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이 중국 차 음료 브랜드 몰리티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1심 승소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해 루이비통에 대한 중국민들의 반감이 고조되며,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IP 방어가 로컬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루이비통이 중국에서 상표권 방어 소송에 승리했지만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몰리티·루이비통
쑤저우 중급인민법원은 몰리티(Molly Tea) 측이 루이비통의 등록된 네잎·네꽃잎 계열 그래픽 상표 7건의 전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경제적 손해배상 1000만 위안과 합리적 소송비용 30만 위안 등 총 1030만 위안(약 22.7억 원) 지급을 명령했다. 몰리티 측은 항소 방침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은 비교적 명확하다.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은 1896년 조르주 비통이 고안한 이후 브랜드의 핵심 식별 자산으로 관리돼 왔고, LVMH도 올해 모노그램 130주년을 맞아 이를 헤리티지, 혁신, 문화의 대화로 설명했다. LVMH는 해당 문양이 네오고딕 장식과 자포니즘의 영향에서 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상표법상 저명상표는 동일·유사 상품뿐 아니라, 다른 상품·서비스 영역에서도 소비자 오인이나 권리자 이익 침해 우려가 있을 경우 보호될 수 있다. 따라서 음료 브랜드와 가죽제품 브랜드가 업종이 다르다는 점만으로 침해 판단이 배제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법리와 달랐다.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관영 매체와 온라인 이용자들은 몰리티의 네꽃잎 문양이 루이비통 상표와 유사한지를 넘어, 해당 도형이 당대 보상화 문양 등 중국 전통 장식과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일부 보도와 온라인 게시물은 당대 비파에 나타난 문양과 루이비통 모노그램을 나란히 제시하며 ‘전통 문양의 독점’ 문제를 제기했다.
몰리티가 단순한 소규모 로컬 사업자가 아니라는 점도 사건의 파장을 키웠다. 몰리티는 2021년 선전에서 설립된 화향 밀크티 브랜드로 지난 5월 기준 중국 내 2000개 이상 매장과 6월 기준 해외 50개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인 대형 프랜차이즈다. 즉 루이비통 입장에서는 브랜드 식별력을 훼손할 수 있는 빠른 확장형 소비재 브랜드를 상대로 선제적 권리 방어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중국 소비자가 이번 사건을 ‘상표 유사성’이 아니라 ‘문화적 원형의 소유권’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루이비통은 법적으로 등록상표 보호를 주장할 수 있지만, 중국 소비자 여론은 서구 럭셔리 하우스가 아시아 장식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뒤, 다시 중국 기업을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는 구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지점에서 승소는 곧 브랜드 자산 방어라는 성과인 동시에, 중국 시장에서 문화적 비대칭성 논란을 부른 비용으로 작용했다.
로컬 문화와 브랜드 재산권이 부딪치는 위험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라다는 2025년 밀라노 쇼에서 인도 전통 콜하푸리 샌들과 유사한 디자인을 선보였다가 비판을 받았고, 이후 인도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인정하며 현지 기관과 협업해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 샌들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 사례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전통 공예와 민속적 디자인을 차용할 때, 단순한 디자인 영감 표기를 넘어 출처 인정, 지역 장인과의 관계 설정, 경제적 환원 구조까지 요구받는 단계로 시장 기준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 문제가 더 예민하다. 스웨덴 국가중국센터의 2008~2021년 중국 소비자 보이콧 연구는 해당 기간 확인 가능한 외국 기업 보이콧이 최소 90건 있었고, 다수는 2016년 이후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보이콧의 주요 대상은 북미·유럽·일본·한국 기업이었고, 문화적 전유나 중국에 대한 편견으로 인식된 마케팅도 촉발 요인 중 하나로 분류됐다. 연구는 의류·화장품·자동차처럼 중국 내 대체 브랜드가 성장한 산업일수록 외국 브랜드가 소비자 반발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루이비통이 이번 소송에서 얻은 것은 상표권 방어의 선례다. 몰리티의 상표 출원 다수가 거절 또는 무효 상태로 보도됐고, 법원도 루이비통의 등록상표 7건 침해를 인정했다. 이는 중국이 외국 럭셔리 브랜드의 지식재산권을 일정 수준 보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서구 브랜드가 겪었던 상표 선점, 모조품, 유사 로고 문제를 고려하면, 법원의 판단은 지식재산권 집행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손해 가능성은 더 장기적이다. 맥킨지는 2026년 6월 럭셔리 시장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향후 럭셔리 성장의 핵심 시장이며, 중국 소비자는 신뢰, 인지도, 브랜드 권위, 고접점 서비스 경험을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같은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감정적 연결이 전통적 헤리티지나 희소성보다 브랜드 욕망을 좌우하는 핵심 동인으로 부상했다고 봤다. 이런 환경에서는 법적 정당성만으로 브랜드 호감이 유지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문화적으로 공정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행동하는 주체로 인식하느냐가 구매 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VMH 입장에서는 중국 회복 국면을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LVMH는 2026년 1분기 매출 191억 유로를 기록했고, 그룹 전체 유기적 성장률은 1%였다. 패션·가죽 부문은 유기 기준 2% 감소했지만,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은 2025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개선 흐름을 확인하며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회사는 밝혔다. 루이비통은 같은 분기 베이징 신규 플래그십과 서울 ‘LV 더 플레이스’ 등 체험형 매장을 언급하며 문화적 경험을 통한 고객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럭셔리 시장의 다음 경쟁은 단순한 로고 인지도 싸움이 아니다. 현지 소비자는 글로벌 브랜드의 역사와 품질을 여전히 인정하지만, 동시에 자국 문화와 로컬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졌다. 루이비통의 승소는 지식재산권 보호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시켰다. 그러나 그 승리가 중국 소비자에게 ‘전통 문양을 독점하려는 서구 브랜드’라는 인상을 남긴다면, 판결문에서 얻은 권리는 매장에서 잃는 신뢰로 상쇄될 수 있다.
대형 모조품 제조·유통망이나 고의적 위조 상품에는 강경한 집행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통 장식과 형태적으로 겹칠 수 있는 도형, 현지 소비자가 문화유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징, 빠르게 성장한 로컬 브랜드와의 충돌은 법무 전략만으로 다룰 수 없다. 사전 여론 분석, 문화사 검토, 현지 커뮤니케이션, 합의 가능성까지 포함한 브랜드 거버넌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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