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AI 전문가가 아닙니다. 옷을 만들고 팔아본 사람입니다."
엠볼든(Embolden) 브라이언 하 대표는 AI를 기술이 아닌 현장의 문제 해결 관점에서 바라본다. 생산과 무역, 브랜드 운영, SCM, 물류까지 30여 년간 한국과 중국, 미국을 오가며 패션 공급망 전반을 경험한 그는 최근 패션업계의 AI 열풍 속에서 기업들이 정작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콘텐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와 업무 흐름에 있다는 것이다.
그가 개발한 MOD-AI 역시 단순 생성형 AI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상품 데이터와 콘텐츠, 재고, 물류, ERP 등 기업 내부 데이터를 연결해 실제 운영 프로세스 안에서 작동하는 '프라이빗 AI' 구축을 지향한다. 브라이언 하 대표는 AI의 미래를 "더 똑똑한 답변"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운영"에서 찾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에서도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AI에 대한 관심 자체는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시장은 AI를 콘텐츠 생성 도구 중심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미지를 만들고 상품 설명을 생성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기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패션기업의 목적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상품을 판매하고 재고를 관리하며 공급망을 운영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결국 생성된 결과물이 실제 업무와 어떻게 촘촘하게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AI를 답변 시스템이 아니라 운영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생성된 콘텐츠가 상품 등록으로 이어지고, 판매 데이터와 연결되며, 재고 관리와 물류 운영, 향후 의사결정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기업 생산성이 개선된다. 결국 AI의 본질은 생성이 아니라 연결이다.
또 "프롬프트보다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싶다.
현재 AI 시장은 프롬프트 경쟁에 가깝다. 어떻게 질문해야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기업 환경은 다르다. 기업은 이미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상품 정보와 소재 정보, 판매 이력, 재고 데이터, ERP 데이터, 브랜드 콘텐츠, 고객 데이터까지 모두 기업의 자산이다.
문제는 데이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패션기업들은 사실상 금광 위에 앉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활용되지 못한 채 흩어져 있다.
AI가 진짜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 데이터를 이해하고 연결해야 한다. 앞으로 AI 경쟁력은 어떤 모델을 사용하느냐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축적하느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노하우를 토대로 직접 개발한 MOD-AI가 지향하는 방향도 결국 데이터 연결에 있는 것인가.
"그렇다. 많은 AI 솔루션은 질문에 답하거나 콘텐츠를 생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답변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상품 데이터가 입력되면 자동으로 카테고리가 분류되고 상품 설명이 작성되며 콘텐츠가 생성되고 판매 채널과 연결돼야 한다. 이후 판매 결과와 재고 데이터가 다시 축적돼 다음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워크플로우라고 부른다.
AI는 업무 중간에 존재하는 도구가 아니라 업무 전체를 연결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답변이 아니라 실행이며, 생성이 아니라 운영이다."
최근 범용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프라이빗 AI를 강조하는 이유는.
"범용 AI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결국 모든 기업이 같은 도구를 쓰게 된다. 그러면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결국 기업 내부에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에서 나온다.
상품 기획 데이터, 시즌 운영 데이터, 판매 데이터, 고객 데이터, 공급망 데이터는 각 기업마다 모두 다르다. 자사만의 데이터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업별 프라이빗 AI가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외부 AI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기업 내부 데이터를 학습하고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는 AI가 필요하다. AI 시대에도 데이터 소유권과 데이터 자산은 여전히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패션산업에서 AI가 가장 먼저 변화시킬 영역은 어디라고 보는가.
"콘텐츠와 운영이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비용 절감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크지만 생산성 확대 관점에서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콘텐츠 제작의 목적은 촬영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반복 수정과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운영 영역도 마찬가지다. 상품 등록, 카테고리 분류, 상품 설명 작성, 재고 모니터링, 리포트 생성 등 수많은 반복 업무가 자동화될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데이터를 정리하는 대신 상품을 기획하고 시장을 분석하며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AI는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라기보다 사람의 시간을 보다 가치 있는 업무로 이동시키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패션기업들이 AI 전환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어떤 AI를 도입할 것인가보다 먼저 데이터 구조를 점검하는 것이다.
데이터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관리되고 있으며 부서 간 어떻게 연결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AI는 결국 데이터를 먹고 성장한다. 데이터가 분절돼 있으면 아무리 좋은 AI를 도입해도 기대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
많은 기업들이 AI도입을 이야기하지만 앞으로는 AI 활용을 넘어 AI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AI 전환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프로세스다."
AI 시대에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장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AI는 점점 더 똑똑해질 것이다. 하지만 어떤 문제가 존재하는지 발견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정의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30년 동안 패션 현장에서 경험한 것도 결국 같은 결론이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하지만 현장을 이해하는 사람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진다. AI 시대의 핵심은 계산력이 아니다.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다. 패션기업 역시 어떤 AI를 사용하느냐보다 어떤 데이터를 축적하고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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