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방에서 의료기기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 육성 전략이 지역별 산업 기반과 특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G밸리가 혁신·디지털의료기기 기업의 사업화와 병원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강원 원주는 기존 의료기기 클러스터를 인공지능(AI)과 반도체까지 확장하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충북 충주는 바이오소재 시험평가 인프라와 국가산업단지를 기반으로 관련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서울에서는 G밸리를 중심으로 혁신의료기기와 디지털의료기기 기업의 성장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 G밸리는 구로·가산 일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일컫는 명칭으로 IT와 소프트웨어, 제조기업이 밀집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의료 AI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기존 의료기기와 결합하면서 G밸리 역시 의료기기 산업 거점 가운데 하나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은 이러한 산업 기반을 활용해 혁신의료기기 기업 지원에 나선다. 정보원은 3일 서울 구로구 엘컨벤션에서 혁신의료기기와 디지털의료기기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2026 의료기기 혁신성장 세미나'를 개최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혁신의료기기 안전관리 전주기 기술지원 사업'의 하나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와 공동 개최하는 행사다.
이번 행사는 '혁신의료기기 기업 경쟁력 강화와 병원 기반 의료기기 기업 성장지원'을 주제로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의 정책 및 기술 변화와 함께 실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사업화 지원체계를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의료 AI 분야의 글로벌 규제와 시험평가 기술을 비롯해 구로구의 기업지원사업, 혁신의료기기 안전관리 전주기 기술지원,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기업 성장지원사업 등이 소개된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의 의료기기 개발·실증 지원과 병원 기반 오픈이노베이션 사업, 서울바이오허브의 기업 성장지원사업도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주목할 부분은 개별 지원기관의 사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원과 기업, 지원기관이 연결된 지역 단위 의료기기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점이다. 실제 마지막 패널토의에서도 'G밸리 의료기기 기업 지원을 위한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및 활성화'를 주제로 의료기기 개발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G밸리가 가진 강점은 대형병원과 기업 간 거리가 가깝다는 데 있다. 디지털의료기기와 AI 의료기기의 경우 실제 임상 현장의 수요를 제품 개발 단계에서 반영하고 의료기관을 통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여기에 규제와 인허가, 시험평가 지원까지 연계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장 진입에 필요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강원 원주는 이보다 한 단계 넓은 산업 구조를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의료기기 산업에 의료 AI와 반도체·세라믹을 접목해 첨단 의료산업 클러스터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정부가 선정한 '5극 3특 강원권 성장엔진' 3개 분야 가운데 원주의 주력산업과 직결되는 '스마트 바이오·의료기기'와 '특수반도체·세라믹'이 포함되면서 이러한 전략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스마트 바이오·의료기기, 특수반도체·세라믹, 청정 자원·관광을 강원권 성장엔진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스마트 바이오·의료기기와 특수반도체·세라믹은 원주가 그동안 집중적으로 육성해 온 산업과 직접 맞닿아 있다.
원주의 가장 큰 자산은 이미 구축된 의료기기 산업 기반이다. 의료기기 기업뿐 아니라 대학과 병원, 연구기관, 기업지원기관 등이 집적돼 있어 의료기기 개발부터 시험과 인증, 사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기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원주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강원 의료 인공지능 전환(AX)산업 실증허브 조성 사업'에 선정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비 300억원을 포함한 총 45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의료기기 산업이 제조와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술과 소프트웨어, 디지털헬스케어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원주는 기존 의료기기 제조기업과 병원, 연구기관 기반에 의료 AI 실증 인프라를 더함으로써 의료기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셈이다.
반도체 분야와의 연계도 원주 의료기기 산업의 확장성을 높이는 요소다. 원주에서는 '의료기기 반도체 실증플랫폼'과 '반도체 첨단세라믹 기술개발사업' 등을 통해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반도체와 센서, 소재·부품의 기술개발 및 실증 기반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의료기기의 고도화가 진행될수록 센서와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진단장비와 환자 모니터링 기기, 웨어러블 의료기기 등 대부분의 첨단 의료기기는 센서와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의료기기와 반도체 산업을 각각 별도로 육성하기보다 두 산업을 하나의 지역 생태계 안에서 연결할 경우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구축도 가능해진다.
충북 충주는 바이오소재와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기업 유치와 연구·시험평가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충주시는 최근 서울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이오소재·의료기기 사업설명회'에 참가해 충주 바이오헬스 국가산업단지와 지역의 바이오산업 기반을 기업 관계자들에게 소개했다. 설명회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주최했으며 바이오소재와 의료기기 기업의 시험·심사·인증 역량 강화와 유럽 의료기기 규정인 CE MDR 등 해외 인허가 대응 방안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다.
충주시는 수도권에서 1시간대 접근이 가능한 교통망과 국가산업단지, 연구·시험 인프라를 기업 유치의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바이오소재·의료기기 기업이 지역에 입주한 이후 연구개발부터 제품 생산과 사업화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기업 성장 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준공을 앞둔 '충주 바이오소재 시험평가센터'가 관련 산업 육성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충주 바이오소재 시험평가센터에는 국비 100억원을 포함해 2028년까지 총 260억원이 투입된다. 기업도시 내 제1연구단지에 연면적 약 2700㎡ 규모의 연구동과 실험동을 구축하고 약물전달기술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바이오소재 연구개발과 시험평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시험평가 인프라는 바이오와 의료기기 기업의 입지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바이오소재와 의료기기는 개발 이후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연구개발 시설과 시험평가 인프라를 가까운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제품 고도화 역시 상대적으로 용이해진다.
충주시는 시험평가센터와 바이오헬스 국가산업단지를 연계해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의 집적 효과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대한 세제지원과 맞춤형 입지 조건까지 결합할 경우 수도권 기업의 이전이나 신규 생산시설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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