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개발이 늘고 있다.
암 의료기기 시장의 기술 경쟁이 진단을 넘어 치료 영역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암을 보다 이른 단계에서 찾아내거나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부터 수술 중 암 조직을 실시간 관찰하는 첨단 영상장비, 종양에 치료물질을 직접 전달하는 내시경 기기, 정상조직의 손상을 줄이는 차세대 방사선치료기까지 개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AI로 암 조기 발견·재발 예측 "수술 중 세포 단위 실시간 영상까지"
헥토그룹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AI 기술을 의료 분야로 확대하며 폐암 조기진단과 재발 예측을 지원하는 AI 의료기기 개발에 나섰다. 헥토그룹의 AI 전담 조직인 HAI(Hecto AI) 본부는 분당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온코텍트(OnKoTECT) 컨소시엄'에 참여해 산업통상부의 바이오산업 기술개발 사업 가운데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국책과제를 수행한다.
온코텍트 컨소시엄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총괄하며 국내 주요 의료기관과 AI·데이터 기업들이 참여한다. 오는 2030년 12월까지 총 155억원 규모의 연구비가 투입되며 췌장암과 폐암의 조기진단부터 재발 예측까지 지원하는 AI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는 것이 목표다. 헥토는 이 가운데 폐암 조기진단 보조 AI 의료기기 'LuTECT-1'과 폐암 재발 예측 보조 AI 의료기기 'LuTECT-2' 개발을 담당한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될수록 치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지만 초기 단계에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흉부 영상과 임상정보 등을 활용해 의심 병변을 보다 빠르게 찾아내고 의료진의 판단을 지원하는 AI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 수술이나 치료 이후에는 암의 재발 가능성을 평가해 환자의 추적관찰과 치료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기술도 의료 AI의 주요 개발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헥토는 향후 LuTECT-1과 LuTECT-2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거쳐 종합병원과 건강검진센터, 국가폐암검진 등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헥토가 기존 사업을 통해 축적해 온 AI 기술도 의료 분야에 적용한다. 회사는 추천 시스템과 컴퓨터 비전, 소형언어모델(sLLM), AI 에이전트 등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AI의 판단 근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설명가능한 AI(XAI), 기관별 데이터를 외부로 직접 이동시키지 않고 공동 학습하는 연합학습, AI 모델의 개발·배포·운영을 관리하는 MLOps 기술도 자체 구축하고 있다.
첨단 생체이미징 전문기업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최근 수술 중 암 조직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이동형 로봇암 이광자 생체현미경(IVM-RMS)'의 GMP 적합인증과 의료기기 제조업 허가, 2등급 의료기기 제조인증을 획득했다.
해당 장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용 형광영상장치 2등급으로 분류됐다. 인간협동 로봇암을 탑재한 이동형 시스템으로 수술 중 조직을 절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포 단위의 고해상도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특히 생체조직은 호흡이나 혈류, 미세 움직임 등으로 인해 영상 획득 과정에서 흔들림이 발생할 수 있는데 IVM-RMS는 조직의 미세한 움직임을 자동 보정해 보다 안정적인 영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병리진단은 수술이나 검사 과정에서 조직을 채취한 뒤 여러 처리 과정을 거쳐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반면 생체현미경 기술이 발전하면 수술 중 조직을 직접 관찰하면서 암세포의 형태와 주변 미세환경을 파악하는 새로운 진단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향후 IVM-RMS와 AI 기반 암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를 연동할 계획이다. 사람이 실시간 영상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생체 내 세포 영상을 분석해 암 여부 판단을 지원하는 구조다.
회사는 생체 내 환경에서의 AI 암 진단모델 구축을 위한 실증 임상도 추진한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과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대병원에서는 체외진단용 이광자현미경과 AI 암진단보조소프트웨어를 연동한 다기관 임상적 성능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내시경으로 췌장 종양에 치료물질 전달, 차세대 방사선치료기 국산화도 속도
소화기 내시경 시술기구 전문기업 파인메딕스는 보건복지부 주관 한미 공동 R&D 과제에 참여해 초음파 내시경(EUS)을 기반으로 한 췌장암 치료기기 개발에 나섰다.
파인메딕스는 '2026 연구중심병원 한미혁신성과창출 R&D' 사업의 공동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연구에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해 서울대학교, KAIST, 건국대학교와 미국 하버드 의대, UC샌디에이고 의대 등이 참여한다. 연구는 약 2년 6개월간 진행되며 총 7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비가 지원된다.
파인메딕스가 맡은 분야는 EUS 시술기구 개발이다. EUS는 내시경 끝에 초음파 장비를 결합해 위장관 내부에서 췌장과 담도 등 주변 장기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검사·시술 방식이다.
특히 췌장은 복부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 일반적인 내시경만으로 직접 접근하기 어렵다. EUS를 이용하면 위나 십이지장 내부에서 췌장을 초음파로 확인하고 세침을 삽입해 조직을 채취하는 등의 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파인메딕스는 EUS 유도 세침흡인술에 사용되는 니들을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회사가 독자 개발한 EUS 시술기구 '클리어팁(ClearTip)' 개발 경험을 활용해 기존 진단과 조직채취 기능에서 한 단계 나아가 치료물질을 종양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할 계획이다.
즉 초음파 내시경으로 췌장 내부의 종양 위치를 확인한 뒤 시술기구를 통해 필요한 치료물질을 종양에 직접 주입하는 치료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방식이 기술적으로 고도화될 경우 기존 전신치료와는 다른 새로운 국소 치료 접근법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치료물질을 병변 부위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목표 부위에 필요한 치료를 집중하는 방향의 기술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파인메딕스는 2009년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전성우 대표가 설립한 기업으로 내시경 시술기구 국산화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2017년 클리어팁을 출시했고 2018년 미국 FDA와 유럽 CE 인증을 획득한 이후 미국과 유럽, 아시아 시장으로 공급 지역을 넓혔다. 2024년 12월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최근에는 소화기 분야에서 축적한 내시경 시술기구 기술을 기관지 내시경 등 호흡기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클리어팁 EBUS-TBNA' 2세대 제품이 미국 FDA 510(k) 허가를 획득하면서 FDA 허가 제품군을 13개로 확대했다.
이번 한미 공동 연구는 파인메딕스의 사업 영역이 기존 내시경 시술기구 제조에서 치료용 내시경 의료기기와 플랫폼으로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상장사 쎄크는 범부처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 추진하는 '세계 최고 능동형 선량분포 제어 방사선치료기 개발' 국책과제의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한다.
이번 과제에는 주관사인 라덱셀을 비롯해 쎄크와 온코소프트,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서울아산병원 등이 참여한다. 총 사업비는 352억1713만원이며 이 가운데 정부지원금은 279억5000만원이다. 쎄크에는 25억원이 배분된다. 사업기간은 2026년 7월부터 2032년 12월까지이며 쎄크는 2030년 말까지 사업에 참여한다.
컨소시엄의 목표는 종양에는 필요한 치료선량을 전달하면서 주변 정상조직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은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방사선치료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자기장 제어 기술 등을 활용한 방사선 독성저감 기술과 환자의 종양 크기 및 위치 변화 등을 치료 과정에서 반영하는 적응형 방사선치료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방사선치료에서는 종양에 충분한 방사선량을 조사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주변 정상조직의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종양과 정상조직의 경계가 복잡하거나 주요 장기와 인접한 경우에는 더욱 정밀한 선량 제어가 요구된다.
쎄크는 이번 연구에서 차세대 방사선치료기의 핵심 부품인 의료용 선형가속기(LINAC) 국산화를 담당한다.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한 진단용 컴퓨터단층촬영(CT) 기술 공급도 맡는다.
LINAC은 전자를 고에너지로 가속해 암 치료에 사용하는 고에너지 X선이나 전자선을 생성하는 방사선치료기의 핵심 장치다. 방사선치료기의 성능과 정밀도를 좌우하는 주요 부품 가운데 하나인 만큼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 방사선치료기 기술 자립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쎄크는 그동안 전자빔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인라인 검사장비, 방산용 비파괴 검사 시스템 등을 개발해 왔다. 산업용으로 축적한 X-ray와 전자빔, LINAC 관련 기술을 의료기기로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회사는 앞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추진하는 '플래시(FLASH) 방사선 1초 암치료기 전략 연구사업'에도 공동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해당 사업에서는 총 정부지원금 250억원 가운데 63억원을 배정받아 초고선량 전자빔 발생기술과 선량 제어기술, 치료 시스템 및 임상 적용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FLASH 방사선치료는 극히 짧은 시간에 매우 높은 선량률의 방사선을 조사해 암세포 치료 효과를 확보하면서 정상조직의 손상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연구되고 있는 차세대 방사선치료 기술이다.
쎄크 관계자는 "이번 국책과제 선정을 통해 LINAC과 X-ray, CT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의료 분야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향후 사업화로 연결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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