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EU 협정 서명식 모습. [대통령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네이버, LG화학, 셀트리온, 삼양식품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해 이탈리아 경제계와 AI·반도체·항공우주·에너지·바이오 등 미래 산업 협력 확대에 나섰다. 정부는 순방이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EU와 디지털 통상협정 체결, 한-이탈리아 경제협력 격상, 우리 기업의 유럽시장 진출 기반 확대 등 경제외교 성과를 중간 점검하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경제외교"의 성격을 강조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2일 유럽 순방 중간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계기 첫 유럽 순방 일정이 절반을 지나가고 있다"며 EU 방문과 이탈리아 국빈방문의 주요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경제안보 강화 흐름 속에서 EU의 각종 제도가 우리 기업의 유럽 진출 장벽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정상 차원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경제 분야 핵심 성과는 한-EU 협력 강화다. 한국과 EU는 안보와 방위뿐 아니라 교역, 투자, 과학기술,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특히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자 우리나라 제3위 교역권인 EU와 디지털 통상협정을 체결해 전자상거래 원활화와 소비자 보호 등 안정적인 디지털 교역 환경 조성의 기반을 마련했다.
또 정부는 철강 관세 쿼터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EU가 추진하는 규제와 관련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고 생산적인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 수출기업들이 우려하는 비관세 장벽 문제를 정상외교 차원에서 제기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탈리아와의 협력도 경제 중심으로 한 단계 격상됐다. 양국은 관계를 8년 만에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높이고 2026~2030 한-이탈리아 전략적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경제와 과학기술, 문화, 교육, 인적교류, 국방, 치안 등을 포괄하는 행동계획으로 양국 산업협력의 중장기 틀을 마련했다.
아울러 양국 정부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협력, 사회연대경제 협력, 첨단 과학기술 및 ICT 협력, 개발협력 등 4건의 MOU를 체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소기업 정책 교류를 확대하고 첨단기술 협력과 공동 진출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순방의 경제적 하이라이트는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이탈리아경제인연합회가 공동 주관한 행사에는 양국 기업과 협회, 정부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했으며, AI 혁명과 공급망 재편 시대를 맞아 새로운 협력 모델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AI, 반도체,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과 에너지·인프라, 바이오, 뷰티, 푸드 등 미래 유망 산업을 핵심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한국 기업들은 분야별 협력 비전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과학 강국인 이탈리아와 기술혁신의 한국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포니 디자인 협력으로 시작된 양국 협력이 미래 모빌리티와 전동화 분야의 전략적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AI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탈리아의 디지털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항공우주와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 청사진이 제시됐다. KAI는 정찰위성 개발 등 기존 협력을 넘어 공동 연구와 글로벌 공동시장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S는 밀라노 R&D센터를 기반으로 전력인프라 분야 기술 파트너십 확대 의지를 나타냈다. 효성은 친환경 소재와 에너지 인프라 분야 협력 확대를 제시했고, LG화학은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Eni) 그룹과 바이오나프타 및 지속가능항공유(SAF) 분야 협력을 소개했다.
소비재와 바이오 분야 협력도 이어졌다. 삼양식품은 한국 라면과 이탈리아 파스타의 공동 연구개발 가능성을 제시했고, 셀트리온은 이탈리아를 유럽 내 핵심 바이오 파트너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스맥스는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한 유럽 생산거점 확보와 K-뷰티 협력 확대 계획을 소개했다. 유일한 스타트업 참가 기업인 큐어버스는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이탈리아 제약회사와 3억6000만 달러 규모 기술수출 사례를 공유했다.
이탈리아 대통령 주최 국빈 만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정부는 정상외교가 기업 애로 해소로 이어진 사례도 성과로 내놨다. 이탈리아의 초감가상각제도는 신규 설비 투자 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지만 당초 EU산 자산 중심으로 운영될 우려가 있었다. 정부는 지난 1월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비EU산 기계·설비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관련 신청 플랫폼도 개설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이후 열린 한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정부에 적극적으로 정책을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개별 부처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은 대통령 정책실로 직접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해외 정상들에게 전달하는 선물에 국내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교황청 공식 방문 일정으로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하고, 한국인 최초의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 등 한국인 성직자들과 만났다. 이어 15일에는 레오 14세 교황과 단독 면담을 갖고 파올로 국무원장을 만난뒤 16~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출처 : 재외동포신문(https://www.dongp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