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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35 日서 펼쳐진 뷰티 격전…점유율1위 K-뷰티 ‘표준 경쟁’ 시작 - - 현장에서 본 ‘속도의 K’ vs ‘신뢰의 J’ 양적 성장 끝? - - ODM 수출 증가세, 기술 유출인가, 산업 확장인가 - - 큐텐 완판 K-뷰티...립스·앳코스메서는 ‘잠잠’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4-16 12: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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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핸즈 매장 내 메인 매대에 한국 브랜드 (라카, 힌스)와 일본 브랜드 (엑셀)이 위치해있다.  


도쿄 시부야 핸즈 매장 1층 메인 매대. 입구 정면 동선에 배치된 중앙 공간은 라카, 힌스 등 K-뷰티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조명이 집중된 ‘골든존’에는 한국 브랜드가 줄지어 진열된 반면, 일본 로컬 브랜드들은 측면과 하단 매대로 밀려난 모습이다. 일본 뷰티 시장의 주도권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현장이다.

일본 열도 내 K-뷰티는 일시적인 화제를 넘어 시장의 구조적 변혁을 이끌고 있다. 일본 수입화장품협회(CIAJ)의 ‘2025년 연간 화장품 수입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1417억 7000만 엔(한화 약 1조 2759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점유율 30.8%로 4년 연속 수입국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통 강자인 프랑스 브랜드를 제치고 일궈낸 결과다.

‘속도의 K’ vs ‘신뢰의 J’…폭발적 성장에서 ‘질적 성숙’ 국면
한국 수입화장품협회와 코트라(KOTRA) 도쿄 무역관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내 수입 스킨케어의 43.3%가 한국 제품이며, 메이크업 제품 역시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특히 립 제품은 수입량의 약 40%가 한국산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2022~2024년 사이 50~100%에 육박하던 폭발적인 성장세는 최근 시장 포화와 로컬 브랜드의 반격으로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물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판매량은 여전히 부동의 1위로, 기초 및 베이스 메이크업 대비 성장 속도가 완만해졌을 뿐 여전히 시장 전체를 견인하는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일본 시장은 ‘가시적 변화와 초스피드 출시’를 앞세운 K-뷰티와 ‘보존과 예방, 의약외품 승인’을 무기로 한 J-뷰티가 팽팽한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 분석 기업 모덜 인텔리전스와 일본 뷰티 플랫폼 앳코스메(@cosme)는 올해 일본 뷰티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성분 중심’ 소비를 지목했다. 이에 시세이도(Shiseido)나 가오(Kao) 등 로컬 대기업들이 독점해온 ‘약용 화장품’ 시장에 맞서, 한국 브랜드들은 엑소좀, 마이크로바이옴 등 혁신 바이오 성분을 앞세운 ‘테크니컬 뷰티’로 영토를 확장 중이다.

시세이도의 하쿠(HAKU)는 에센스 시장에서 19년 연속 매출액 1위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약용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현재 온라인 채널인 큐텐재팬과 라쿠텐에서는 K-뷰티 점유율이 45%를 돌파했으며, 오프라인 역시 버라이어티숍을 기반으로 주요 매장의 메인 매대는 이미 K-뷰티 브랜드들이 입구 정면 동선과 조명이 집중된 골든존을 장악하고 있다. 과거 진열대 정중앙을 차지했던 일본 로컬 브랜드들이 한국 브랜드 사이의 좁은 틈새로 밀려나거나, K-뷰티의 화려한 집기 사이에서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간신히 자리를 지키는 등 현장의 시각적 영토 전쟁은 역전된 지 오래다. 현장에서는 "이제 일본 소비자에게 K-뷰티는 선택이 아닌 기본값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테고리별 대결도 치열하다. 베이스는 티르티르와 퓌가 주도하나 마키아쥬 등 로컬 브랜드가 기성세대의 충성도로 방어 중이며, 립 제품은 라카, 롬앤 등이 강세나 케이트의 ‘립 몬스터’가 단일상품으로 압도적인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메이크업 역시 데이지크 등 K-브랜드의 화려함과 캔메이크, 세잔느 등의 차분함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핸즈 매장 중앙 매대에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가 위치해있다.


특히 캔메이크와 세잔느 등 로컬 저가제품을 이르는 ‘쁘띠프라’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최근 한국 색조 브랜드들에 밀려 매대 하단 2~3단이나 측면 코너로 배치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큐텐재팬 및 립스(LIPS) 사용자 리포트에 따르면, Z세대와 20대에게 한국 제품은 ‘당연한 선택지’다. 이들은 로열티보다 트렌디한 성분과 컬러에 민감해 한국 브랜드 간에도 교체 주기가 매우 빠르다. 반면 30대 이상은 여전히 시세이도, 가오, 코세(KOSE), 폴라(POLA) 등 로컬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높다. 이들은 한국 브랜드를 선택할 때도 설화수나 VT(리들샷)처럼 기술력이 확실히 증명된 경우에만 지갑을 연다.

일본의 3대 뷰티 플랫폼으로 꼽히는 큐텐재팬, 립스, 앳코스메는 ‘진출 난이도’에 따라 뚜렷한 층위를 형성한다. 큐텐재팬은 판매량 중심으로 순위가 결정되며, 마케팅 투자에 따라 성과가 비교적 빠르게 가시화되는 ‘마케팅 전장’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립스와 앳코스메는 판매량이 아닌 실사용자 리뷰를 기반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자발적 바이럴과 신뢰 확보가 선행되어야 진입이 가능하다. 특히 앳코스메는 30~50대까지 아우르는 공신력 있는 데이터 플랫폼이자 오프라인 매장과 연결된 핵심 관문으로, 세 플랫폼 중 진입 난이도가 가장 높다.

큐텐 재팬 2026년 4월 셋째주 기준, 스킨케어 랭킹 1~15위 중 14개가 한국 제품이다.


큐텐재팬의 온라인 판매 순위에서는 다수의 K-뷰티 브랜드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으나, 립스와 앳코스메로 갈수록 상위권 내 K-브랜드 비중은 뚜렷하게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는 ‘신뢰’와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 특성상, 현재의 온라인 점유율 확대를 곧바로 시장 장악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립스 조사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의 68%가 구매 전 리뷰를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K-뷰티는 큐텐재팬과 립스를 통해 화제성과 초기 수요를 확보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30~50대 소비자의 두터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앳코스메 상위권 안착은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트렌드 중심의 온라인 점유율 45% 돌파는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이를 ‘시장 완전 장악’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신뢰와 안심’이라는 전통적 소비 기준을 기반으로 한 J-뷰티의 저력은 여전히 강력한 방어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완제품 넘어 인프라...일본 뷰티 운영체제가 된 ‘K-뷰티’
일본 뷰티 시장을 뒤흔드는 K-뷰티의 저력은 이제 매대에 진열된 완제품을 넘어, 그 제품을 만드는 ‘인프라’로 전이되고 있다. 최근 일본 브랜드들이 K뷰티의 트렌드를 추격하기 위해 선택한 지름길은 바로 ‘한국 공장’과의 파트너십이다. 실제로 글로벌 1, 2위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사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일본 현지 거점을 대폭 강화하며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의 신뢰도에 ‘K-기술력’을 이식하는 고도의 전략을 가동 중이다.

대표적으로 코스맥스 재팬은 2025년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에 대규모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는 한국 화장품 제조사가 일본 현지에 세운 첫 생산 기지로, 일본 로컬 브랜드들이 선호하는 산지 표기를 유지하면서도 한국 특유의 빠른 제품 개발 주기(R&D)를 현지에서 즉각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한국콜마 역시 일본 내 법인을 통해 단순 제조를 넘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올라운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의 보수적인 의약외품(Quasi-drug) 승인 절차에 한국의 혁신 제형을 결합하는 연구에 집중하며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앳코스메 2026년 4월 셋째주 기준, 스킨케어 랭킹 1~15위 중 4개가 한국 제품이다.


이러한 ‘K-제조’의 위력은 이미 시장을 장악한 하이브리드 브랜드들의 성공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 뷰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원정요(Wonjungyo)’는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빌려왔지만, 기획과 유통은 일본 기업이 맡고 생산은 한국 ODM사가 담당하는 구조로 대성공을 거뒀다.

또한 ‘앤비(&be)’, ‘시피시피(CipiCipi)’ 등 일본 내 인기 인플루언서 브랜드들 상당수가 한국 ODM사를 선택하고 있다. 일본 로컬 공장 대비 2~3배 빠른 리드 타임(주문 후 제품 완성까지의 시간)이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관세청과 대한화장품협회의 수출입 통계 지표 또한 이러한 ‘제조업 역전’ 현상을 뒷받침한다. 최근 일본으로 향하는 수출 품목 중 완제품(+12.4%) 보다 화장품 원료 및 벌크의 수출액 증가세(+29.7%)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ODM사가 일본 브랜드에 핵심 레시피를 제공하는 행위가 우리 브랜드의 독자성을 갉아먹는 ‘기술 유출’의 리스크가 될 것인가, 아니면 K-뷰티가 전 세계 화장품 산업의 ‘운영체제(OS)’가 되는 플랫폼의 승리가 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국내 시스템이 제조 표준을 장악함으로써 일본 뷰티 생태계 자체가 한국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구조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성장의 역설: 일본서도 이어지는 출혈 경쟁
중저가 인디 브랜드들이 일본 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이제 한국 브랜드들은 일본 로컬 브랜드와의 경쟁보다 한국 브랜드끼리 파이를 나눠 먹는 ‘자기잠식’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카피 제품의 범람과 제형 복제다. 최근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푸딩 팟’이나 ‘글레이즈 립’ 제형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브랜드가 혁신적인 제형으로 입소문을 타면 불과 몇 달 사이 유사한 제형과 패키징을 갖춘 한국 브랜드 5~10개가 동시에 일본 온·오프라인 매대를 채운다.

현지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일본 소비자들에게 특정 브랜드의 정체성보다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형"이라는 인상만을 남기게 된다. 결국 개별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형성되지 않으면서, 소비자가 ‘가장 싼 한국 제품’을 찾게 만드는 저가 경쟁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과열 경쟁은 ‘매출은 늘어도 이익은 줄어드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 일본 시장에서 선전 중인 네이처리퍼블릭 일본 법인의 경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7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녀공장 역시 일본 내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마케팅 비용의 가파른 상승으로 영업이익에 타격을 입었다. 이는 큐텐재팬(Qoo10) ‘메가와리’ 등 대형 행사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광고 입찰가와 인플루언서 협업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일본 수입화장품협회(CIAJ) 보고서 기준 한국 화장품 수입액 증가율이 2024년 40%에서 2025년 5.6%로 급락한 것은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임을 시사한다. 이제는 한국 브랜드끼리의 점유율 뺏기 싸움을 멈추고, 일본 로컬 대기업이 장악한 프리미엄 시장으로 체급을 올리지 못한다면 K-뷰티는 ‘한때 유행했던 가성비 소모품’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2027년, ‘국적’을 지우고 ‘표준’이 되다
미래의 핵심 변수는 ‘원정요 모델’의 확산이다. 한국의 메이크업 노하우와 일본의 제조 인프라가 결합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제 일본 로컬 기업들도 한국식 공식을 이식하기 시작했다. 향후 시장은 화제성 중심의 ‘포스트 하이프’를 넘어 질적 성숙기로 진입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7년 일본 뷰티 시장은 ‘한국산’이라는 국적 표시보다, K-뷰티가 정의한 메이크업 표준(PDRN 등 성분 중심, 제형의 혁신)을 얼마나 따랐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남성 그루밍 시장과 4050 실버 시장이 K-뷰티의 새로운 격전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Tag#K-뷰티#일본뷰티#한일뷰티#속도의 K#신뢰의 J#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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