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아르헨티나의 황진이 크리에이터.[본인 제공]
“아르헨티나 팬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은 단순한 그룹이 아니라 하나의 세대적 경험입니다.”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한류 전도사' 황진이 씨는 오는 10월 21~24일 열릴 예정인 'BTS 월드 투어 아리랑 인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앞두고 8일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황 씨는 이날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BTS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음식을 찾고, 한국 여행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남미 최초의 아시아계 뉴스 앵커, 국제법을 전공한 국제변호사, 14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페인어권 한류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과 아르헨티나, 나아가 라틴아메리카를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해왔다.
최근 고국을 찾았다가 돌아간 황 크리에이터를 이메일로 다시 만나 한류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들었다.
황 크리에이터는 우선 BTS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 얘기부터 꺼냈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감정 표현이 매우 강하고 열정적이예요. 오랫동안 BTS를 기다려온만큼 이번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역사적인 순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특히 그는 K-팝 팬덤이 음악을 넘어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산하는 현상을 주목했다.
“팬들은 이제 노래만 듣지 않습니다. 가사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하고, 한국어 발음을 따라 하며 한국 식당을 찾아갑니다.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고 언젠가는 한국을 직접 방문하고 싶어 합니다. 이것이 한류의 가장 큰 힘입니다.”
과거에는 소수 팬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K팝과 드라마, K-뷰티, 음식, 한국어, 여행까지 하나의 문화 생태계로 연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진이씨는 라틴아메리카 음악·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투무시카오이(TuMúsicaHoy)와 협력해 새로운 스트리밍 프로젝트 ‘JINCHA’도 시작했다.[본인 제공]
황 크리에이터는 최근 스페인에서도 한국 문화 관련 강연 요청을 받고 있다고 한다. 중남미를 넘어 스페인어권 전체에서 한국 문화 전문가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그는 “같은 스페인어권이라고 해도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라틴아메리카는 감정 표현이 강하고 팬덤 문화가 아주 활발합니다. 반면 스페인은 유럽적 문화 배경 속에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문화를 소개할 때도 단순 번역이 아니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KBS 한민족방송에 출연해 포즈를 취한 황진이씨.[본인제공]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이민 간 그는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아르헨티나 국립방송학교(ISER)에 수석 입학해 수석 졸업한 재원이었던 그는 대표 방송사인 'Telefe' 메인 뉴스 앵커로 활동하며 중남미 최초의 아시아계 뉴스 앵커라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그는 “한국계라서 특별하다기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발음과 억양을 교정하기 위해 수없이 녹음하고 반복 연습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국제법을 공부한 경험도 현재 활동에 큰 영향을 줬다. “국경을 넘어 여러 문화와 제도를 함께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됐다”며 “방송과 법은 다르지만 모두 소통과 책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현재 스페인어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유튜브 채널 ‘JiniChannel’을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는 약 148만 명에 달한다.
채널은 처음 한국어 교육 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K팝, 드라마, 음식, 여행, 패션, K-뷰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스페인어권 대표 한류 채널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라틴아메리카 음악·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투무시카오이(TuMúsicaHoy)와 협력해 새로운 스트리밍 프로젝트 ‘JINCHA’도 시작했다.
그는 “단순히 한국이 멋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끌리는지, 그 안에 어떤 이야기와 맥락이 있는지를 설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K-뷰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관련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식 피부 관리 문화와 철학까지 전달하고 싶습니다. 저는 다리입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한마디로 ‘다리’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한류가 세계적인 현상이 되기 전부터 해외 곳곳에는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재외동포들이 있었는데, 식당을 운영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화 행사를 만든 분들이 그 주인공이라고 소개했다.
황 크리에이터는 지금의 한류가 스타들만의 성과가 아니라 팬들과 재외동포, 현지 커뮤니티가 함께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저 역시 그 흐름 속의 한 사람입니다. 한국을 라틴아메리카에 설명하고,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의 반응을 한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한류는 쌍방향이어야 합니다.”
현지 채널에 출연한 황진이 씨.[본인제공]
그는 한류가 커질수록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 한국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미화하는 것.
“한국에는 매력적인 문화가 많지만, 그 안에는 역사와 노력, 경쟁과 변화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균형 있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사명은 라틴아메리카 팬들의 진심 어린 사랑을 한국 사회에 전달하는 일이다.
“라틴아메리카 팬들은 정말 오래 기다리고 열정적으로 응원합니다. 그 마음이 한국의 아티스트와 기업, 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한류는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어야 합니다.”
콘텐츠와 교육, K-뷰티, 비즈니스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그는 앞으로도 한국과 라틴아메리카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저는 양쪽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는 진짜 연결을 만들고 싶습니다.”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는 진짜 연결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황진이씨.[본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