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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5-24 10: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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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좌), 본투스탠드아웃(우)


요즘 뜨는 뷰티 브랜드들은 제품 설명보다 감각 설계에 집중한다. 성분과 효능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강렬한 비주얼과 세계관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킨다. 소비자를 설득하기보다 하나의 무드와 태도에 몰입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제 뷰티 브랜드의 경쟁력은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떤 감각을 소유하게 하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지가 성공의 기준이 된 지금, 마케팅은 더 이상 ‘설득’에 머무르지 않고 ‘몰입’을 만들어내야 한다. 기존 브랜드들과는 다른 궤적을 그리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뷰티 브랜드들이 있다.

제품 아닌 세계관 공유...몰입형 브랜딩 전략
어도어 레이블 출신 최호정 디렉터가 기획한 스킨케어 브랜드 ‘이지(easea)’는 실제 데뷔를 앞둔 아이돌 그룹 프로모션 같은 컨텐츠들을 선공개하며, 많은 이들이 새로운 아이돌의 등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후 신곡 발매 전 공개되는 티저 이미지와 컨셉트 포토처럼 브랜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브랜드의 실체와 세계관을 밀도있게 쌓아올렸다. 제품 출시 단계에서도 런칭이 아닌 ‘데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세계관의 디테일을 강조했다.

이지가 제품을 선보이는 방식은 제품이 어떤 성분을 가지고 있고 어떤 효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지는 무드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첫 ‘데뷔’제품인 ‘코코넛 클라우드 아이 패치’ 역시 하늘색 컬러와 키치한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응집력을 강화하며 소유욕을 자극한다. 브랜드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마저도 하나의 콘텐츠로 설계하며, 소비자가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도록 만든다.

'본투스탠드아웃'은 전형적인 향수 브랜드의 마케팅 방식을 전면으로 부정했다. 깨끗하고 우아한 이미지와 안정적인 럭셔리 코드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 설계된 노골적이고 불온한 감각을 택해 세련되게 연출해냈다. 일반적인 플로럴·우디 등이 아닌 찐 쌀, 타이어, 술 냄새처럼 낯설고 강한 노트를 전면에 세운다. 니치 카테고리를 겨냥한 만큼, 높은 가격대를 소비자가 납득하도록 만드는 장치로 ‘세계관 몰입’을 제시한다.

단일 향수 제품이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닌 브랜드 자체의 세계관을 강조한다. “F*ck Cares”처럼 거친 슬로건을 사용하여 B급 감성을 표방하지만 동시에 그들만의 럭셔리함으로 세련된 비주얼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럭셔리는 정제, 절제, 우아함의 언어를 택한다면, 본투스탠드아웃은 그 반대로 노골적이고 불온한 감각을 선택한다. 그 결과 주류 뷰티 문화의 우아함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된다. 반드시 예쁘고 우아해야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결핍, 욕망, 반항, 금기 같은 키워드를 정교하게 다루며 더 강한 팬덤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들만의 브랜드 세계관은 로레알의 투자를 받을 정도로 독창성을 인정받았으며, 조향사를 전면에 세워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포지셔닝한다.

키임(좌), 휩드(우)


스크롤을 멈추는 콘텐츠...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 전략
키임(KEYM)은 오브제로서의 제품 기획을 극대화한 브랜드다. 첫 출시 아이템은 SNS에서 ‘리본 글로스’로 불리며 하나의 시각적 훅으로 작용했다. 제품은 키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처럼 기획되었고,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은 SNS 바이럴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또한 ‘에스프레소 마티니’, ‘블러디 메리’ 등 칵테일 이름을 제품명으로 사용하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무드와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강조한다. 단순한 립 제품을 넘어, 소유하고 드러내고 싶은 오브제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휩드(WHIPPED)는 제품의 특징일 가장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버터리한 제형과 향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머핀위에 올리거나 빵에 바르는 등 직관적인 비주얼 마케팅을 진행한다. 디지털 전략을 통해 화면을 통해서 시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방식이다.

휩드(WHIPPED)는 제품의 특징을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브랜드다. 버터리한 제형과 향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을 실제 머핀 위에 올리거나 빵에 바르는 등 감각적인 비주얼 마케팅을 전개한다.

이는 디지털 화면을 통해서도 시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전략이다. 제품의 질감과 사용감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한눈에 이해되는 이미지로 전달하며 브랜드만의 감각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디오디너리 토론토 마크업 마르쉐 캠페인


업계 비판으로 견고해진 정체성...반反마케팅 전략
디오디너리(The Ordinary)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강력한 브랜드 신뢰를 구축한다. 화려한 패키징과 향료, 색소 등을 덜어내고, 원료 중심의 정직한 가격을 제시하는 성분주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을 ‘투명성’에 두고, 원료명과 함량을 제품명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디오디너리를 상징하는 전략이 됐다.

최근 디오디너리는 토론토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마크업 마르쉐(Markup Marche)’ 캠페인을 선보였다. 식료품점처럼 꾸며진 팝업에서는 바나나, 아보카도, 오렌지 등의 과일에 ‘글로우 앰플리파잉 캡슐’처럼 과장된 뷰티 마케팅 언어를 붙이고, 300달러에 달하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뷰티 업계의 가격 거품과 과장된 미사여구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는 업계 전반을 비판하는 동시에, 디오디너리가 지켜온 ‘투명한 가격’과 ‘성분 중심주의’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 전략이다.

요즘 브랜드가 파는 것은 제품이 아니다
고감도 뷰티 브랜드의 마케팅의 핵심은 제품이 더 이상 기능만으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소비자는 향수를 뿌리지만 동시에 자신이 선호하는 미학을 드러내고, 아이패치를 붙이면서 특정 세계관에 소속되며 세럼을 구매하며 똑똑한 소비자라는 정체성을 확인한다.

브랜드가 파는 것은 제품이지만,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제품을 둘러싼 감각과 태도다. 이 지점에서 ‘요즘’ 브랜드들은 소비자를 설득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쌓아가고 드러내는 과정에 참여자 역할을 한다.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뷰티 브랜드라면 단순히 ‘제품력’에 집중하는 브랜드가 아닌 이 제품을 ‘소유하는 것’이 어떤 감각과 가치관을 소유하는 일인가까지 설계할 수 있어야한다. 이것이 지금 고감도 뷰티 브랜드들이 새로운 보법으로 시장을 걷는 방식이다.

Tag#디오디너리#마크업 마르쉐#이지#키임#휩드#본투스탠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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