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산마그네슘 성수1호점
“클라이밍을 하지 않아도 클라이밍 문화를 입는다.”
실내 클라이밍에서 출발한 캐주얼 패션 브랜드 ‘탄산마그네슘(tansan magnesium, 대표 박영우)’이 역발상으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5년 1월 자사몰 단독으로 출발한 탄산마그네슘은 첫 달 매출 120만 원에서 2월 1500만 원, 3월 3000만 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월 매출 1억 원, 6월에는 약 6억 원까지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무신사 겨울 블랙프라이데이 상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여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는 열흘간 약 22억 원을 기록하며 톱10에 안착했다.
올해 목표 매출은 250억 원이다. 전년 대비 5배 성장하는 규모다. 외부 투자 없이 벌어들인 자금을 다시 매장과 브랜드에 쏟아붓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다음 목표는 더 크다. 3년 안에 해외를 포함해 매출 1000억 원, 국내외 20~30개 거점 매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탄산마그네슘의 출발점은 ‘클라이밍 웨어’가 아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아도 소비자가 수프림이나 스투시를 입듯, 클라이밍을 하지 않는 사람도 그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시작이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클라이밍을 즐겨온 박영우 대표는 기능성 중심의 전문 클라이밍 시장 대신 접근성이 높은 캐주얼 패션에 승부를 걸었다. 전문 스포츠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클라이밍 영상을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옷을 먼저 좋아하게 만들고, 그 뒤에 클라이밍이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한 전략이다.


탄산마그네슘 수원스타필드점
한켠 공간의 팝업에서 롯데월드몰 4회 연장까지
탄산마그네슘의 성장에는 오프라인 현장에서 만들어낸 바이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첫 팝업은 롯데 타임스퀘어 수원점 한켠의 공간에서 시작됐다. 일주일간 팝업을 열고 인근 클라이밍장과 협업했다. 암장과 리그램 이벤트를 진행하고 원장이 직접 제품을 입고 홍보하면서 클라이밍 커뮤니티 안에서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전환점은 더현대 서울 팝업이었다. 25개 브랜드가 참여한 기획 팝업에 막판 합류했지만 첫 주 매출 1위에 올랐다. 당초 일주일이던 운영 기간도 2주로 늘어났다.
현장에서는 25개 브랜드 판매 직원들에게 탄산마그네슘 심볼 비니 제품을 제공하면서 직원들이 매장 안팎에서 착용해 주변 고객들이 제품과 브랜드에 친숙해지는 역할을 했다. 일상적인 접점에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고객 유입으로 이어졌다.
롯데월드몰에서는 더욱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팝업이 네 차례 연장됐고 첫 달 약 5억 원, 3개월 누적 약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단기 팝업으로 들어간 공간이 사실상 장기 매장 역할을 한 셈이다.
10~20대 고객의 유입도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에 시딩한 콘텐츠가 틱톡으로 확산되면서 10~20대 사이에서 ‘힙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탄산마그네슘 제주점
여성 고객 70~80%…‘등판 그래픽’으로 팬덤 만들었다
대표 상품은 등판 그래픽 티셔츠다. 클라이머가 운동할 때 앞모습보다 등이 많이 노출된다는 점에 착안해 산과 산양의뿔 등을 활용한 그래픽을 등판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하나의 히트 그래픽에 브랜드를 가두지는 않겠다는 전략이다. 말 위에 토끼를 올린 그래픽 등 새로운 모티브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아플리케 기법 등을 적용해 상품 완성도도 높이고 있다.
특히 고객의 약 70~80%가 여성이라는 점을 반영해 초기부터 여성 고객을 고려한 사이즈 설계를 적용했다. 전문 클라이밍 웨어가 아닌 캐주얼 패션으로 외연을 확장한 전략이 여성 고객과 10~20대까지 소비층을 넓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탄산마그네슘이 경계하는 것은 특정 IP나 그래픽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다. 하나의 상징적인 그래픽이 브랜드를 빠르게 키울 수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브랜드가 그리고 있는 성장 모델도 단일 히트 상품을 반복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탄산마그네슘이 지향하는 방향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과 이슈, 공간을 만들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계속 궁금해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IP 협업도 확대한다. 이달 ‘안녕 자두야’ 2차 발매를 위한 촬영을 진행하고 11월에는 ‘마루는 강쥐’ 협업을 선보인다. 2027년에는 영화,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캐릭터, 작가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협업을 논의 중이다.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탄산마그네슘 수원 AK점
매장마다 세계관 바꾼다…연내 10여개점 고객 접점
온라인에서 급성장한 탄산마그네슘은 이제 오프라인을 브랜드 성장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매장마다 다른 경험을 심는 방식이다.
성수 1호점은 외벽 암벽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는 구조로 화제를 만들었다. 클라이밍이라는 브랜드의 출발점을 공간 자체에 적용한 것이다. 성수 연무장길에는 2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팝업 이후 정규 매장 전환을 추진한다. 10월 말에는 서울숲에도 신규 매장을 열 예정이다.
수원 스타필드 매장에는 미끄럼틀을 설치해 클라이밍에 관심이 없는 일반 고객까지 매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수원 AK와 제주 구좌에도 정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제주 애월에서는 팝업을 운영 중이다.
확장 속도는 더 빨라진다. 제주 칠성에는 ‘안녕 자두야’ 건물 1층에 협업 형태의 정규 매장을 열고, 오는 10월11일에는 스타필드 부천에 정규 매장을 오픈한다. 11월 중순에는 스타필드 고양에도 새 매장을 선보인다.
고양점은 고양이를 테마로 별도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치즈를 연상시키는 바닥과 쥐를 활용한 스토리, 도자기 그림 등을 결합해 기존 매장과 또 다른 공간을 만든다.
매장별 차별화에도 상당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점포마다 독립적인 콘셉트를 적용하면서도 타일과 도자기, 돌, 미끄럼틀 등 주요 요소는 매뉴얼화해 브랜드의 연결성을 유지한다.
연내에도 신규 매장 개설을 이어가며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단기 팝업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성과가 검증된 지역에는 장기 거점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탄산마그네슘 성수 2호점
굴지 기업 투자 제안도 거절…“지금은 브랜드가 먼저”
빠른 성장에도 유통망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은 현재 자사몰과 무신사를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무분별하게 판매 채널을 확대하기보다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경험을 유지할 수 있는 유통망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마케팅 역시 브랜드 내부에서 빠르게 실행한다. 박영우 대표가 직접 메타 광고를 세팅하고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활용한 컨설팅도 받았다. AI를 활용해 광고 소재 100개를 제작·집행하며 무신사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효율을 끌어올렸다.
인스타그램 시딩을 통한 콘텐츠 확산과 함께 클라이밍 문화에 대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국가대표 클라이머에 대한 현물 후원은 물론 클라이밍장과 클라이밍 크루에도 제품을 지원하며 클라이밍 문화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브랜드 성장의 출발점이 된 클라이밍 커뮤니티와의 연결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이다.
성장 가능성을 보고 굴지의 기업과 투자 네트워크 등에서 투자 제안도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지분 희석뿐만 아니라 외부 자본이 들어올 경우 지금과 같은 비정형적인 매장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탄산마그네슘 박영우 대표는 “현재까지 외부 투자 없이 자체 매출로 확장하고 있으며 벌어들인 수익도 다시 오프라인에 투입하고 있다. 단기간의 엑시트보다는 브랜드 정체성과 팬덤을 충분히 만든 뒤 장기적으로 회사를 키우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탄산마그네슘의 다음 무대는 해외다. 현재 SNS 팔로워 가운데 일본인 비중이 10%를 웃돌 정도로 일본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나고 있으며 대만에서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첫 해외 정규 매장은 일본이 유력하다. 2027년 안에 일본 1호점을 여는 것이 목표다. 돈키호테에도 제품 공급을 추진하지만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별도 디자인 상품을 공급한다. K패션 섹션에서 전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중국 역시 진출을 희망하고 있지만 높은 진입장벽을 감안해 아직 검토 단계다.
자사몰에서 첫 달 매출 120만 원으로 시작한 브랜드가 1년여 만에 연 매출 200억 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탄산마그네슘의 다음 목표는 국내에서 많이 파는 브랜드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클라이밍이라는 작은 문화에서 출발해 패션과 IP, 공간을 결합하고 이를 해외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3년 내 매출 1000억 원, 국내외 거점 20~30개 확보. 탄산마그네슘은 전문 스포츠와 캐주얼 패션의 경계를 허문 데 이어 이제 국내와 해외의 경계를 넘을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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