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섬유업황 소폭 반등했지만 수요 회복까지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사진=AI생성이미지(ChatGPT)
글로벌 섬유산업의 경기 여건이 소폭 개선됐지만 신규 주문과 설비 가동률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회복 조짐이 확인된 반면 유럽과 미주 지역은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향후 경기 전망은 개선됐으나 수요 부족과 원자재·에너지 가격 부담이 지속되면서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 주문 부진…공장 가동률도 71%에 머물러
국제섬유제조업연맹(ITMF)이 최근 발표한 제40차 글로벌 섬유산업 조사(GTIS)에 따르면, 세계 섬유업계의 9월 경기판단 지표는 -23%포인트로 7월(-26%포인트)보다 3%포인트 개선됐다. 2023년 11월 저점인 -46%포인트와 비교하면 23%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9월 21일부터 29일까지 글로벌 섬유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실제 수요 회복은 경기 기대보다 더딘 모습이다. 신규 주문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는 5월 -9%포인트에서 7월 -27%포인트로 악화됐다가 9월 -24%포인트로 소폭 개선됐다. 글로벌 평균 수주 잔고는 2.3개월로, 2023년 중반 이후 지속된 2~2.5개월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들이 향후 수요 확대를 기대해 재고를 확보하기보다 확정된 주문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 ITMF의 분석이다.
글로벌 평균 설비 가동률도 71%에 그쳤다. 이는 2023년 11월 저점인 68%보다는 높지만 2022년 말 이전의 80% 이상 수준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올해 5월 74%까지 회복됐던 가동률이 다시 낮아졌다는 점에서 업황 개선이 실제 생산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하다. 남아시아는 경기판단 지표 +13%포인트, 아프리카는 +9%포인트를 기록해 조사 대상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영역에 진입했다. 남아시아는 7월 -3%포인트에서 9월 +13%포인트로 전환됐다. 반면 유럽은 -36%포인트, 남미는 -44%포인트, 북미·중미는 -56%포인트로 부진이 지속됐다. 특히 남미의 신규 주문 지표는 -69%포인트로 조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시장의 회복이 모든 생산·소비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의미다.
원료 생산업체와 중간 가공업체 간 실적 온도차
섬유 가치사슬 내에서도 업종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원료 섬유 생산업체의 경기판단 지표는 +17%포인트로 주요 업종 중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반면 방적업체는 -33%포인트, 염색·가공 등 후가공업체는 -42%포인트로 부진했다. 원료 단계의 업황 개선이 원사와 직물 가공 등 중간 생산공정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섬유기계 제조업체 역시 -35%포인트에 머물렀다. 수요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섬유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영향이다. 이러한 흐름은 ITMF가 지난 7월 공개한 2025년 글로벌 섬유기계 출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전 세계 무북직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7.5%, 대형 환편기 출하량은 13%, 전자식 횡편기 출하량은 21% 각각 감소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기계 출하 실적으로, 올해 9월의 설비투자 감소율을 직접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직면한 최대 위험은 여전히 수요 부족이다. 전체 응답자의 56%가 약한 수요를 주요 경영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지목한 비율은 42%, 에너지 가격 상승은 41%였다. ITMF는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과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진 점을 비용 부담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지정학적 위험을 우려한 기업의 비율은 7월 46%에서 9월 36%로 낮아졌지만, 생산비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응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의 29%는 미국 이외 시장으로 판매처를 다변화하고 있으며, 23%는 자동화 및 생산효율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23%는 관세에 따른 추가 비용을 자체 부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비용을 자체 흡수하는 기업은 판매가격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재고 흐름 역시 지역에 따라 엇갈렸다. 글로벌 평균 주문 취소율은 약 2%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후가공업체에서는 세 차례 연속 조사에서 취소율이 상승했다. 동남아시아의 재고 수준은 조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미주 지역에서는 높은 재고와 부진한 신규 주문이 동시에 나타났다. ITMF는 이를 판매되지 않은 재고가 누적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6개월 경기 전망 개선…실제 수주 회복이 관건
향후 6개월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는 현재 업황보다 긍정적이다. 글로벌 경기전망 지표는 7월 +14%포인트에서 9월 +19%포인트로 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아프리카의 전망 지표는 +59%포인트로 가장 높았으며, 원료 섬유 생산업체는 +67%포인트를 기록했다. 반면 동아시아는 -20%포인트, 동남아시아는 -6%포인트로 향후 경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여기에 전체 응답자의 46%가 향후 6개월 동안 경영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긍정적 전망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상당수 기업은 뚜렷한 개선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ITMF 역시 현재의 기대가 구체적인 경기 회복 신호보다는 향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글로벌 섬유산업이 극심한 침체 국면에서는 일부 벗어났지만, 수요 회복과 생산 확대가 동반되는 안정적인 성장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간 가공업체의 부진과 지역별 수요 불균형, 원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업황 개선이 기업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