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기관들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 중심으로 환자 상태를 실시간 파악하고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병원들이 환자 모니터링과 중환자 협진, 병동 운영 전반에 인공지능(AI)과 원격의료 소프트웨어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인당의료재단 부산부민병원은 최근 AI 기반 입원환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를 도입하며 스마트 병동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씽크는 입원환자에게 부착하는 웨어러블 심전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 손가락에 착용하는 반지형 혈압계 ‘카트온(CART ON)’ 등을 통해 환자의 주요 생체신호를 무선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심전도와 심박수, 산소포화도, 24시간 활동혈압을 비롯해 혈압·맥박·호흡·체온·산소포화도 등 주요 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의료진이 일정 시간마다 병실을 방문해 환자의 활력징후를 확인하거나 환자가 유선 장비에 연결된 상태로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무선 모니터링 환경에서는 환자가 병상 주변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끊김 없이 상태를 관찰받을 수 있다.
낙상 감지 기능도 환자 안전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고령 환자나 중증 환자는 갑작스럽게 침상에서 일어나거나 보행하는 과정에서 낙상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시간 감지 시스템을 활용하면 의료진이 병실을 잠시 비운 상황에서도 환자의 움직임과 이상 징후를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부산부민병원은 씽크를 중환자실을 포함한 주요 병동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부민병원그룹은 부산부민병원의 운영 성과를 분석한 뒤 재단 산하 다른 병원으로 시스템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병원시스템 전반을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AX(AI Transformation)’ 전략의 하나로, 개별 장비 도입을 넘어 환자 관리와 병동 운영체계를 데이터 기반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병원 내부의 환자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시스템뿐 아니라 병원과 병원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협진 체계도 확대되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현대유비스병원과 ‘원격 중환자실(e-ICU) 네트워크 구축 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중환자 진료협력체계 강화에 나섰다. 이번 협약은 인하대병원이 보유한 중증·응급 진료 역량과 현대유비스병원의 지역 의료 기반을 연계해 중환자 진료 공백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양 기관은 현대유비스병원 중환자실에 e-ICU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하대병원 중환자의학과 전문의가 원격으로 24시간 자문과 협진을 제공하는 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e-ICU는 개별 병원 중환자실에서 발생하는 환자 데이터를 통합관제시스템으로 전송해 다른 의료기관의 전문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원격 중환자 관리 시스템이다.
인하대병원 의료진은 관제시스템을 통해 현대유비스병원 중환자실 환자의 생체징후와 상태 변화를 살펴보고 현장 의료진과 함께 진단 및 치료 방향을 논의한다.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거나 특정 수치가 위험 범위에 도달하면 알림이 발생해 위급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협력 범위는 원격 모니터링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환자의학과 기반의 원격 자문·협진체계 운영과 함께 심뇌혈관질환, 성인·소아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24시간 핫라인을 구축한다. 상급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인하대병원으로 신속하게 전원할 수 있도록 연계체계도 강화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지역 종합병원이 모든 분야의 중환자 전문인력을 상시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가 처음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지역 병원에서 전문적인 자문을 받으며 초기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전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를 공유한 상태에서 신속하게 상급병원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 간 정보 단절과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의료진도 전화나 문서에 의존하는 기존 협진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 상태를 함께 판단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중심으로 병상을 운영하고, 지역 병원은 전문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치료 역량을 강화하는 구조다.
인하대병원은 앞서 2023년 인천광역시의료원 산하 백령병원에 스마트 원격화상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024년에는 인천광역시의료원과 e-ICU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현대유비스병원과의 협력을 계기로 공공의료기관에 이어 민간 의료기관까지 원격 중환자 협진 네트워크를 확대하게 됐다.
지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AI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도 이어지고 있다. 휴이노는 유한양행과 함께 강릉고려병원에 스마트 AI 솔루션 ‘메모 큐(MEMO CUE)’를 공급했다. 강릉고려병원은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에 위치한 종합병원으로 24시간 응급실과 내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 주요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다.
강릉고려병원은 메모 큐를 응급실과 일반 병동 등에 적용해 환자의 생체신호를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환자 상태 변화가 빈번한 응급실과 병동에서는 의료진이 모든 환자를 동시에 지속 관찰하기 어렵다.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은 환자의 심전도 등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해 의료진에게 전달한다.
메모 큐는 병원 내 기존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최대 300명 환자의 생체신호를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규모 시설 공사나 통신망 교체 부담을 줄이면서도 다수 환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솔루션의 핵심 장비인 초소형 웨어러블 심전계 ‘메모패치 M(MEMO Patch M)’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510(k) 승인을 획득했다. 제세동 보호 회로가 적용돼 응급상황에서 제세동기를 사용하더라도 장비를 제거했다가 다시 부착할 필요 없이 모니터링을 이어갈 수 있다. 응급처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측정 공백을 줄여 환자 상태의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설계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이번 강릉고려병원 공급은 메모 큐가 지역 거점 의료기관의 병원 전반 환자 모니터링 체계에 적용되는 의미 있는 사례"라며 "유한양행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주요 의료기관 공급을 적극 확대하고, 병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스마트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으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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