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환율과 물가, 금리 정책 등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기본 인식을 드러냈다. 신 후보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 안정이며,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역외 파생상품 거래 등 외환시장 구조 요인을 지목하는 등 국제 금융 흐름을 중시하는 시각이 두드러진다.
다만 15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 관련 자료 제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이 이어지면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한국은행 총재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14년 이후 당일 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율 인식: “역외 시장 영향 커…구조 개선 필요”
신 후보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현상에 대해 단순한 거시경제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외환시장 구조 문제를 함께 짚었다.
그는 청문회에서 “최근 몇 개월간 환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배경에는 장부상 자본 이동으로 포착되지 않는 역외 거래가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외 파생상품 거래가 확대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 후보자가 지목한 대표적인 사례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다. 서울 외환시장이 닫혀 있는 시간대에 역외 시장에서 달러 매수·원화 매도 거래가 집중되면, 다음 날 국내 시장 가격이 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환율 변동 과정에서도 이러한 NDF 거래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이 일정한 균형점을 찾게 되면 외환 수급 불균형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에 따라 환율 역시 점차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환율 변동성 자체는 여전히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변수라고 덧붙였다.또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외환시장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원화 국제화와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을 통해 현재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외환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점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통화정책: 물가 안정 우선…충격 지속 시 금리 대응
신 후보자의 통화정책 인식은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전통적인 중앙은행 기조에 가깝다.
그는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과 고유가, 고환율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현재 단계에서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공급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과 근원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될 경우 금리 인상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에 그는 물가 안정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의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은행의 기본 목표가 여전히 물가 관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리·디지털 통화 인식: “금리차 중요…디지털 금융은 공존 가능”
신 후보자는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해서도 비교적 명확한 판단을 내놓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내 유동성 확대가 원화 약세를 불러왔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광의 통화량(M2)과 환율 간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으며, 실제 외환시장에서는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물환 시장의 경우 금리 차이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처럼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과거에는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중앙은행을 이끄는 위치에서는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반영해 금융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반의 예금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이 각각의 용도에 맞게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 기업도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며 디지털 금융 혁신을 배제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도덕성 공방
이날 청문회에서는 정책 질의 외에도 후보자의 신상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신 후보자는 외화 자산 비중이 높다는 지적과 관련해 이해충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외화 자산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미 절반 이상을 원화로 반입했으며 나머지도 계속 정리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족 국적 문제와 부동산 거래 의혹, 자료 제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이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청문회를 마무리했다. 향후 양당 간사 간 협의 후 추가 의사일정을 통해 채택을 하기로 했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신 후보자의 경제 인식은 환율·금리·외환시장 구조 등 국제 금융 변수의 영향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시에 물가 안정을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로 두면서도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에는 비교적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평가된다.
신현송 ‘한은총재 내정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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