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및 의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정부 주도 연구개발 과제와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에 잇따라 참여하며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 AI 산업이 단순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임상 검증, 해외 인허가, 국가 단위 인프라 구축, 실제 의료 현장 적용성 평가로 확장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사업화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제이엘케이는 범부처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인 ‘글로벌 가이드라인 대응 뇌졸중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해외 임상 및 인허가 획득’ 과제의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과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의 규제 요건에 부합하는 해외 확증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글로벌 인허가를 획득하기 위해 추진된다.
과제 수행 기간은 2028년 12월까지이며 총 28억원 규모다. 제이엘케이가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사업을 총괄하고 동국대일산병원이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한다. 여기에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제너럴 브리검, 일본 국립순환기병연구센터, 일본의과대학 등 글로벌 의료기관과 협력해 해외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과제는 국내 뇌졸중 AI 소프트웨어가 해외 주요 규제기관의 요구 수준에 맞춘 임상 근거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의료 AI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성능뿐 아니라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 통계적 검증, 규제기관 대응 체계, 국제 학술적 타당성 등이 함께 요구된다. 제이엘케이는 이번 과제를 통해 FDA·PMDA 규제 요건에 부합하는 확증 임상 수행, 글로벌 규제기관 대응 체계 구축, 임상 데이터 품질관리 및 통계적 검증, 국제 학술지 게재를 통한 임상적 타당성 확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번 사업을 후속 제품의 글로벌 인허가 확대 기반으로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이번 과제는 미국 FDA와 일본 PMDA 인허가를 위한 임상적 근거를 확보하고 글로벌 사업화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세계적인 의료기관들과 협력해 국제 규제 수준에 부합하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글로벌 뇌졸중 AI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루닛은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 엔비디아와의 접점을 통해 의료 분야 소버린 AI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루닛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AI 에코시스템 간담회'에 초청받아 의료 AI 대표 기업으로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엔비디아가 국내 AI 인프라 생태계를 이끄는 주요 기업과 기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국가 단위 AI 인프라 구축과 소버린 AI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소버린 AI는 국가가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 인재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최근 각국이 AI 기술 주권과 데이터 보안, 산업 경쟁력 확보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소버린 AI는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의료 분야 역시 국가별 의료 데이터, 인구 특성, 질환 양상, 의료제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자국 환경에 맞는 의료 AI 모델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루닛은 이번 간담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AI 업계 관계자들과 의료 분야 소버린 AI 구축 가능성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국가 단위 암 검진 사업 운영 경험과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의료 AI 생태계 확장 가능성을 소개했다.
루닛은 현재 국내 23개 산·학·연·병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 과제로 추진 중인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당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인 'L1'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L1은 임상 추론과 의료 의사결정 지원에 특화된 의료 AI 모델로, 제한된 연산 자원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 의료 AI 평가 지표인 'HealthBench' 등 주요 벤치마크에서 우수한 성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그동안 유럽, 중동, 아시아, 호주 등 10여 개 국가에서 국가·공공 단위 암 검진 사업을 수행하며 대규모 의료 AI 운영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는 의료 영상 분석 솔루션을 단일 병원에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단위 검진 체계 안에서 의료 AI를 운영해 본 경험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최근에는 의료영상 분석을 넘어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의료기관의 AI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유성원 루닛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소버린 AI가 의료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각국은 자국 의료 데이터와 인구 특성을 반영한 신뢰할 수 있는 AI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개방형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과 국가 단위 검진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해 의료 AI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뷰노는 중앙대학교병원과 함께 의료 AI의 실제 임상적 가치를 검증하는 정부 주도 실증 연구에 참여한다.
중앙대학교병원과 뷰노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추진하는 '2026년 의료 AI 테스트베드 지원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의료 AI 기술이 실제 진료 과정에서 환자 치료와 의료진의 임상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기 위한 국가 연구 프로젝트다.
그동안 의료 AI 분야에서는 알고리즘 성능, 영상 판독 정확도, 민감도와 특이도 등 기술적 지표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의료 AI가 실제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업무 흐름에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는지, 진단과 의사결정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지, 환자 진료 과정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 이번 테스트베드 사업은 이러한 임상적 유용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는 응급실 내 흉부 엑스레이 판독 과정에서 AI 솔루션 활용 효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경민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가 공급기관 연구책임자를 맡고 황유나 뷰노 연구개발본부 PXI팀장이 수요기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다. 연구에는 뷰노의 흉부 영상 판독 AI 솔루션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가 활용된다.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는 흉부 X-ray 영상에서 다양한 이상 소견을 탐지하고 폐렴 및 폐결핵 가능성을 선별해 의료진의 진단을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연구진은 응급실 진료 현장에서 AI가 의료진의 의사결정 과정과 진료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특히 전향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설계를 적용해 의료 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임상 근거 확보에 나선다.
의료 AI 기술은 영상 판독, 질환 예측, 진단 보조, 치료 의사결정 지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 예후 개선이나 의료진 업무 효율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의료 AI의 확산과 건강보험 적용,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실제 의료 환경에서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검증 결과가 중요해지고 있다.
문경민 교수는 "의료 AI의 미래는 알고리즘 성능 자체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의료진 의사결정 지원과 환자 진료 과정에서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유나 팀장은 "의료 AI가 지속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효과와 가치를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가 의료 AI 신뢰도를 높이고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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