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산 AI 영상진단 솔루션들이 진화하고 있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심장초음파 등 다양한 의료영상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며 글로벌 시장 진출과 임상 현장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AI 영상 솔루션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하거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심사 단계에 진입하고 국내외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에스지헬스케어는 AI 기반 MRI 영상복원 솔루션 'AriaMR'의 미국 FDA 510(k) 본심사 검토 개시 통보를 받으며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FDA 510(k)는 미국 시장에 의료기기를 출시하기 위해 기존에 허가된 제품과의 실질적 동등성을 입증하는 제도다. 본심사 검토가 시작됐다는 것은 제출 자료가 기본적인 행정 검토 단계를 거쳐 제품의 안전성과 성능을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아직 최종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국내 의료 AI 기술이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 진입을 위한 구체적인 심사 절차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riaMR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MRI 영상의 노이즈를 줄이고 고해상도 영상을 구현하는 AI 영상복원 솔루션이다. 에스지헬스케어가 2022년 자회사 민트랩스를 통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 개발했다.
회사가 제시한 가장 큰 특징은 MRI 촬영 시간을 기존보다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MRI는 검사 부위와 촬영 방식에 따라 비교적 긴 시간이 소요되며, 검사 중 환자가 움직이면 영상 품질이 떨어져 재촬영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한다. 촬영 시간이 단축되면 환자의 불편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의 장비 운영 효율과 검사 처리 역량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 MRI 장비를 교체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고가의 MRI 장비를 새로 도입하지 않아도 영상 품질과 촬영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의료기관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기존 장비의 활용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지헬스케어는 당초 해당 솔루션을 'IAI'라는 이름으로 FDA에 제출했으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과 FDA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제품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명칭을 AriaMR로 변경했다. 이후 강화된 FDA 사이버보안 요구사항 등을 반영하며 자료 제출과 보완 절차를 거듭해 왔다.
의료 AI 제품은 일반 소프트웨어와 달리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보호, 소프트웨어 변경 관리, 위험관리, 사이버보안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의료기기가 병원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지속해서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해킹이나 데이터 위·변조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체계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AriaMR은 이미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으며 2023년 첫 상용화와 해외 수출도 달성했다. 에스지헬스케어는 FDA 510(k) 절차가 최종 완료되면 북미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팬토믹스는 의료진이 우선 확인해야 할 심혈관 병변을 선별하는 AI 진단보조 기술을 통해 응급의료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팬토믹스의 관상동맥 CT 협착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앤지오믹스 ER'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디지털의료기기 3등급 제조허가를 획득했다. 지난해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 체계에서 확증 임상시험을 거쳐 임상적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받은 결과다.
앤지오믹스 ER은 관상동맥 CT 영상에서 딥러닝 기반 객체 검출 알고리즘을 활용해 주요 관상동맥에서 50% 이상 협착이 의심되는 영역을 검출한다. 분석 결과는 약 5~10분 안에 화면에 표시되며, 의료진이 먼저 확인해야 할 환자와 병변을 함께 제시한다.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으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상동맥 CT는 혈관의 해부학적 구조와 협착 여부를 비침습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저위험 또는 중등도 위험의 흉통 환자를 평가하는 검사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관상동맥은 굵기가 가늘고 복잡하게 분포돼 있어 의료진이 CT 영상에서 혈관을 하나씩 따라가며 협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응급실처럼 여러 환자의 영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판독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앤지오믹스 ER은 이러한 상황에서 협착이 의심되는 병변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우선 검토 대상자를 제시하는 트리아지 기능을 수행한다. AI가 최종 진단을 내리거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더 빠르게 중요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최종 판독과 치료 결정은 의료진이 담당한다.
특히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응급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지연될수록 심장 근육 손상이 커질 수 있다. 의료 AI가 응급실에 접수된 여러 영상 가운데 위험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먼저 제시한다면 의료진의 영상 확인 순서를 조정하고 신속한 임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앤지오믹스 ER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확증 임상시험을 통해 임상적 성능을 검증받았다. 침습적 관상동맥조영술을 참조표준으로 설정해 AI 분석 결과와 비교했으며 사전에 설정한 최소 임상 성능기준 대비 통계적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확증 임상시험은 제품의 성능과 안전성을 실제 임상 환경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다. 의료 AI 솔루션이 연구 단계의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것과 실제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제기관의 임상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팬토믹스가 디지털의료기기 3등급 허가를 획득했다는 점은 해당 기술이 임상시험을 통해 진단보조 성능을 검증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팬토믹스는 기존 심장 MRI 정량분석 플랫폼 '마이오믹스'에 이어 관상동맥 CT 기반 임상 의사결정 지원 영역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심장 MRI 영상에서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분석하는 기술과 관상동맥 CT에서 협착 의심 부위를 찾는 기술을 연계해 심혈관질환 전반을 지원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의료 워크플로우 AI 기업 온택트헬스는 최근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 AI 기반 심장초음파 분석 솔루션 '소닉스헬스'를 공급했다. 이번 도입은 병원 내 인체유래물은행 지원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소닉스헬스를 활용해 심장초음파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고, AI 기반 진료와 연구 인프라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심장초음파는 초음파를 이용해 심장의 구조와 움직임, 혈류 상태 등을 평가하는 검사다. 방사선 노출 없이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어 심부전과 판막질환, 심근질환 등 다양한 심장질환의 진단과 경과 관찰에 활용된다.
그러나 심장초음파 영상은 촬영 각도와 환자의 상태, 검사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좌심실의 크기와 수축 기능, 심장벽 움직임 등 다양한 지표를 측정해야 하므로 분석에도 상당한 시간과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건수가 증가할수록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검사자나 판독자에 따른 결과 편차를 줄이기 위한 표준화 필요성도 높아진다.
소닉스헬스는 획득된 심장초음파 영상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분류한 뒤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요 심장 기능 지표를 분석해 결과 보고서를 제공한다. 심전도 신호가 없어도 영상만으로 심장 주기를 자동 인식할 수 있으며, 환자 한 명의 영상을 약 1~2분 안에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심장초음파 검사 과정에서는 여러 방향과 모드로 촬영된 영상이 생성된다. 의료진이 각 영상을 분류하고 필요한 지표를 반복적으로 측정해야 하지만, AI가 영상 종류를 자동으로 구분하고 주요 수치를 계산하면 분석 시간을 단축하고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다.
소닉스헬스는 미국 FDA 510(k) 승인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2등급 인증을 획득했다.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을 비롯해 국내외 의료기관에 공급돼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삼진제약과의 총판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의료기관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초기 평가를 통해 심장초음파 분석 업무의 효율성과 진단 표준화 측면에서 소닉스헬스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향후 축적되는 심장초음파 데이터를 진료뿐 아니라 연구에도 활용하며 AI 기반 의료 데이터 인프라를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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