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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10-05 1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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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산업에서 AI는 더 이상 실험 대상이 아니다. 프롬프트만으로 모델 컷과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일이 기본값이 됐고, 수 주가 걸리던 디자인과 콘텐츠 작업은 하루나 이틀로 단축됐다. 매장에서는 AI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응대를 지원하기까지 한다. 기획부터 생산 · 마케팅 · 판매에 이르기까지 AI는 패션 워크플로 전반에 ‘실무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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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패션 · 럭셔리 기업 임원의 35% 이상이 이미지 생성, 카피라이팅, 상품 검색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생성형 AI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도 92%에 달한다.( McKinsey & Company, The State of Fashion 2026)


하지만 도입이 곧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AI 도입이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고 답한 기업은 1%에 그쳤고, 글로벌 경영 컨설팅 BCG와 이탈리아 명품산업협회 알타감마 조사에서도 패션과 럭셔리 기업의 약 60%가 여전히 AI 성숙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와 같은 범용 AI는 이제는 누구나 쓰지만, 이를 자사 업무에 내재화해 성과로 잇는 ‘진짜 AX 전환’은 아직 소수의 몫이다.


국내 대기업부터 신생 브랜드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AI를 업무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 본지 <패션비즈>는 국내 패션업계의 AI 도입 현황과 AX 전환 사례를 살펴보고, 뉴럴트윈 · 리얼스냅 · 바이스벌사 · 센트릭소프트웨어 · 스튜디오랩 · 엔젤리그 · 쉬모스랩 등 패션 AI 솔루션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며, AI 도입의 시사점과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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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바뀐 AI, 기업의 내재화 본격 확대


한 패션 AI 테크 기업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패션 산업 내 AI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라며 “작년에는 AI 이미지 생성조차 신기해하면서 AI 솔루션에 대한 기업의 니즈가 한정적이었는데, 현재는 전체 패션 스트림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AI로 해결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단순한 분위기 전환을 넘어 당장의 해외 수출에도 직결된다. EU가 발표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따라 2027년부터 섬유와 의류 제품은 유럽 수출 시 디지털제품여권(DPP) 장착이 필요하다. 이에 생산 과정별로 분리돼 있는 공급망을 하나로 묶어 관리할 수 있는 AI 솔루션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DPP 대응처럼 AI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구체화되면서 기업의 관심사도 생성형 AI 활용을 넘어 AI 에이전트, 버티컬 AI 등 고도화된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서 ‘AI를 어떻게 조직과 업무에 내재화할 것인가’로 관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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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조직 역량 강화, 재설계 나선 ‘LF · 이랜드’


올해 중 · 대형 패션 기업에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도입을 넘어 ‘자사 맞춤 시스템’을 향한 AX 전환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LF, 이랜드, 무신사, 세정, 브랜디드라이프스타일코리아, 위비스 등이 있다. 그중 개별 도입을 넘어 패션 밸류체인 전체를 AI로 구성하고 있는 곳은 바로 LF와 이랜드월드다. 


LF(대표 오규식 · 김상균)는 올 1월 임직원용 ‘AI 워크스페이스’로 시장 · 판매 · 재고를 통합 분석하는 전사 인프라를 깔았다. 그 결과 이미지 콘텐츠 제작량은 6배로 늘고 상품 정보 작성 시간은 10분의 1로 줄었으며, 대표 브랜드 ‘헤지스’는 AI 캠페인 영상으로 특정 상품 매출이 500% 뛰었다. 


이랜드월드(대표 조동주)는 상품 하나가 시장 분석부터 판매까지 거치는 48개 업무를 AI로 연결해 최대 6주 걸리는 디자인 기획 · 검토를 하루로 줄였다. 현재 ‘스파오’ ‘미쏘’ ‘후아유’ ‘로엠’에 적용 중이며 전 브랜드로 넓혀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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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솔루션 VS 자체 개발… 효율화 · 고도화 관건


AI를 통해 업무 효율성과 의사결정 체계를 고도화하는 더네이쳐홀딩스(대표 박영준)는 지난 3월 디자인 영역에 외부 AI 디자인 솔루션을 우선적으로 도입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은 2027 S/S 시즌 글로벌 수주회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제품 디자인을 직관적이고 현실감 있는 비주얼로 구현해 중화권과 동남아 바이어들의 이해도와 관심을 끌어올렸다. 


이와 반대로 세정(회장 박순호)처럼 AI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곳도 있다. IT 전공자나 개발자가 아닌 사내 실무자가 업무 중 겪은 문제를 바탕으로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즉시 쓸 수 있는 ‘AI 상품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난 7월 ‘상품 속성 자동 추출’(1단계)에 이어 10월 ‘유사상품 자동화(2단계)’를 적용하고, 연내 ‘판매량 예측(3단계)’ 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무신사(대표 조만호 · 조남성)는 올 초 ‘AI 네이티브’ 신입 개발자 66명을 뽑아 현업에 투입하는 등 인재부터 확보했다. 6월에는 AI가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제안하는 ‘AI 트렌드 큐레이션’과 ‘챗GPT(ChatGPT)’에 무신사 앱을 선보이며 패션 테크 기업으로서 면모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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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드 · 위비스, AI로 재고 줄이고 콘텐츠 강화


‘행텐’과 ‘행텐키즈’ 운영사인 브랜디드라이프스타일코리아(대표 딜립 쉬브쿠마)는 혁신적인 AI 도입으로 재고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디자인 · 상품기획(MD) · 마케팅·이커머스 · 고객서비스(CS) 등 핵심 밸류체인 전 과정에 AI 솔루션을 도입했으며, AI 검색 환경에 대응하는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전략을 병행해 브랜드와 상품 정보의 노출 정확도를 강화했다.


위비스(대표 도상현)는 여성복 ‘지센’과 골프웨어 ‘볼빅어패럴’의 타깃층과 시장 특성에 맞춘 브랜드 전략에 AI 기반 마케팅을 결합해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비주얼 콘텐츠 제작팀을 신설해 기획부터 제작과 확산까지의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브랜드별 아이덴티티를 일관된 비주얼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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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AI 데이터베이스 26ai, “데이터가 곧 경쟁력”


김은희 한국오라클 컨설턴트는 “지금 국내 패션 산업은 DPP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AI 도입이 필수”라며 “의류 생산 시 함께한 협력업체 정보까지 포함된 방대한 공급망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보 누락으로 인한 유럽 시장 진출 실패를 막기 위해서 AI 기반 데이터 자동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오라클(대표 김성하)은 단순 데이터베이스(DB) 기업을 넘어 클라우드 기업으로 성장하며, 나아가 AI 인프라 기업을 지향한다. 그 중심에는 ‘오라클 AI 데이터베이스 26ai(Oracle AI Database 26ai)’가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자연어 검색 기능에 더해 SQL을 활용해 에이전트까지 만들 수 있는 AI 플랫폼으로 진화한 제품이다.


오라클의 ‘AI for Data’ 전략은 데이터가 존재하는 데이터베이스 내부에서 AI를 직접 활용해 데이터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 추론 속도가 향상되고 데이터 이동에 따른 비용과 복잡성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데이터베이스 내부에서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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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의지 강하지만 업계 전반 확산은 아직


규모가 잡혀 있는 패션 기업들 사이에서는 AX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업계 전체가 AX 전환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패션 및 AI 테크 기업 관계자는 “업계 내 AI 도입에 대한 속도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유수의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AI 솔루션을 실행하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패션 기업 간 AI 도입 격차를 최소화하고, AX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 섬유패션산업 내에서는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AI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보인다”라며 “소규모 기업의 경우 AI 내재화까지는 어렵지만 분야별로 다양하게 도입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AI 내재화를 시도한 중견이나 대기업은 전사 도입을 넘어 제조 분야에 AI 도입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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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산련, AI 도입 격차 줄이기에 ‘팔 걷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병오, 이하 섬산련)는 지난 5월 ‘섬유패션기업 AI 기술 도입 지원사업’에 참가할 패션 기업을 모집해 총 14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LF · W컨셉 · 아이디모드 · 비케이브 등 분야와 규모를 가리지 않는 기업들이 참여하며 패션 특화 버티컬 AI 솔루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9월에는 섬유패션기업과 AI테크기업 간 기술 교류 및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어 섬유패션기업 관계자 100여 명과 AI테크기업 13개사가 참여했다. 행사장은 상담 부스, 피칭 스테이지, 네트워킹 섹션으로 나눠 구성했으며 참석 기업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혁신과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섬산련은 올해 안으로 국내 섬유패션 산업의 실제 AI 도입 수준을 발표될 계획이다. 지난 7월부터 규모나 스트림 등 전 밸류체인을 대상으로 섬유패션기업 AI 도입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섬유패션 산업의 AX 전환을 더욱 지원할 계획이다. 


패션업계, ‘버티컬 AI 솔루션’ 기업과 접촉 활발


이런 상황 속에서 다양한 패션 기업이 AI 테크 솔루션 기업들과 접촉하며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AI 솔루션이 데모 버전임에도, 자사의 페인포인트와 맞닿으면 적극적으로 데이터화 · 효율화에 나서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그렇다면 이 솔루션들은 패션 업무의 어디까지를 파고들까. 하나의 제품은 트렌드 · 기획에서 디자인 · 생산을 거쳐 판매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솔루션마다 겨냥하는 지점이 다르다. 어떤 곳은 전 과정을 하나로 잇고, 어떤 곳은 특정 단계의 비효율을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결국 AI를 업무에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흩어진 데이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DPP 도입을 앞둔 패션업계에서는 생산 ·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급망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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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밸류체인, AI로 하나의 흐름을 만들다


패션 밸류체인 전체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아우르는 곳은 센트릭소프트웨어, 쉬모스랩, 리얼스냅 등이다. 센트릭소프트웨어(각자 대표 파브리스 크리스토프 윌리엄 카농주 · 한승경)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AI 기반 제품 라이프사이클 플랫폼 기업이다. 패션 · 소비재 브랜드가 기획부터 디자인, 소싱, 생산, 가격 책정, 판매까지 제품의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쉬모스랩(대표 황성우)의 ‘올소다AI’는 패션을 포함해 전반적인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으로, 데이터를 연결해 비즈니스 맥락을 이해하고 실행 가능한 의사결정을 제공한다. 


리얼스냅(대표 윤연진)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디자인 기획(리얼 디자인)부터 이미지 생성 · 보정(룩북), 영상 제작(패션필름)까지 비주얼 전 영역을 아우른다. 컬러와 핏을 원본에 가깝게 유지하는 제어 기술로 담당자 한 명이 촬영이나 외주 없이 콘텐츠 완성을 가능하게 한다. 


패션 AI, 이제는 ‘어떻게 쓰느냐’가 경쟁력


콘텐츠 제작이라는 한 단계를 깊게 파고드는 곳은 바이스벌사, 스튜디오랩, 엔젤리그다. 바이스벌사(대표 안명훈)의 ‘빔스튜디오’는 상품 컷 · 룩북 등 커머스 콘텐츠 제작부터 자사몰 · 상세페이지 구축, 판매 · 재고 · 리오더 데이터를 연동한 브랜드 운영(AX)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지원하고 있다.


스튜디오랩(대표 강성훈)은 상세페이지를 자동 생성하는 ‘젠시’에 상품과 인물 촬영을 자동화하는 로봇 ‘젠시 PB’를 더해 시간과 비용을 더욱 절감한다. 엔젤리그(대표 오현석)의 ‘스타일룸’은 AI 모델 2500명, 배경 1만5000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들과 달리 오프라인을 정조준한 곳은 바로 ‘뉴럴트윈’이다. 뉴럴트윈(대표 조성신)의 오프라인 리테일 최적화 솔루션 ‘더심(THE---SIM)’은 AI와 IoT로 매장 내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회원 · 판매 · 날씨 · 요일 정보와 묶어 감에 의존하는 매장 운영을 KPI 측정과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데이터로 바꿨다.


한 패션 AI테크 기업 대표는 “이제 AI 기술 자체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고, 이를 어떻게 마케팅과 브랜딩에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졌다”라고 전했다.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자사의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앞서갈 것이라는 의미다.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조직과 업무에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내재화’가 패션 기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것 자체보다 이를 기업의 역량과 경쟁력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앞으로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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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6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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