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가품 45억 원이 오픈마켓 타고 전국에 유통됐다. 사진=AI생성이미지(ChatGPT)
중국에서 제조된 가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이 국내 물류거점을 거쳐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정품처럼 판매된 대규모 유통망이 적발됐다. 특히 국내 K뷰티 브랜드부터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건강기능식품, 신발·골프용품까지 위조 대상이 광범위했고, 일부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에서는 표시된 기능성을 뒷받침하는 성분과 지표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식재산처는 17일 중국산 가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정수기 필터 등을 국내에 불법 반입해 정품처럼 판매한 유통 브로커 A씨를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식약처와 지식재산처 특별사법경찰이 가짜 상품 유통을 대상으로 공조수사를 벌여 유통경로를 규명한 첫 사례다.
수사 결과 A씨는 중국 선전(심천)의 제조업자와 공모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61종, 약 45억원 상당을 국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 청주에 물류창고를 두고 중국 제조업자가 국제특송과 해외택배로 보내온 제품을 보관한 뒤, 쿠팡·네이버 등에서 들어온 주문에 맞춰 전국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구조였다. 유통된 물량은 약 8만 3000개에 달한다. 창고에서는 별도로 가짜 제품 87종, 약 13억 원 상당이 발견됐다.
중국산 가품 국내유통 흐름도. 자료=식약처
첨부된 품목별 집계를 합산하면 적발된 제품은 총 10만 984개다. 화장품 3만 3281개, 건강기능식품 4만 5031개, 의약외품 8854개, 무신고 수입식품 1만 143개, 공산품 3217개, 신발·골프가방 458개다. 이 가운데 화장품 비중은 약 33.0%, 건강기능식품은 44.6%다.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의약외품을 합하면 전체의 약 86.3%에 이른다.
화장품에서는 셀라딕스, 웰라쥬, 이즈앤트리, 닥터 멜락신, 가히,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아누아 등 국내 브랜드 제품과 에스티로더, SK-Ⅱ, 랑콤 등 해외 브랜드 제품이 확인됐다. 보도자료 본문은 화장품 28종을 포함해 의약외품 4종, 건강기능식품 3종, 무신고 수입식품 44종 등이 화장품법·건강기능식품법·상표법 위반으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국내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K뷰티 브랜드가 다수 위조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수록 정품과 유사한 외관을 앞세운 가품이 국내 역유통되는 위험도 브랜드 관리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이번 적발 품목과 유통구조를 토대로 한 산업적 해석이다.
가품 문제가 상표 침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밀검사 결과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다. 식약처가 압수한 기능성 화장품 12종과 건강기능식품을 검사한 결과 기능성 성분과 지표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위조제품이 정상적인 제조·품질검사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기대하는 기능성 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K뷰티 기업에는 특히 민감한 문제다. 위조품 사용 이후 효능 부족이나 품질 문제가 발생해도 소비자는 이를 정품 브랜드 경험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품 피해가 매출 손실뿐 아니라 제품 성능과 브랜드 신뢰도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표권 보호와 품질관리 전략을 분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정품과 가품의 차이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셀라딕스 제품은 병 하단의 로트·사용기한 표시와 뚜껑·스포이트 형태, 용기 크기가 달랐고, 가히 제품은 표시 문구의 띄어쓰기와 포장 색상에서 차이가 확인됐다. 닥터 멜락신 제품 역시 외부 포장 이미지 해상도와 튜브 입구 길이, 부자재 재질이 달랐다.
코스알엑스 제품에서는 책임판매업자명이 ‘코스알엑스’가 아닌 ‘코스일엑스’로 잘못 표기됐고, 조선미녀 제품은 생산 이력이 없는 로트번호와 내용물 색상 차이가 확인됐다. 건강기능식품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 ‘건강기능식풍’으로 잘못 인쇄된 사례도 있었다.
가품 문제는 뷰티·헬스 분야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번 수사에서는 버켄스탁 신발 323개, 나이키 신발 21개, PXG 가방 10개, 타이틀리스트 골프가방 93개 등이 압수됐다. 에어팟과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컨트롤러, 정수기 필터도 포함됐다.
패션·스포츠 제품의 수량 자체는 전체에서 크지 않지만, 동일한 물류창고와 유통 구조에서 뷰티·헬스·가전·패션 브랜드 가품이 함께 발견됐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브랜드별로 위조 대응을 개별 상품군의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온라인 판매자와 물류 단계까지 포함해 유통 흐름을 추적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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