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가 글로벌 스포츠웨어 기업들의 공급망과 수익 구조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단순한 물류 차질을 넘어 에너지, 원재료, 운송, 소비 수요까지 영향을 미치며, 아식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주요 기업들은 가격 인상과 수요 유지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이란전쟁 장기화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민은주 기자
스포츠웨어 산업은 구조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취약하다. 러닝화와 기능성 의류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EVA, TPU, 합성고무 등 핵심 소재는 모두 석유화학 기반이다. 따라서 유가 상승은 곧바로 제품 원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결국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며 기업들은 운송비와 소재비가 동시에 상승하는 ‘이중 비용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대한 대응은 각 기업의 실적과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아식스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19.5%, 영업이익은 +42.4% 성장했다. 이처럼 수요가 견조한 상황에서는 비용 상승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 비즈니스 오브 패션은 최근 일본 스포츠웨어 기업 아식스가 업계 최초로 전쟁 장기화에 따른 가격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나이키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나이키 생산기지는 베트남 51%, 인도네시아 28%, 중국 17%로 90% 이상을 아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2025 회계연도 전체 매출 463억 900만 달러였고, 그중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매출이 122억 5700만 달러로 EMEA시장 비중도 높은 구조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전쟁 여파로 해당 지역의 매장 트래픽 감소와 운영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가격 인상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디다스는 역시 공급망 집중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5년 아디다스 전체 조달 물량의 92%가 아시아에서 생산됐다. 2026년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면서 아디다스는 미국 관세와 더불어 중동 위기를 부담 요인으로 언급했고, 일부 매장 폐쇄와 이스라엘 매장 피해 사례도 공개됐다. 아디다스는 최근 몇 년간 제품 현지화와 브랜드 회복으로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회복 탄력을 만들었지만, 공급망 구조만 놓고 보면 해상 운임과 에너지 충격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제품 경쟁력 회복과 브랜드 모멘텀을 바탕으로, 선택적 가격 인상과 제품 믹스 조정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푸마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비용 상승을 흡수할 완충력이 제한적이다. 푸마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위 6개 조달국이 전체 물량의 93%를 차지했고 모두 아시아에 있었다. 비중은 베트남 29%, 중국 23%, 캄보디아 17%, 방글라데시 9%, 인도네시아 9%, 인도 6%였다. 푸마는 나이키·아디다스보다 규모가 작아 물류비와 생산 원가 상승을 흡수할 완충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특히 캄보디아·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지에 대한 집중은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는 장점이지만, 전쟁발 운임 급등과 에너지 쇼크 국면에서는 조달 유연성이 제약될 수 있다.
패션 대기업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면, 이번 전쟁은 스포츠웨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된다. 로이터는 H&M이 장기전이 소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고, 유럽 소매업체들은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과 수요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넥스트는 전쟁이 3개월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추가 비용 1500만 파운드를 반영했고, 상황이 이어지면 2026년 중반 1~2%, 더 길어지면 5~10%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수요 측면의 파장도 중요하다. 유가 상승은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을 잠식한다. 미국에서는 전쟁 이후 휘발유 가격이 20% 이상 올랐고, 이는 소비 둔화 흐름으로 직결된다. 패션과 스포츠웨어는 식료품·주거비 같은 필수 지출이 늘어날 때 가장 먼저 조정되는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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