜 포획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siRNA 전달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었다.
기존 지질나노입자 기반 전달체가 완성된 siRNA를 담아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이 교수가 개발한 L-CRAM 플랫폼은 자가조립 RNA 구조 자체를 많은 양의 siRNA를 저장하는 구조체로 활용한다. 또 세포막과 융합해 RNA를 세포질로 전달하고 세포 안에서 siRNA가 서서히 생성되도록 해 유전자 억제 효과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이 교수의 목표는 이 기술을 이용해 대량 생산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표적 서열을 바꾸어 여러 질병 관련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어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는 정상 생쥐에서 확인한 전임상 단계이므로 고지혈증 질환모델에서의 치료 효과와 반복 투여 안전성을 검증하고 대량생산 기술을 확립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