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역에 60개 지사와 2만3000여개 생활용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안봉락 회장.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기업이 실패를 경험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현지 깊숙이 뿌리내리며 독자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한 한인 기업이 있다. 안봉락 회장이 이끄는 뉴라이프(新生活)그룹이다.
지난 3월 12일 밤, 중국 선양의 한 식당에서 만난 안 회장은 전국 지사장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이동해온 상태였다. 식사도 거른 채 자리에 앉은 그는 이번 회의의 핵심 주제부터 꺼냈다.
“화장품, 건강식품, 탄소 매트. 이 3개를 어떻게 14억 인민 전체에게 확산할 수 있을지 집중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사업 계획이 아니라, 뉴라이프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제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누구나 체험하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회의에서는 탄소 매트의 렌탈(임대) 모델 도입, 기능성 의료기기의 무료 체험 확대 등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초기 부담을 줄이고 경험을 통해 신뢰를 쌓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뉴라이프의 현재 사업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미 이 회사는 제품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체험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뉴라이프는 중국 전역에 60여 개 지사와 2만3천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선양, 상하이, 청두 등에 자체 공장과 연구소를 구축해 연구·생산·유통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특히 매장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체험형 커뮤니티’로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한 뒤 매장에 보관해두고 언제든 방문해 무료 마사지와 피부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매장은 소비 공간을 넘어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강력한 고객 충성도로 이어졌다.
지사장 회의에서 언급된 세 가지 축(화장품, 건강식품, 탄소 매트)은 뉴라이프가 준비 중인 다음 단계의 핵심이기도 하다.
안 회장은 “이제 뉴라이프는 ‘아름다움’을 넘어 ‘생명’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으로 쌓은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건강 영역까지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그가 제시한 방향은 이른바 ‘3박자 건강 전략’이다.
바르는 화장품, 먹는 건강식품, 그리고 사용하는 기능성 제품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구체적으로는 ▲피부에 직접 작용하는 고기능성 스킨케어 ▲면역력을 높이는 베타글루칸 등 건강식품 ▲체온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돕는 탄소 돔 매트가 그 축을 이룬다.
그는 특히 ‘면역’과 ‘체온’을 핵심 키워드로 강조했다.
“결국 건강은 면역력에서 시작되고, 면역력은 체온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탄소 매트는 이러한 개념을 구현한 대표 제품이다. 안 회장은 “40분 정도 사용만으로도 신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며 “전자파를 최소화하고 체내 순환과 독소 배출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렌탈 방식을 도입해 가격 부담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건강 관리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회장의 사업은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중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중국 사회의 모습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화장품 품질은 기대에 못 미쳤고, 많은 조선족 여성들이 일자리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여기에 한국의 제품력과 서비스 모델을 접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무료 피부 측정과 마사지 같은 체험 서비스를 결합한 점이 차별화 전략이었다.
또한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를 통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당시 월급이 200위안 수준이던 시절, 하루 만에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빠르게 확산됐고, 일부 판매자들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리며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뉴라이프의 성장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략은 ‘유통망 선점’이다. 안 회장은 대부분 기업과 다른 선택을 했다.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와 농촌을 먼저 공략한 것이다.
“유통망 없는 제조는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자동차보다 먼저 고속도로를 깔았습니다.”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시장의 빈틈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경쟁이 덜한 지역에서 기반을 다진 뒤 점차 도시로 확장하는 ‘농촌 포위 도시’ 방식이 효과를 발휘했다. 현재의 촘촘한 유통망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뉴라이프 그룹 전경
뉴라이프의 경영 철학은 ‘공감, 신뢰, 창조’다. 안 회장은 25년 넘게 선양 장애인 예술단을 후원하며 단순한 지원을 넘어 자립 기반을 만드는 데 힘써왔다.
또한 전체 직원의 95% 이상을 현지인으로 채용하며 지역 사회와의 공존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병원 사업까지 확장해 예방과 치료를 아우르는 ‘항노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화장품과 건강식품, 의료기기를 넘어 헬스케어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 가교 역할도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은 기술이 있고, 중국은 시장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인프라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짧지 않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안 회장은 ‘비전’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냈다.
“가장 큰 창조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비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가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100세 시대를 겨냥한 새로운 건강 생태계, 그리고 그 중심에 서겠다는 도전이다. 뉴라이프의 실험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