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13일 1년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소형모듈원전(SMR) 공급망 진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방한은 단순한 투자·협력 논의를 넘어 게이츠 이사장이 창업한 미국 테라파워의 차세대 원전 사업에 국내 기업들이 실제 기자재 공급과 지분 투자로 참여하는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테라파워 창업자인 게이츠 이사장은 방한 기간 정부와 국회, 재계 인사들을 만나 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4일에는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회동하고 SK그룹 경영진과의 접촉도 예상되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과 테라파워의 관계가 투자와 기술협력에서 실제 원전 공급망 참여 단계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테라파워는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와이오밍주 케머러 1호기의 건설 허가를 획득했다. 상업 규모 차세대 원전이 미국에서 건설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테라파워가 개발하는 4세대 원자로 ‘나트륨(Natrium)’은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이다. 케머러 프로젝트에는 345MW 규모의 차세대 원자로가 들어간다.
두산에너빌리티, 테라파워 핵심 기자재 첫 수주
게이츠 이사장의 방한과 맞물려 국내 원전 기업의 구체적인 수주 성과도 나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4일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용 핵심 기자재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테라파워 SMR에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맡은 품목은 원자로 보호용기와 원자로 지지구조물, 원자로 내부구조물이다.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는 앞서 2024년 12월 테라파워 초도호기의 핵심 기자재에 대한 제작성 검토 계약을 체결하고 설계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계약으로 테라파워의 미국 차세대 원전 프로젝트에서 국내 기업이 핵심 원자로 기자재 제작을 직접 맡게 됐다.
HD현대는 핵심 설비 공급…한수원은 지분 투자
HD현대도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 인클로저 시스템(RES)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D현대와 테라파워의 협력은 투자에서 출발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후 원자로 설비 제작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왔다. HD현대는 육상 발전용 SMR뿐 아니라 SMR을 선박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SK 역시 테라파워의 주요 투자자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공동으로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올해 1월 테라파워 지분 4000만달러어치를 인수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SK의 투자, 한수원의 지분 참여에 더해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의 원전 설비·기자재 공급으로 테라파워와의 협력 범위가 넓어지는 모양새다.
AI 전력수요 급증…SMR 시장 확대 주목
SMR이 산업계의 관심을 끄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이츠 이사장 역시 지난해 방한 당시 AI와 반도체 산업이 끌어올리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SMR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나 나트륨 원자로 공급망 구축과 사업화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방한은 당시 논의가 실제 사업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테라파워가 미국에서 건설 허가를 확보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가 핵심 기자재 제작 계약을 따냈고, HD현대 역시 핵심 원전 설비 공급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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