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덕씨의 첫 디카시집 '한 컷의 서정'에 실린 '하늘은 구름으로 마음을 적시고'에 붙은 사진.
"하늘은 구름으로/ 마음을 적시고/ 산은 말없이/ 나를 품는다/ 한 컷 속에 하루가 잠긴다."
한 장의 사진과 다섯 줄 남짓의 짧은 시.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 한 편의 디카시가 무더운 여름날 독자의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적신다.
베트남에서 32년째 선교와 교육, 한국문화 보급 활동을 이어온 오덕 씨가 첫 디카시집 '한 컷의 서정'(도서출판 상상인刊)을 국내에서 최근 펴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와 '시'를 결합한 신개념 문학 장르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한 사진 한 장과 5행 안팎의 짧은 시를 결합해 순간의 감동과 사유를 담아내는 현대시 형식으로, 이상옥 시인이 창시한 이후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창작과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오 씨가 수년간 베트남과 세계 여러 나라를 오가며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창작한 디카시 60편이 담겼다. 여기에 호치민국가대학교 디카시 공모전 입상작 4편을 함께 수록해 모두 64편을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만날 수 있다.
시집은 '자연', '사명', '여행', '일상'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하늘과 숲, 메콩강과 사막, 교회와 선교 현장, 베트남 거리의 사람들, 한국과 해외 곳곳에서 만난 풍경이 사진과 시를 통해 하나의 서정으로 다시 태어난다.
'사막'이라는 제목의 붙은 사진
작품 '사막' 역시 오 씨의 시세계를 잘 보여준다.
"바람은 모래 위에 긴 글을 쓰고/ 광야의 세월은 물결처럼 일렁인다/ 푸른 하늘 너머 본향이 부르고/ 모래알 하나에도 주님 손길 머무니/ 나그네 걸음은 순례길 위에 있다"
사막의 황량한 풍경을 바라보며 신앙과 순례의 의미를 담아낸 이 작품은 사진이 기록한 현실과 시가 품은 내면의 울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독자는 사진을 먼저 읽고, 시를 통해 또 다른 풍경을 마음속에 그리게 된다.
문학평론가이자 한국디카시인협회장인 김종회 교수는 권두언에서 "이 시집은 하늘의 흰 구름과 밤바다, 노을과 숲길, 사람들의 일상과 농사 풍경, 교회와 신앙의 모습까지 폭넓은 시선을 담아낸 작품집"이라며 "삶의 깊이와 인간애가 고스란히 녹아든 디카시의 결정체"라고 평가했다.
디카시 창시자인 이상옥 교수도 추천사를 통해 "베트남의 풍경과 사람들, 오랜 선교와 교육을 통해 길어 올린 삶의 체험과 성찰이 담긴 따뜻한 인간애의 기록"이라고 적었다.
오 씨는 "카메라 한 컷과 짧은 글 한 줄로 일상의 순간들을 붙잡아 왔다"며 "이 작은 시집이 독자들의 마음에 잠시 머무는 쉼표가 되고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저의 작은 글과 사진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다리,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소박한 통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오덕씨의 첫 디카시집 '한컷의 서정' 표지.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난 오덕 씨는 1995년부터 베트남에서 선교사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 한국디카시인협회 베트남지부장, 베트남 동나이 MIT대학교 한국문화센터 원장, 부산디지털대학교 특임교수 등을 맡고 있다. 베트남한인선교사회 회장과 호치민한국문화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 보급에도 힘써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