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산업 위축이나 공급과잉 등으로 '탈삼전닉스'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부정적이다. [이미지=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내놓은 역대 최고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코스피가 이틀 연속 폭락하며 다시 7000선으로 후퇴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런 극심한 변동성은 최근 수시로 이어지고 있다. 를 두고 그간 한국 증시를 떠받쳐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삼전닉스)의 이른바 ‘피크아웃’을 우려하는 시각도 부상하고 있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최고점에 도달한 후 추세적으로 하락 일변도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하락세는 물론 최근의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영향이 컸다. 그럼에도 전날 삼성전자가 2분기 9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내놨지만, 메모리 반도체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적잖게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하거나, 메모리 등 부품가격이 워낙에 크게 오르면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더 많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일련의 폭락세가 반도체 초호황의 종료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전망하고 있다.
AI산업 위축 예상? 국내 증시 ‘피크아웃’ 추측도
무엇보다 최근 코스피의 줄기찬 하락세는 역시 ‘반도체 고점’에 대한 우려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최고점 경신이 지속될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러다가 어느날 한 순간에 ‘대폭락’이 오른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러면 과연 ‘삼전닉스’의 주가가 ‘천정’에 도달, 지속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만큼 국제적인 수요과 AI산업이 위축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를 전적으로 동의하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즉, 변동성이 반복되지만, 추세적으론 여전히 AI 산업이 확대일로에 있고, ‘삼전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호황도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와 월가 등의 움직임들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 AI의 수익창출효과에 대한 일부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AI산업이 가까운 시일에 속도조절 내지 위축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연초부터 ‘삼전닉스’와 마이크론 등 공급망 부족으로 ‘반도체 대란’이 일면서 소모량을 최소롤 줄이거나, 아예 脫반도체를 지향하는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실용성보다는 실험실 안의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그쳐야 했다.
'양자화' 기술로 비트를 축소, 거리 관념을 삭제한 방식으로 KV/캐시를 축소한 구글 '터보 퀀트'를 뜻하는 이미지. [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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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미풍’으로 끝난 ‘터보 퀀트’
그 중에서도 지난 3월 등장한 구글의 ‘터보 퀀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한때 반도체 주가를 크게 끌어내릴 정도로 획기적이자 충격적이었다. 양자화 기술을 적용, KV 캐시(Key-Value Cache)를 극단적으로 압축함으로써 이에 소요되는 HBM의 수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기술이다.
여기서 KV캐시의 역할과 의미를 알아야 한다. AI에게 응답(프롬프트)을 연속적으로 요청할 경우, 직전의 기억이 없으면 매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임시 기억 공간이 KV 캐시다. 이는 흔히 브라우저 캐시나 CPU 캐시는 다른 개념이다. 문제는 AI가 날로 발달하면서, 현재는 KV 캐시가 선형증가를 일으키며, 메모리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주 쓰는 데이터를 임시 저장해서 꺼내서 처리하는 캐시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에 많은 HBM 등 메모리가 필요하고, 그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를 ‘양자화’기술을 통해 극단적으로 캐시 메모리를 압축한 것이다. 즉, 고정밀도 숫자(16비트 부동소수점)를 저(低)비트 정수(8비트, 4비트 등)로 변환하여 메모리를 줄이는 기법을 적용했다. 마치 사진의 해상도를 낮추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원본 사진이 1,000만 화소라면 이를 200만 화소로 줄여서 저장 공간을 절약하는 것”에 비유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또한 압축 파일을 다운로드 → 압축 해제 → 파일 열기의 세 단계를 거치며 제공한다. 이에 ‘터보퀀트’는 다운로드와 동시에 압축을 해제하고 파일을 여는 ‘스트리밍’ 방식이다. 그 덕분에 “VRAM에서 가져오는 데이터 양이 6분의 1로 줄어들어, 실질적인 메모리 대역폭이 크게 향상된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찾잔 속 태풍’으로 그치고 말았다. 무엇보다 터보퀀트는 주로 KV 캐시를 극단적으로 압축함으로써 정보 손실과, 서비스 품질 저하(환각 등)의 위험을 초래한다. 또한 KV 캐시만 줄여도 문제가 남는다. GPU 연산이나 네트워크, 전력 등의 차원에서 또 다른 병목이 남아 전체 시스템 성능 개선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터보퀀트가 공개된 직후 ‘메모리 사용량 감소 → HBM 등 메모리 수요 급감’이라는 단순 논리가 확산되며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그러나 실험실이 아닌 산업현장에서의 실용성, 그리고 메모리 사용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수요을 늘릴 것이란 단순한 상식에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한 셈이다. 즉 “설사 메모리 비용 하락이 사용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었고, 적어도 ‘메모리 대란’ 해소에 기여할 만한 변수도 못된다는 결론이다.
AI가 생성한 삼성전자의 DDR5 램 이미지. [출처=GPT-5]
스쳐간 ‘바람’에 그친 ‘메타AI’ 충격파
다음으론 지난 달 있은 ‘메타AI’ 충격파다. 자사의 잉여 (AI 기반)컴퓨팅 자원을 이제 클랑드 방식의 임대 시스템으로 돌린다고 해서 이튿날 국내외 반도체 주가가 폭락했다. 그 동안 구글·오픈AI·아마존 등을 따라잡기 위해 메타는 대대적인 AI투자를 결행해왔다. 그 결과 ‘메타AI’ 등을 비롯한 일부 파운데이션 모델에 성공했으나, 소셜미디어 앱말곤 이렇다할 수익 창출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컴퓨팅 자원을 임대로 돌릴 경우 AI사업이 축소되고, 이는 일종의 ‘AI버블’ 꺼짐의 시작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반도체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이는 AI투자 대비 수익성이 가시화되지 않는 일부 사업부문에 한정된 것이다. 게다가 그 직후 메타는 새삼 캐나다에 한화로 무려 13조원 규모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확정, ‘메타=AI산업포기’ 설을 일거에 없던 얘기로 만들었다.
애플 팀 쿡, 中·백악관 동원한 ‘우회전술’
그런 와중에 애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애플이야말로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등 다양한 모바일 및 전자기기에 대규모 RAM과 DDR 등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도체 가격으로 삼전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한 불만이 높다. 자사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보니 매출에도 지장이 많다. 그렇다고 딱히 ‘삼성’이나 ‘마이크론’ 등을 대체할 대안도 마땅찮다. 최근에 심지어 “빅테크 중 가까운 미래에 가장 위태로운 국면을 맞이할 기업은 애플”이란 호사가들의 입방아도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이에 애플은 나름의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즉 중국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등의 제품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중국 회사는 현재 중간 품질의 DRAM이나 가속 메모리 DDR4 수준까진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CXMT 스스로는 “2나노를 극복하고, 삼성을 따라잡기 직전”이라고 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아직도 한국의 반도체 기술에는 턱없이 못미친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애플은 치솟는 제품 가격을 보전하기 위해 이들 중국산으로 시선을 돌렸다. 초고성능이 아닌 한, 플래그십을 제외한 아이폰 등엔 적용이 가능할 것이란 계산이다. 물론 품질과 사후 시장 평가에 대한 불안감은 있지만, 이를 “따질” 계제가 아니란 얘기다. 이에 애플 CEO 팀 쿡이 직접 중국산 칩 사용에 대한 백악관의 허용을 이끌어내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거의 한달이 지나도록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애플은 물밑으로 삼성과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가격 협상’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냉랭하다. 심지어 마이크론은 “예전에 반도체 침체기엔 납품가를 그렇게 후려치며 ‘갑질’을 해놓고, 이제 와선 딴 소리냐”며 “한푼도 깎아줄 수 없다”며 강경한 태세다. 삼성도 애플의 요청에 그저 묵묵부답이다. 이에 글로벌 업계에선 “팀 쿡의 ‘중국산’ 구매 로비는 그저 삼성, 마이크론과의 가격협상을 위한 무기일뿐”이란 해석이 나온다. 품질이나 AS 등 생태계를 감안하며, 중국산 칩을 선택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SK하이닉스의 HBM4 이미지. [출처=SK하이닉스]
'삼전닉스' 등 HBM 수요 대응, RAM 공정 축소로 ‘메모리 대란’ 가중
그런 가운데 대규모 AI데이터센터 건립 등 AI붐은 더욱 그 열기가 더해가고 있다. 심심찮게 월가나 뉴욕증시 안팎에선 이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면 반도체 주가가 주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산업혁신이나 신기술 등장기에도 이런 조정 국면은 있어왔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오픈AI, 아마존, 테슬라, 오라클, 세일즈포스, 엔비디아, 클라우드플레어, 앤트로픽,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앞다퉈 천문학적 데이터센터 계획을 잇따라 세우거나 진행하고 있다. 특히 ‘AI 3대 강국’과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내세운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폐기론’까지 거론되었던 원자력발전(SMR포함)에 박차를 가해야 할 만큼 다수의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 주요국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엄청난 CPU나 가속기(GPU)를 추동할 저장장치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엄청나게 소요되고, ‘삼전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모두 이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DRAM·SRAM과 DDR, 그래픽용 VRAM이나 GDDR, 하다못해 외장하드 SSD 등 각종 저장장치와 메모리 생산은 등한시하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공정과 생산설비를 대폭 HBM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에 더욱 고통을 받는 쪽은 AI관련 빅테크들보단, 크고 작은 노트북 제조업체들과 전자기기 업체들, 게임 콘솔과 기기 분야, 특히 마이너 스마트폰 업체 등이다. 이들은 아예 신제품을 미루거나, 업그레이를 위해 구형 버전을 왜곡, 가공하는 등의 비상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야말로 ‘메모리 대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