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산업현장에서는 안전규칙 위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안전규칙 위반은 조기에 개입하지 않으면 상습화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 개입은 성찰적일 필요가 있다. 안전규칙 자체에 무리가 있거나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을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위반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관리감독자는 안전규칙 위반을 하고 있는 작업자가 있는 경우 이것을 묵과해서는 안 되지만, 느닷없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상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작업자가 무언가 위반하는 것을 발견하면, 관리감독자는 “이것을 준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자”, “무언가 문제가 있어 안전규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테니 함께 개선책을 생각해 보자”는 식의 카운슬링적인 태도로 위반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관리감독자가 안전규칙 위반을 적발하는 태도이면 면종복배(面從腹背)가 되고, 직장의 분위기가 나빠져 버린다. 그러나 위반이 악질적인 것, 몇 번 말했는데도 고쳐지지 않는 것,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제재를 함으로써 더 이상 하지 않도록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런 행동에 대해서까지 교육·상담 운운하면서 애매한 것으로 끝내면 다른 사람의 사기가 상실되어 버린다.
구체적인 접근방법이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먼저 본인에게 규칙준수를 서약하도록 하고, 그럼에도 그 후에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처음에는 교육적·상담적으로 접근하고 상당히 악질적인 것, 상습적인 것에 대해서는 의연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풍토가 문란해져 간다. 한편, 규칙을 준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감사합니다.”, “훌륭합니다.”와 같은 칭찬하는 태도로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은 안전규칙 위반의 억제 요인으로 작동하고 좋은 조직풍토로 연결되어 간다.
준수할 수 없는 규칙, 준수하는 의미가 없는 규칙을 현장에 강요하면서 “준수하지 않는 당신이 나쁘다”, “벌칙성 교육 대상으로 해야 한다”와 같은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리감독자는 규칙이 다음에 해당하지 않는지, 즉 규칙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항상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인간의 특성’을 도외시한 규칙은 금물이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 것’이라는 팻말을 세워놓고 있는 공원이 있지만, 팻말이 있는 곳에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샛길이 생겨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잔디밭에 들어간 사람을 붙잡아 “들어가면 안 됩니다.”라고 지적하더라도 그 사람은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지름길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의 ‘특성’이다.
하물며 샛길이 나 있을 정도로 상습자가 있는데 자신만이 붙잡히면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은 갖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지름길을 만들더라도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 같으면 잔디밭을 가로지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즉, 팻말을 뽑고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한편, 이 지름길(잔디밭을 가로지르는 샛길)을 만드는 것이 무언가의 이유로 실제로 곤란하다고 하면, 왜 그러한지 그 이유를 알려주고 게시하며, 나아가 지름길이 가능하지 않도록 철망 등으로 울타리를 만드는 등의 물리적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름길을 원하는 것이 사람의 특성이므로 언제든지 울타리가 부서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둘째, 합리적 이유가 없는 규칙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합리적 이유가 없는 규칙에 대해 지키자고 운운하더라도 이것은 난센스이다. 합리적인 이유가 발견되지 않는 규칙, 필요성이 없게 된 규칙, 작업상황에 맞지 않게 된 규칙이 없는지를 관리 측은 수시로 확인하고 그 규칙의 개폐 필요성 여부를 생각해야 한다.
셋째, 처음부터 준수할 수 없는 규칙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과연 준수할 수 있는 규칙인가?”라고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규칙을 만들면 모두가 준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큰 착각이다. 처음부터 준수할 수 없거나 준수될 리가 없는 규칙은 그것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하여 교육적인 지도를 하거나 확실히 준수하자고 결의 표명을 하게 하더라도 그 준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넷째, 판단 기준이 없는 규칙도 없애 나가야 한다. 준수할 때의 판단 기준이 명확한지 여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필요 이상으로 가열하지 마시오. 가열에 의해 발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는 경우, 이 ‘필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현장에 맡기는 식의 규칙‧기준을 시달하면서 그것을 지키라고 하면 현장은 곤혹스럽게 생각한다.
이처럼 ‘위반’에 대한 대책에서는 관리 측이 다해야 할 역할이 크다. 규칙을 준수하도록 하는 교육, 지도와 아울러, 그 규칙은 고치거나 폐지할 수 없는 것인지,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없는지, 필요한 인원은 갖추어져 있는지, 납기는 무리가 없는지 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규칙의 개편을 현장에 맡겨서는 안 되고, 관리 측이 정확히 평가하고 개편을 승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씩 모든 규칙이 현장의 편의대로 고쳐져 수습이 어렵게 된다. 안전규칙 위반을 갑자기 심하게 야단치는 것은 좋지 않고, 위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 변명에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규칙 제·개정을 승인하는 것도 지켜지게 하는 것도 관리 측의 책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