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선전 남산구에 매장 공사가 한창인 앤더슨벨
중국 시장을 향한 K-패션의 움직임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최근 한중 관계 회복 신호와 함께 현지 유통 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그간 주춤했던 진출 전략이 재가동되는 흐름이다. 다만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 단순 수출이나 플랫폼 입점이 아닌, 오프라인 거점·현지 생산·유통 파트너를 결합한 ‘구조 전환’ 방식으로 진입하고 있다.
'앤더슨벨'은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 내 오프라인 거점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4월 29일 베이징 산리툰 타이쿠리를 시작으로 선전 남산구 등 핵심 상권에 3개 매장을 2~3개월 내 순차 오픈한다. IT·테크 산업과 젊은 소비층이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입지를 선별해, 브랜드 감도와 소비 전환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선전은 실제 구매력과 트렌드 반응 속도가 빠른 시장으로, 테스트베드 성격의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유통 구조도 재편했다. 기존 글로벌 홀세일 중심에서 리테일 디스트리뷰터 기반으로 전환했다. 현지 파트너와 상품을 공유하고 물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단순 공급을 넘어 시장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구조다.
'제너럴아이디어'는 보다 직접적인 방식이다. 항저우, 광저우 지사 설립을 기점으로 라이브커머스, 물류,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핸들링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 효율과 수익 구조를 동시에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이를 기반으로 왕홍 라이브커머스를 전면에 내세워 초기 시장 진입 속도를 끌어올렸다. 항저우 콰이쇼우 라이브 방송에서 단단·이즈루·안주 등 주요 왕홍과 협업해 4월 한 달 기준 중국에서만 4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 패션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성과의 배경에는 ‘재고 기반 + 반응 생산’ 체계가 있다. 현지에서 생산과 운영을 동시에 관리해 2주 단위 리오더 시스템을 가동, 라이브커머스 수요에 즉각 대응했다. 여기에 현지 3PL 물류까지 결합해 배송 속도를 끌어올리며 구매 전환율을 높였다. 단순 마케팅이 아닌, 생산·물류·콘텐츠를 일체화한 운영 구조가 주효했다.
'더바넷'은 글로벌 확장 전략을 중국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중국 굴지의 그룹사와 파트너십 계약을 협의 중이며, 연내 10여 곳 이상의 팝업을 통해 시장 테스트에 나설 계획이다. 샤오홍수와 타오바오를 기반으로 연내 약 50억 원 규모 매출을 기록하며 초기 수요를 확인한 만큼, 시장 반응을 검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진입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이달 24일 상하이 헝산로에 중국 3호점을 오픈한다.
무신사는 ‘플랫폼형 진출’과 오프라인 네트워크 확장을 병행한다. 상하이 안푸루 편집숍을 기반으로 K-패션 브랜드를 집결시키는 한편, 무신사 스탠다드는 화이하이루·난징둥루에 이어 헝산로에 3호점을 출점하며 핵심 상권을 잇는 오프라인 지형도를 완성했다. 상권 축을 따라 거점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현지 고객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 인지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다.
주목할 점은 이들 모두 ‘유통 방식’이 아니라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앤더슨벨은 오프라인 거점과 디스트리뷰터 중심 구조로, 제너럴아이디어는 라이브커머스 기반 직영 운영 구조로, 더바넷은 파트너십 기반 테스트 확장 전략으로, 무신사는 플랫폼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확장 구조로 각각 방향을 잡았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 환경과 맞물린다. 중국 패션 시장은 여전히 거대하지만, 진입 방식은 한층 정교해졌다. 브랜드 성향과 타겟층에 따라 단기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와 브랜딩 역량이 요구되는 단계다.
향후 성패는 결국 ‘현지화의 깊이’에서 갈릴 전망이다. 단순히 한국 브랜드라는 프리미엄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현지 소비자에 맞춘 상품·가격·유통 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핵심 변수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현지 유통 파트너와의 결합 시너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 '오프라인 거점을 어떤 상권에 구축하느냐', 그리고 '브랜드 콘텐츠와 가격 경쟁력 간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중국은 여전히 가장 크고, 가장 까다로운 시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K-패션이 글로벌 체급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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