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기기 업체들이 글로벌 임상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및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의료기기 산업에서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가 경쟁력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임상적 근거 확보와 글로벌 인허가 대응 능력이 사업화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 유럽 CE-IVDR·CE-MDR 등 주요 해외 인허가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외 의료기관과 협력한 확증 임상 및 시판 후 임상, 다기관 임상시험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에임넥스트의 디지털치료기기(DTx) ‘솜즈’ 미국 확증 임상시험을 수주하며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임상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번 과제는 서울대병원이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AI 기반 슬립테크 국제협력 실증 확산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에임넥스트는 허가용 확증 임상시험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국내 디지털치료기기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증하게 됐다.
솜즈는 국내 최초로 허가받은 디지털치료기기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환자에게 수면 교육과 행동 중재, 실시간 피드백 등을 제공해 수면의 질 개선을 돕는 방식이다. 디지털치료기기는 기존 의약품이나 물리적 의료기기와 달리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치료 효과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임상 근거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실제 환자군을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만 의료현장 적용과 해외 인허가, 보험 등재 등 후속 사업화 단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씨엔알리서치 MD팀은 미국 지사 및 자회사 트라이얼인포매틱스와 협력해 에임넥스트의 FDA 인허가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MD팀과 미국 지사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임상시험 운영을 맡고 트라이얼인포매틱스는 자체 EDC 플랫폼 ‘BOIM’을 통해 데이터 품질과 운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윤문태 씨엔알리서치 대표는 디지털치료기기 분야에서 임상 근거 확보와 글로벌 인허가가 사업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디지털치료기기의 해외 시장 진출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FDA 진출을 위한 의미 있는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씨엔알리서치는 신약 중심의 전통적인 CRO 사업을 넘어 의료기기와 디지털치료기기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성장 동력을 다각화하고 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역시 글로벌 의료기관과의 임상시험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월드 베스트 병원 2026’에 선정된 다수의 글로벌 의료기관과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평가는 전 세계 32개국, 2,500개 이상의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 전문가 추천, 성과 지표, 환자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 임상시험을 수행 중인 의료기관 중 총 22곳이 25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12개 기관은 상위 100위 안에 포함됐다. 글로벌 상위 의료기관은 첨단 인프라와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추고 있어 연구 신뢰성과 데이터 품질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관들과의 협력이 제품 신뢰도를 높이고 해외 의료진과 시장 관계자들에게 기술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내시경용 지혈재 ‘넥스파우더’는 미국 내 첫 다기관 임상이 클리브랜드클리닉과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에서 수행됐다. 해당 연구는 위장관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 후 지연 출혈 예방에 대한 넥스파우더의 효능을 다뤘으며 관련 논문을 통해 재출혈 예방 가능성을 제시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이미 미국 FDA, 유럽 CE-MDR, 일본 PMDA 등 주요 인허가를 획득했음에도 임상 근거 강화를 위해 시판 후 임상을 지속하고 있다.
혈관내색전촉진용보철재 ‘넥스피어에프’도 글로벌 임상 확대의 중심에 있다. 넥스피어에프의 레지스트리 임상시험은 독일 샤리떼 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약 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연구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제품이 인허가를 받은 이후에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안전성, 유효성, 시술 편의성 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 요소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건국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과의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자궁 근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궁 동맥 색전술 관련 임상 연구가 수행됐는데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바 있다. 서울대병원과 건국대병원 등에서도 넥스피어에프의 시판 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세계적 수준의 의료진과 인프라를 갖춘 기관에서의 임상시험이 기업 신뢰도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AI 진단 분야에서도 글로벌 임상시험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을은 범부처 첨단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국외 임상시험 지원 분야 신규 과제에 선정되며 AI 혈액분석 솔루션 ‘miLab BCM’의 글로벌 다기관 확증 임상을 추진한다. 노을은 향후 3년간 총 22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 FDA와 유럽 CE-IVDR 인허가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번 과제의 핵심은 miLab BCM의 글로벌 인허가 및 시장 확대를 위한 임상 성능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다. 노을은 국내를 비롯해 미국, 유럽, 중남미 등 주요 시장에서 다기관 임상을 병행해 다양한 인종과 의료 환경에서도 일관된 임상 유효성을 입증할 방침이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인허가를 획득하고, 글로벌 10개국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노을은 서울아산병원과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을 중심으로 성인 및 소아 환자 대상 확증 임상을 진행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백혈구 5종 분류 검사 성능을 글로벌 표준 장비와 비교 검증한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는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모세혈과 정맥혈 간 진단 동등성을 평가해 소아 및 극소량 채혈 환경에서 miLab BCM의 차별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해외 임상도 동시에 추진된다. 미국에서는 3개 이상의 기관에서 FDA 제출용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며, 유럽에서는 중앙검사실과 현장진단 환경을 함께 평가해 CE-IVDR 인증에 필요한 임상 성능과 운영 적합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및 중남미 지역에서는 다인종 기반 임상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환경에서도 일관된 진단 성능을 확인한다는 구상이다.
노을 임찬양 대표는 “이번 범부처 과제 선정은 노을의 차세대 AI 혈액 진단 기술 혁신성과 miLab BCM의 글로벌 사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기존에 추진 중인 FDA 및 CE 인허가 전략에 정부 지원이 더해진 만큼 글로벌 인허가 규제 장벽을 돌파하고, 선제적으로 구축한 해외 유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전했다.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