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신입사원에게 일을 맡기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는 꼭 이렇게 묻는다.
“회사 내 누군가와 의논해 보았나요?”
흥미로운 것은 많은 신입사원들의 반응이다. 대개는 “그래도 되나요?”라는 답이 먼저 나온다.묻는 것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확인하려고 한다. 요즘 신입들의 특징 중 하나다.
디지털 세대 답게 모든 것을 인터넷에서 해결해온 데다 코로나로 대학생활 때 상당 기간 거리두기로 지내왔던 만큼 관계역량이 무척 부족하다. 이 공백 역량을 가급적 빠른 시간에 끌어 올려야 당사자나 회사 모두가 미래를 기약한다고 판단한다.
나는 입사 후 1년 정도는 이 부분을 꾸준히 챙긴다. 그리고 초기에는 일부러 누구에게 물어보라고 대상을 지정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게 하기 위해서다.
의식적으로 세 가지를 훈련시킬 목적이다.
첫째,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눈이다.
이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직급이나 부서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이 판단이 틀리면 이후의 모든 과정이 비효율적으로 흐른다.
둘째, 먼저 다가가 부탁할 수 있는 태도다.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해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결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황을 설명하고, 시간을 요청하고, 도움을 구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역량이다.
셋째, 내 생각과 근거를 먼저 준비하고 설명하는 준비다.
단순히 “이거 좀 봐주세요”가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고민했고 어떤 시도를 해보았는지, 왜 이렇게 판단했는지를 정리해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 상대도 그 노력의 연장선에서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준비 없는 질문은 부담이 되지만, 생각이 담긴 질문은 협업을 만든다.
이 세 가지는 따로 가르치기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와 의논해 보았나요?”라는 질문 하나로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용기를 내어 찾아갔지만 퇴짜를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 다음을 묻는다.
“그래서, 반응은 어땠나요? 그리고 또 무엇을 해보았나요?”
이 질문에서부터 진짜 훈련이 시작된다.한 번 시도하고 멈춘 것인지, 다른 방법을 찾아 다시 부딪혀 보았는지, 스스로 길을 넓혀가는 과정을 보게 된다.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내가 개입한다. 관련된 사람을 함께 불러 같은 자리에 앉히고, 동일한 미션을 동시에 부여하며 기회를 준다. 스스로 움직여 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났을 때 한 가지를 더 확인한다.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는지다. 이 작은 행동 하나가 다음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이 훈련의 필요성은 국내보다 해외, 특히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기업에게 더욱 절실하다. 상하 조직이 촘촘하게 짜여진 한국기업보다 소수 정예화로 꾸려지는 특성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배들 또한 시간과 사정이 녹록지 않다. 도움을 요청해도 쉽게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수록 경영진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 의논하고 협업하는 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
단순한 업무 지도를 넘어 ‘줄탁동시(啐啄同時)’이다. 동시가 아닌 당사자가 먼저 깨는 줄(啐)과 선배가 다음에 깨는 탁(啄). ‘줄 먼저, 탁 다음’이다
병아리가 안에서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면, 비로소 하나의 생명이 탄생한다. 하지만 안쓰럽다고 밖에서 먼저 깨어주면 그것은 병아리가 아니라 그저 ‘후라이’라는 먹잇감이 되고 만다.
“누군가와 의논해 보았나요?”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은
대우그룹 출신이 진행하는 GYBM(글로벌청년사업가, 김우중 사관학교)양성과정의 실무 책임자로, 해외(동남아)진출 인재를 매년 100명씩 키워내는 일을 지휘하고 있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대우무역에서 인사관리, 경영기획 업무를 하였다. 이후 중소기업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일하며 획기적인 성장을 이뤘던 경험과 해외진출 청년 양성과 사후관리의 경험으로 이 컬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