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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8-19 08: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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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의 중소기업투데이 발행인


사람이 죽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그 영향권에 있는 조직 주변에서 비극적인 죽음이 반복됐다면 이제는 각각의 사건을 개별적인 불행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관리·감독 시스템에 구조적인 문제가 없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장기 재임 기간을 평가하면서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중소기업투데이가 취재·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중앙회에서는 과거 계약직 여직원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또 약 3년 전에는 사내 금고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공금 문제로 인사조치를 기다리던 과정에서 중앙회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중앙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 주변에서도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홈앤쇼핑 자체 조사 과정에서 콜센터 담당 직원이 약 1년에 걸쳐 협력업체 5개사에 총 50여억원가량을 과다 지급했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이후 홈앤쇼핑은 해당 업체들을 상대로 돈을 돌려받는 절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소기업인 협력업체 입장에서 수억원에서 10억원 안팎에 이르는 자금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가운데 한 업체는 홈앤쇼핑의 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홈앤쇼핑 내부 직원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왜 협력업체가 고스란이 떠안아야 했는가.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이 과정에서 한 협력업체 대표가 극심한 자금 압박을 겪다가 한강에 투신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기자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영등포경찰서에 수차례 취재를 시도했다. 그러나 담당자가 당직 근무 후 휴무라는 답변부터 외근 중, 휴가 중이라는 설명 등이 이어지면서 충분한 사실 확인을 하지 못했고, 결론적으로 취재원 따돌리기 작전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았다.

따라서 사망 경위와 홈앤쇼핑의 비용 환수 조치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는 수사기관의 기록과 추가 취재를 통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 그럼에도 세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왜 한 조직과 그 주변에서 구성원과 협력업체 관계자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비극이 반복됐는가.

조직의 수장은 성과가 좋을 때 박수를 받는 자리만이 아니다. 조직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내부통제가 무너지며 약자가 고통받을 때 최종적인 관리 책임을 묻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장기간 같은 리더십이 조직을 이끌었다면 더욱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

16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 세 번을 넘는 기간이다. 그동안 조직 내부에서 성추행 의혹과 공금 문제가 발생하고 관계회사와 협력업체 사이에서 거액의 비용 분쟁까지 벌어졌다면 단순히 담당 직원 몇 사람의 일탈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내부통제는 제대로 작동했는가. 감사는 살아 있었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는 책임졌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의 최고책임자는 무엇을 했는가.

이 질문에 중앙회와 홈앤쇼핑은 답해야 한다.

부패는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사건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작은 특혜를 눈감고, 잘못된 인사를 용인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관행이 반복될 때 조직 전체에 사슬처럼 번진다. 수장이 침묵하면 간부가 침묵하고, 간부가 침묵하면 직원들은 조직의 잘못보다 자신의 자리를 먼저 걱정하게 된다. 그래서 리더십이 중요하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세 건의 죽음을 억지로 하나의 원인으로 연결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서로 다른 사건에서 왜 비극적인 결과가 반복됐는지 독립적인 조사와 검증을 통해 밝히자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조사도 검토해야 한다. 홈앤쇼핑의 50여억원 과다지급 발생 경위와 책임 소재, 협력업체 환수 과정의 적정성, 관련 소송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 회장의 임기가 6개월 후에 마무리되는 만큼 이제 남은 시간은 '연장'보다 '정리'의 시간이 돼야 한다.

오랜 기간 중앙회를 이끌어온 수장이라면 자신의 재임 기간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미제로 남겨둔 채 떠나서는 안 된다. 잘한 것은 평가받으면 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으면 된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고, 제도를 고쳐야 할 일이 있다면 후임자에게 넘기기 전에 고쳐놓아야 한다.

그것이 장기 재임한 수장이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책임이자 품격이다.

특히 세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외부 검증을 거쳐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유족과 피해자, 협력업체가 제기하는 문제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임기를 채우는 것과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다르다.

6개월 후 임기가 끝난다는 사실이 책임의 종료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남은 임기 동안 오래된 문제를 털어내고 차기 중앙회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는 것이 마지막 임무일 수 있다.

죽음은 정쟁의 도구가 돼서도, 조직 개혁을 위한 자극적인 소재가 돼서도 안 된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조직 역시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을 대표한다고 자부하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다른 어느 조직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특히 힘없는 직원과 협력업체를 보호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16년 장기 리더십의 공과를 평가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현 회장에게도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떠나는 뒷모습은 때로 취임할 때의 모습보다 중요하다. 지난 16년의 성과만을 이야기하며 떠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재임 기간에 발생한 아픈 사건까지 정리하고 제도적 재발 방지책을 만들어 놓고 떠날 것인지에 따라 16년 리더십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개혁의 출발점이 반드시 새로운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 스스로 오래된 문제를 정리하고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는 것 역시 중앙회 개혁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난 16년의 상처를 가능한 한 치유하고, 미완의 문제를 정리한 뒤 떠나는 모습.

그것이 지금 현 회장에게 기대하는 마지막 리더십이다.

키워드#중소기업중앙회

출처 : 중소기업투데이(http://www.sbiz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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