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반대 정서가 커지고 있다. [출처=언스플래쉬]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세계 각국에서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세계 각국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 해결하는 것이 건설 과정에서 가장 큰 숙제가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실체에 대해 그다지 이해도가 높지 않은 국내에서도 이미 수도권은 물론, 건설이 예정된 각 지역마다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세계 AI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이는 국가적 해결 과제가 되고 있다. 오픈AI, 구글, 테슬라, 오라클, 아마존,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은 서로 세계 최대 규모를 내세우며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예정지인 텍사스나 조지아, 애리조나 등 각 주마다 지역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엔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등도 데이터센터가 많다. 대부분 이들 빅테크가 지은 것들이다. 그러나 현지에서도 이젠 지역민들의 반대 정서가 강해지면서 남아공,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와 중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구글, 오픈AI 등은 한국에도 데이터센터를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은 결정된 바 없다.
그러면 데이터센터가 세계적으로 왜 이렇게 기피 대상 1호가 된 것일까. 이미 생활필수품이 된 AI기술이나 제품, 그리고 이를 산출해내는 프로세스의 가동에 데이터센터는 필수적이다. 천문학적 규모 파라미터 기반의 추론과 연산이 성능을 좌우한다. 그 과정의 병목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또한 막대한 가속기와 대역폭의 메모리가 핵심이다. 이는 당연히 엄청난 전력 등 에너지가 소요되고, 또한 복잡한 레이서와 셸 등 구성요소가 작동하면서 고열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전력 인프라, 엄청난 냉각수, 그리고 적합한 지형과 환경 요인 등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부지를 선정한 후엔 거의 필연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아직 국내에선 이에 관한 정교한 조사가 이뤄진 적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0%가 “우리 동네 근처에 AI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는 건 원치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그 중 일부는 “차라리 원자력 발전소가 낫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는 생활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원전보다 데이터센터가 더 치명적이란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대규모 데이터센터 하나가 인구 10만 미만의 소도시 전체와 맞먹는 전력과 용수를 소비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그렇다보니 해당 지역에선 상수원이 메마르거나, 제한 급수가 이뤄지기도 한다. 또한 인근 지역엔 전력 부족으로 정전도 잦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갈수록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이에 관한 체계적인 여론조사가 실시된 적이 없다. 그러나 사정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개발업계의 얘기다.
이미 데이터센터 설치를 예정한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수도권 일부 지역에 설치키로 한 데이터센터를 둘러싸고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곳들도 많다. 일부 지역에선 곳곳에 반대 현수막을 내걸거나, 찬반 여론이 엇갈리며 지역사회의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물제는 이런 반대 정서는 AI붐이 가속화될수록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에선 갤럽의 새로운 설문조사 결과, 인근 AI 데이터 센터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47%에서 70%로 급증했다.
이를 단순한 ‘님비’(Not In My Yard) 현상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자신의 일상생활을 위협할 만큼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지 언론들도 새로운 AI기술 소개 못지않게, 이에 비례해서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반대 정서를 한층 비중있게 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앞서 갤럽조사는 “물 사용과 관련된 우려 사항이 세 가지 이상 중복되는 등 다소 모호한 선택지를 포함한 설문조사”란 지적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의 마음속에는 뚜렷한 반대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즉, 데이터센터 과다한 자원 사용으로 인한 기회 비용 증가, 그리고 지역 환경 오염이다.
데이터센터 서버룸. [출처=언스플래쉬]
반대 의견은 연령, 정치적 성향, 교육 수준에 관계없이 대체로 비슷했다. 유일하게 의미 있는 차이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나타났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강력히 반대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큰 차이는 아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AI 옹호자들’이 ‘AI비판론’을 일축할 때 흔히 인용하는 이유, 즉 “AI에 대한 ‘근거없는’ 반감 때문에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다고 여겨진 비율은 소수였다. 실제로 응답자 중 단 14%만이 ‘AI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탓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한다고 했다. 나머지는 “AI는 필요하지만, 데이터센터는 문제”라는 시각이다.
반대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영향과 잠재적인 일자리 창출이다. 하지만 ‘e위크’ 등 갤럽조사를 소개한 일부 매체들은 “데이터센터가 일자리를 창출하기는 하지만, 지역 사회의 실질적인 지지를 얻을 만큼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회의적 태도를 보인다. “AI 데이터센터는 실제로 많은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처럼 완강한 반대 여론은 AI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데이터 센터 건설 계획을 완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와이어드’는 심지어 “각국의 정치인들이 AI를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는 ‘표심’의 ‘피냐타’(광장)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의 끝은 어디로 향할까? 당연히 전문가들도 뚜렷한 답이 없다. AI는 물리적 인프라 없이는 확장할 수 없으며, AI 산업은 지역 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강행하려는 시도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오히려 갈등의 수위도 높아지고, 데이터센터로 인한 지역의 피해는 부정적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